재가·출가 평등하게 참여하는'협치'제도

▲ 박정원 교도 / 남중교당

원불교 교단은 일원상의 진리를 '함께 공부하고 깨달아 실천함'을 목적으로 형성된 법연 공동체이다. 개인적 이익 추구나 사적 감정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사랑과 공익구현을 공통분모로 하여 맺어진 자발적 결사체라는데 그 특징이 있다. 그러기에 일원회상 공동체가 추구하는 핵심가치 중의 하나는 '함께'하는 것이다. 배제와 차별이 없고 신심·공부심·공심으로 체화된 혈심가진 인물들이 주역이 되는 자유로운 평등사회를 지향한다. 자유의 본질이 타인의 강제가 아닌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할 때 이는 사적 공간에서가 아니라 공적 공간에서 확보된다. 그러므로 사회발전의 동인으로써 자유의식은 독방에서 홀로 수련하는 것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소통하며 온몸으로 부딪치면서 함양되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평등은 공정한 기회와 그 기여도에 상응하는 공정한 대우에서 찾을 수 있다. 평등의 참 모습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각각 다른 방법으로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여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가치있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누리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이같은 정신적 기반위에 일원 회상 창립의 기틀을 마련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초기 교단의 인적 구성과 운영에 있어 재가 출가교도를 차별하지 아니하고 공부와 사업의 실적에 따라 자격과 대우를 정하고 있다. 특히 재가 교도 중에서 출가와 같은 수준으로 신앙·수행하며 봉공활동에 전념하는 교도를 거진출진이라 하여 교단 운영에 적극 참여하도록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였다. 이처럼 교단 창립기에는 전무출신과 거진출진이 함께 참여하여 교단 운영 전반을 협의, 추진하였으나 시간이 흐르고 사회환경이 바뀜에 따라 함께 참여하는 전통은 크게 변질되고 교단성장 또한 침체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제 원기100년이후 교단발전을 설계하는데 있어 시급히 복원해야 할 과제는 재가 출가교도가 평등하게 함께 참여하는 '협치(協治)' 제도이다. 더욱이 디지털 지식정보사회에 창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무출신과 거진출진이 협력·보완하는 교단운영체제로 시급히 전환해야 할 것이다.

모든 조직은 전문성·보완성·다양성의 원리와 견제를 통한 균형의 원리가 적용될 때 활력있게 발전해 간다. 사회변화 추이를 직시하며 전무출신은 전법교화에 전념하고 모든 관리적 업무와 사업은 거진출진들이 담당하여 책임지고 수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공부위주 교화종, 교화위주 사업종의 건강한 교단조직 문화를 조성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창기 교단에서처럼 재가출가에게 동등하게 주어졌던 교정 참여권이 복원되어 재가출가 협력체제를 새롭게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거진출진 교화단의 정비작업이 제6차 교헌개정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법위와 사업성적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재가 교도들로 거진출진 교화단을 구성, 교정 전반에 관한 하의상달과 상의하달체계를 구축하고, 이들의 혈심 정성과 전문성이 교단발전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최근들어 점차 자리잡혀가고 있는 전무출신 교화단과 연계하여 상호협력·보완하고, 때로는 견제해 나아갈 때 교단의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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