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철학과 김정현 교수

원광대 '글로벌인문학'에서 19일, 철학과 김정현 강좌책임교수는 "우리 문명은 '평온의 결핍'으로 인해 야만시대로 이어지게 된다. 활동하는 자, 즉 부산한 자가 이렇게 높이 평가받은 시대는 없었다. 관조적인 요소를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인간 성격의 교정 작업 가운데 하나다"라고 니체의 말을 인용해 21세기 병리현상을 꼬집었다.

그는 "현대인은 분주함과 부산함, 자아몰입과 무정신성, 자아의 약화와 관계의 불통 속에서 고통을 느낀다"며 "이러한 현대인의 문제를 '자기관계성'의 위기라 규정한다. 철학자 슬로터다이크(Peter Sloterdijk)는 이를 '나는-누구인가-신경증'라 부른다. 일종의 자아정체성의 신경증이라 할 수 있는 자기관계성의 위기는 자신의 가치와 존엄성, 삶의 의미에 대한 성찰의 부재와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키에르케고르에 따르면 '무정신성(Geistlosigkeit)'은 정신의 침체이며 관념성이 깨진 모습이다. 자신의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적 사유 없이, 타자의 삶과 내 삶의 공동체적 연대성에 대한 의식적 반성 없이 살아가는 삶의 태도라 할 수 있다.

그는 "과잉활동을 요구받고 닥달당하고 있는 현대인은 성과와 피로 사이의 경계선에서 탈진하게 된다. 부산하고 바쁘게 정신없이 살아가지만 성찰적 자아의식이 없는 자기몰입의 활동(무정신성)은 '자아신경증'을 유발한다"며 "자기긍정감의 결핍이나 자아존중감의 결여는 한편으로 자기 자신에 집착하는 주관적 이기적 자아몰입에 빠지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외형적 자신의 소유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유아도취적 자아과잉증후를 드러내게 된다"고 지적했다. 21세기의 병리현상으로 우울증,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소진증후군 등의 신경증 질환을 언급한 그는 테일러(Charls Taylor)가 강조한 현대사회의 불안 원인으로 개인주의, 도구이성의 지배, 중앙집권화된 관료주의로 설명했다. 또 성과사회와 피로사회의 이중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현대사회가 가져오는 현대인의 존재양식 가운데 하나가 '불안'이라고 말했다.

현대의 자아신경증 치유에 대해 그는 "아우구스티누스, 키에르케고르, 니체는 자기 자신과 만나고 자기를 찾는 조건을 고독에서 찾는다"며 "고독이란 홀로 존재하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 즉 홀로 자기몰입 속에 있는 비생산적 두려움이 아닌 자신의 삶의 텍스트와 만나는 존재의 생산적 용기다. 고독은 자신의 과거, 삶의 고통, 열등감, 삶의 분노와 고통, 복수심과 상처와 만나는 용서와 화해의 공간이다"고 주장했다. 키에르케고르는 고독의 힘을 '인간이 정신적으로 살아있는 표식이다'고 말했다며 인간이 고독에 대한 욕구를 갖는다는 것, 고독과 호흡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정신이 깨어있다는 정신적 자각의 척도였다는 것이다. 키에르케고르에게 고독은 자아의 약함에 절망하며 자아의식을 상승시키는 가능성의 열림이고, 증오·자폐·오만·경멸·분노 등이 자신의 약함과 연관된다는 것을 깨달아 이를 치유하는 가능성이 열리는 공간이다.

그는 삶을 움직이는 자전과 같은 활동으로 자기 자신과 진실하게 대면하는 과정을 '고독'이라는 개념으로, 공전의 힘과 같은 원리로 대화, 만남, 소통 등 사회적 자아의 정체성을 찾는 문제를 살펴봤다.

그는 "니체가 제시한 나약한 자아를 강화하는 방법으로서 정신적 관조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며 "즉 자기 자신의 영혼의 주인이 되는 것, 고독으로부터 삶의 생산적 에너지를 만드는 법이 그것이다. 그러나 자기몰입의 배타적 고독이 아니라 열린 정신 속에서 '더불어 어울림'을 만들 수 있는 생산적 소통의 전제"라는 점을 밝혔다. 진실한 자기 만남은 사회적 관계에서 참된 인간적 만남과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투스(Epictetus)의 '인간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그 사물을 대해 사람들이 만드는 원리나 언급이다'를 인용하며 "우리 시대의 불확실성이나 나르시즘적 문화적 성격을 이해하고, 그것과 비판적 거리를 두는 우리 자신의 건강한 사유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시대와 문명이 만들어내고 있는 스트레스 반응으로서의 불안에 대처하며 소진되는 자아의 능력을 회복하는 길이 된다"며 "자기 긍정감을 찾고 열린 정신으로 자기 자신 및 타인과 생산적 만남을 하는 것은 깨어있는 정신이 가져오는 실존의 소통미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기관계성의 위기
자신의 가치와 존엄성, 삶의 의미 성찰 부재
고독, 자기 자신과 진실한 대면의 과정
대화·만남·소통으로 사회적 자아정체성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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