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길은 교도/화산교당
우리 부부는 평상시 말투가 부드럽지 못하고 초등학교 동창으로 어렷을 적부터 친구로 지내온 터라 존댓말보다는 말을 놓으면서 대화를 한다. 그러다 보니 말도 무심으로 툭툭 내뱉게 되고, 잘못한 점이 있으면 꼭 집어 말을 하다 보니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고, 부부간에 대화가 없어져 둘 사이에 냉기가 흐르기 일쑤였다. 우리 부부는 서로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이 자신의 자존심을 챙겼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남편과 대화를 잘 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던 차에 교화훈련부에서 권장하는 4정진운동 중 유무념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을 먹고 하자는 조목으로는 '부드러운 말과 존댓말을 사용하자'로 정하고, 말자는 조목으로는 '상대방(남편)의 마음을 꼭 찌르는 말을 하지말자'로 정했다.

유무념공부로 얻고자 했던 것은 우리 부부가 서로 긍정적이고, 공경하고 겸양으로 예의를 지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실행 방법으로는 '대화 시 부드러운 말과 존댓말 사용, 잘못한 일은 위로의 말로 안아주고, 서로 마주보며 대화하며, 최대한 경청하기'로 정했다.

실행기간은 저절로 될 때까지로 정하고 나 혼자만의 공부가 아닌 남편과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같이 하면 유무념공부가 더 잘되고 효과도 빠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재방법은 유무념계수기로 하였고 저녁에 상시일기 기재시 평가했다.

유무념공부는 참 어려운 공부다. 챙기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습관이 툭 튀어 나간다. 아직은 마음을 챙겨야만 되는 단계이다. 예전에는 아침상을 차려놓고 남편에게 "밥먹어"하면 남편은 "아침부터 말이 퉁명스럽다. 기분 나쁘다"하며 밥을 안 먹는다. 그러면 나도 기분이 나빠지고 열이 푹푹 받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식사하세요, 국 식어요", 그래도 식사하러 나오지 않으면 "많이 피곤하세요?" 하면 "아니! 미안" 하면서 남편이 아침을 먹는다.

해보면 쉬운 건데 왜 어렵게만 느꼈을까? 잘못한 일도 꼭꼭 집어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항목은 나보다 남편이 더 잘한다. 내가 잘못하면 나도 이미 잘못한 것을 알고 있는데도 어린아이 혼내 듯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내 말투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남편도 유무념공부에 동참하자고 하니, 처음에는 못한다고 하더니 요즘에는 "많이 노력 중이다. 보이지 않느냐"고 한다. 혼자 할 때 보다 같이 공부하니 효과가 동시에 나는 것이다.

대화할 때도 서로 마주보지 않고 말을 건네곤 했다. 특히 회사에서는 직원들과 얘기할 때 바쁘다고 서류 보면서 했는데 지금은 서로 마주하고 한다. 놀라운 변화다. 남편과도 대화할 때 중간에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도 잠시 멈췄다가 웃는 얼굴로 최대한 경청한다. 남편은 당신의 말을 들어주면 기분이 좋은지 활짝 웃는다. 그 모습이 참 예쁘다. 내가 남편과 연애시절 그의 웃는 잇속이 예뻐서 결혼했는데 결혼 후 한동안 그 모습이 보이지 않다가 이제서야 보인다.

남편은 말로 인심을 잘 쓴다. 뭐든지 필요한 것 있으면 사라는 말을 잘하지만 정작 직접 사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서운할 때가 많았는데, "이렇게 해주었으면 한다"고 내가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선물 받고 싶을 때 조그마한 것이라도 선물을 할 때 오히려 그 기쁨이 내게 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유무념공부는 현재 50% 정도의 성과가 있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서 얻은 감상이 참 많다. 그동안 나는 남편에 대한 원망심, 아만심, 시기심, 무시함 등이 내 안에 있음을 알았다. 그러니 그 기운을 상대방도 느낀 것이다. 내가 키가 작은 것도 전생에 아상이 많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이제는 남편과 같이 좌선과 기도도 함께 하게 됐고, 유무념공부를 하니, 원망심이 녹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 참 기쁘다. 휴대폰에 남편은 '고마워요'로 저장되어 있다. 그리고 100년성업 자신성업봉찬 공부 항목으로 '공경, 겸양, 무계교'로 정하고 유무념공부를 하고 있다. 모든 일에 예의를 갖추는 것이 곧 불공이 아닐까 하여 정했다.

앞으로 마음공부 잘하여 가정에 더욱 은혜가 넘치고, 새 세상의 주인이 되며, 100년성업과 교화에도 노력하여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유무념공부의 기회를 갖게 되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남편과 함께 좌선과 기도정진으로
'공경 겸양 무계교'유무념 공부
마음공부로 얻고자 했던 것은
행복한 가정 이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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