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위등급해설

우리는 원불교에 귀의해 입교를 하고 법명을 받아 불문 초입의 보통급으로 출발하여 대각여래위를 목표로 나아가는 공부인들이다. 입교를 하고 법명을 받는 과정은 불문초입의 절차와 과정이다.

이 절차와 과정과 형식을 통해서 일원대도 회상에 입문하고 교도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고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다. 물론 이 형식과 절차가 실질적으로 불문초입의 의미와 내용을 담기에 완전하다고 할 수 없지만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된다.

입교하여 법명을 받음으로써 우리는 일원대도 회상과 대종사를 비롯한 제불제성과 불연을 맺고 많은 법동지와 법연을 깊게 하며, 이러한 모든 인연들이 어우러져 불지에 도달하는 바탕이 되고 기연이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비로소 불문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 회상에서 법명의 유래는 구인 선진들의 법인성사로부터 비롯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구인선진들에게 정신개벽과 창생구제를 위한 특별 기도를 하라 명하시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지금 물질문명은 그 세력이 날로 융성하고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의 정신은 날로 쇠약하여, 개인·가정·사회·국가가 모두 안정을 얻지 못하고 창생의 도탄이 장차 한이 없게 될지니, 세상을 구할 뜻을 가진 우리로서 어찌 이를 범연히 생각하고 있으리요. 옛 성현들도 창생을 위하여 지성으로 천지에 기도하여 천의(天意)를 감동시킨 일이 없지 않나니, 그대들도 이때를 당하여 전일한 마음과 지극한 정성으로 모든 사람의 정신이 물질에 끌리지 아니하고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이 되어주기를 천지에 기도하여 천의에 감동이 있게 하여 볼지어다. 그대들의 마음은 곧 하늘의 마음이라 마음이 한 번 전일하여 조금도 사가 없게 되면 곧 천지로 더불어 그 덕을 합하여 모든 일이 다 그 마음을 따라 성공이 될 것이니, 그대들은 각자의 마음에 능히 천의를 감동시킬 요소가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며, 각자의 몸에 또한 창생을 제도할 책임이 있음을 항상 명심하라."

이 말씀을 받들어 구인선진들은 세상과 일체 중생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한이 없다는 지극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법인기도를 올린 끝에 백지혈인의 이적으로 법인성사를 이루었다.

이때에 소태산 대종사께서 구인선진들에게 처음으로 법호와 법명을 내리시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그대들의 전날 이름은 곧 세속의 이름이요 개인의 사사 이름이었던 바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미 죽었고, 이제 세계 공명(公名)인 새 이름을 주어 다시 살리는 바이니 삼가 받들어 가져서 많은 창생을 제도하라."

이 법인성사는 우리들 남녀노소 선악귀천을 막론한 모든 사람들이 입교만 하면 누구나 법명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의미가 있다. 우리에게 법명 받는 것은 또 하나의 다른 이름을 갖는다는 평범하고 단순한 일이 아니라, 하늘을 감동시킬 능력을 갖추고 모든 중생을 제도할 책임과 사명을 부여받는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 태어나는 새로운 탄생의 거룩한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법명은 세계의 공인에게 주어진 세계의 공명이라는 높고 큰 뜻이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세계의 공명인 법명은 죽어서 남기기 위한 이름이 아니라, 지금 내가 세계 사업을 함께하는 공도자로서 그 본분과 사명을 다할 때 의미가 있다. 나는 입교하여 법명을 갖고 있는 한 사람이며 그 이름값을 다하는 충실한 교도로서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중앙중도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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