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교당 교도들이 목요교리공부방에서 강의에 집중하며 교리를 마음에 새겼다.

내 삶의 변화 체험하는 교리공부

 

봄꽃들이 화려하게 자태를 뽐내는 날, 서울로 향했다. 노원구 문화의 거리와 인접한 상계교당. 이곳에는 매주 '목요교리공부방'이 열려 교도들의 신앙, 수행심을 고취하고 있다. 최성덕 교무의 안내로 상가건물 4층에 있는 교당으로 향하자 '사람이 부처인 교당'이란 계단의 글귀가 시선을 끌었다. 법당에 들어서자 CD에서 나오는 독경 소리와 가지런히 배치된 방석, 교전 등이 공부방의 분위기를 더하고 있었다.

교리를 학습하고 훈련하는 장
목요교리공부방은 원기94년에 부임한 최 교무가 쉬고 있던 기존의 공부방을 다시 열면서 시작됐다. 정기법회 외에 교도들을 만날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그렇게 개설한 후 지금까지 교도들의 호응 속에 6년을 맞은 공부방은 상·하반기 학기제로 운영되며 8월과 12월에 방학을 갖고 매년 새로운 출발을 해왔다.

그는 〈정전〉외에도 〈논어〉, 〈도덕경〉 등을 교리와 접목해 설명하고, 교도 스스로 그 뜻을 해석하고 연마하도록 이끌고 있다. 학기마다 특정한 주제를 정해서 평소에는 그가, 마지막 시간은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교수와 원로교무를 초빙해 강의를 마무리해왔다. 꾸준히 참석한 공부인들은 최 교무도 인정할 만큼 높은 수준의 교리실력을 갖춰 교당 교화활동의 중심에 나서고 있다. 정례법회만으로 교리공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공부방을 통해 교도들이 교리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3월27일 일찌감치 교당에 도착한 교도들은 차를 마시면서 서로의 안부를 챙겼다. 7시30분이 되자 30여명의 교도가 참석한 가운데 목요교리공부방이 시작됐다.

최 교무는 이날 〈논어〉 위령공 15절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는 말을 소개했다. 그는 "일원상 진리를 우리가 넓힐 수 있지 일원상 진리가 우리를 넓게 할 수는 없다"며 "지금까지 자신이 일원상 진리를 얼마만큼 넓고 깊게 인식해왔는가에 따라 자신의 신앙과 수행생활, 마음공부가 결정되니 우리는 일원상 진리에 대한 명확한 지식, 인식을 갖추도록 하자"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모든 사물에 주착과 착심을 두지 않고 주한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고 하는 그것이 바로 일원상 마음이다"며 "그 마음이 넓고 깊어졌을 때 경계를 당해도 요란함이 없는 것이지,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으면 경계를 당할 때마다 늘 시끄럽고 늘 업을 짓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정례법회와 목요공부방, 신앙과 수행, 아침기도·좌선을 통해서 분별과 주착 없애기를 공부삼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공부하다 보면 어리석음, 요란함, 그름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도 각자 공부하고 수행한 나름대로 느끼는 것이지 수행 정도에 따라 힘든 경계가 와도 경계로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분별, 주착, 시비이해를 다 놓고 나면 어떤 경계를 봐도 제삼자 같을 수 있고, 일원상의 진리가 그런 것이니 열심히 정진해서 일원상처럼 깊어지고 넓어지는 큰 실력을 갖춰야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삶의 변화 체험하는 교리공부방
교리공부방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공부방에 대한 감상담을 나눴다. 우리 법을 심도 있게 공부하려면 교리공부부터 해야 한다는 이들은 '성품을 회복한다, 정신을 수양한다. 마음공부는 대조한다'는 차이를 확실히 알고 있었으며 교리공부를 통한 삶의 변화를 체험하고 있었다.

송원옥 교도는 "얼마 전 화장품 세트를 사다 놨는데 사용하려고 보니 보이지 않아 '내가 분리수거 하면서 버렸나, 쓰지도 않은 화장품을 버렸네!' 하면서도 마음은 요란하지 않고 차분해졌고, 결국 다시 보니 피아노 위에 잘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예전 같으면 요란한 마음으로 찾았겠지만, 지금은 차분하게 자신의 마음을 지켜봤다는 것이다.

강명인 교도는 "10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3년 전부터 대하는 인연마다 모두를 나의 스승님으로 대하고 있다"며 "사람마다 가진 특성 중 좋지 않은 점은 그분만의 개성으로 여기고 좋은 점은 스승으로 모시면서 감사심으로 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용문 교도는 "구정 때 은행에서 돈을 바꿨는데 집에 오니 만원이 더 있었다. 바로 은행에 뛰어가서 돌려준 일이 있었는데 이후 몇 번씩 고마움을 전하는 직원에게 원불교 교도라고 밝혔다"며 "사소한 일이지만 공부방을 통해 상대의 처지를 생각했기에 가능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이웃종교인들이 교단에 대해 물어올 때도 "우리는 실생활 종교로 계문을 하나하나 연마하면서 참 나를 찾아가는 공부를 하고, 나쁜 사람도 나를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스승으로 여기고 이런 분들을 잘 볼 수 있는 안목을 넓히는 공부를 하고 있다"며 "교리공부를 하기 전에는 인생이 괴롭다고 여겼지만 괴로움도 나를 가르치는 스승이고, 해로운 일도 좋은 일이 될 수 있음을 공부방을 통해 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교리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이들은 교당교화를 위해 젊은 층을 어떻게 더 교화해볼까 고민하고 있었다. 나만 공부할 것이 아니라 대중을 교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었다.

최 교무는 교리공부방이 전국에 있는 교당으로 확산되길 바라는 입장이다.

그는 "교리공부를 통해 교도들이 언제 어디서나 누구를 만나도 원불교 교리를 충분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교리적 역량과 체계를 갖춰야 원불교100년을 향한 교화대불공이 활성화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교리를 잘 모르면 어려운 경계가 닥쳤을 때 신앙심과 수행력이 흔들릴 수 있고, 교리가 학습과 훈련이 되어 정확한 내 것이 되어야 교단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돌아오는 길, 과연 우리는 생활 속에서 진정한 내 것을 얼마나 만들고 있는지 돌이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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