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 일심으로 하는 것이 '믿음'
모든 아이들 '어머니'로 살아온 삶
최선을 다한 28년, 상없는 봉사 실천

10대에는 20대를 꿈꿨고, 20대를 보내는 동안에는 깊고 안정된 서른을 꿈꾸게 된다. 그러나 서른의 문턱을 갓 넘긴 삶의 꽃자리, 김신원(60) 교도는 감동 못할 아픔으로 삶의 전환을 맞는다. 남편과의 갑작스런 사별은 그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게 했다.

"32살에 남편과 사별 후 잠을 통 잘 수가 없어 교전을 읽었어요. 인과품과 천도품을 묵독하면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지요. 그래서 스스로 교당을 찾아 갔어요." 집안에 출가한 교역자가 있어 환경적으로 낯설지 않은 원불교에 그는 스스로 입교해 교도가 됐다.

입교 후 그는 삶의 방향을 바꿨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오히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상처받고 어려운 이들을 보살피며 타인을 위한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그는 익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교단에서 운영하는 이리보육원에 들어갔다. 10살, 9살, 5살의 어린 자녀 셋도 그 뒤를 따라 보육원생이 됐다.

"돈을 벌려고 했으면 장사라도 했을텐데, 봉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보육원에 상주하면서 모든 아이들을 내 자식마냥 키웠지요. 아이들 학년이 각각 다르니 매일 도시락 싸서 학교로 보내고, 각종 학교 행사에도 빠지지 않았어요." 그는 24시간을 상주하며 세탁과 식당보조일, 농사일까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160여명의 아이들을 자식처럼 키우며 전체 보육원생의 어머니가 된 것이다.

당시 어렵고 힘든 복지기관 여건에서 아이들이 바르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최대한 자신이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가리지 않았다. 유치부에서부터 돌보기 시작해 취업과 자리를 잡을 때까지 아이들을 자식처럼 키워냈다. 말썽 피우는 자식들을 설득하고, 학교를 찾아다니며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정해 어렵게 학교를 마친 졸업식장에서는 아이도, 엄마도 서로를 향한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취업 후에도 아이들을 향한 그의 살뜰한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살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보육원 여건이었지만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어려운 시절을 견디며 아이들에게 뭐가 해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며 보육원의 17년 세월을 회상했다.

그는 이리자선원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익산의 유일한 노숙인 재활시설인 자선원은 표현 못할만큼 힘들었고, 그만큼 그의 손길이 절실했다. 노인과 알콜의존증, 정신·지적장애 등 복합장애를 가지고 있는 생활인들과 밤낮으로 숙식을 같이하며 목욕, 세탁, 식사를 챙겨줬다. 몸이 아픈 생활인들의 간병을 도맡아 했고, 또 다시 120여명 어르신들의 어머니가 됐다. 그렇게 11년의 세월이 흘렀다.

"마음이 편하니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생각도 별로 안 들어요. 우리 생활인 가족이 먹을 각종 채소들도 정성껏 가꾸게 되고, 청소며 목욕서비스 등 생활지도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는 무엇보다 근무지에서 마음공부 하는 행복을 전했다. 법회도 보고 교전을 가까이 하니, 마음공부 하면서 근무하는 직장만큼 행복한 직장이 없다는 얘기다. 이리자선원은 직원들을 교당으로 연계해 직원들 법회참석을 권장하고 있다. 그 또한 여건이 닿는 대로 교당법회도 보고, 기관에서 진행하는 법회도 참석하고 있다. 법회를 통한 행복을 일상 속에서 두 배로 느끼고 있다는 그다.

"교전풀이나 성리공부는 너무나 부족해요. 직장 일에 전념하다보니 교당에서의 활동도 활발하지 못해요. 교도로서 부끄럽죠. 다만 일상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내가 몸담고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일심으로 하는 것이 믿음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최선을 다한 28년 봉사생활이 그는 '보람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세 자녀들도 다들 착하게 자라 제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정작 내 아이들을 향한 정성이 부족하다 싶었는데, 아이들이 잘 자라주었다. 이 또한 사은의 은혜라고 생각한다"며 자녀들을 향한 미안함을 대신 전했다.

사회복지에 바친 그의 공로가 전해져 그는 지난달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세상이 인정해주는 큰 상이지만 지난 세월 그래왔던 것처럼, 그는 앞으로도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성실하게 살아갈 것이다.

"열심히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춘하추동 사계절의 이치가 곧 진리이듯, 주어진 하루 하루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야지요." 생활 속에서 상없는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그가 전하는 신앙의 힘이 굵직하다. 신앙의 근간이 그렇게 흔들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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