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 Save the dogs

▲ 진해유기동물보호소 봉사팀장 문진식씨와 마리.
애완동물이 반려동물로 승화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동물권(動物權)'에 대한 인식이 발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간과 짝이 돼 살아간다'는 의미의 '반려동물'은 단순히 동물을 넘어서 삶의 동반자, 반려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로움이 시대정서인 현대사회에서 '또 하나의 가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수 1000만시대. 그러나 매년 버려지는 유기동물의 수는 10만마리에 달한다. 가수 이효리, 비스트 등 연예인들의 애장품 경매와 봉사활동, 입양 등으로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는 추세이나 문제는 아직까지 유기동물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극히 적다는데 있다. 진해유기동물보호소에서 인도, 구조, 관리, 입양, 봉사 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담당하고 있는 봉사팀장 문진식씨. 그를 만나 유기동물에 대한 실태와 최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동물등록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해 유기동물보호소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창원농업기술센터 소속 진해유기동물보호소는 2010년 10월에 처음 문을 열었다. 전체 면적은 192㎡이며 사육실ㆍ진료실ㆍ운동장 등 8가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약 70~80개 철장에 100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을 수용할 수 있고, 좁은 공간에서 하루종일 지내는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야외에 46㎡ 크기의 운동장을 마련해 동물들이 잠시나마 마음껏 뛰어놀도록 하고 있다. 유기동물이라고 해도 소중한 생명인 만큼 보호소에서는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봉사하게 된 계기

진해유기동물보호소는 2012년 2월부터 일반봉사자 모집을 시작했고, 3월부터 이곳에서 처음 봉사를 시작했다. 진해보호소는 경남지역 진해·마산·창원·진주·함안 보호소 봉사자들이 함께 활동하는 곳으로써 마음으로 정성을 쏟아붓는 봉사자들이 모인다. 처음은 수요일에 진행했으나, 현재는 봉사자들의 많은 참여를 위해 매주 토요일 오전10시부터 오후6시까지 봉사를 진행한다. 이곳에서 나는 두 번째 반려동물을 입양하게 됐고, 이를 인연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부산에서 진해까지 와서 매주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다른 보호소와는 달리 진해보호소 동물들은 의기소침하지 않고 당당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밝고 쾌활한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혀 3년째 계속 오고 있는 것 같다.
▲ 창원농업기술센터에 위치한 진해유기동물보호소. 이 곳에서는 매주 토요일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보호소에서는 어떤 봉사활동을 하는가

매주 8~10명정도의 봉사자들이 눈꼽제거, 미용, 목욕 등 기본적인 것부터 후원받은 식재료들을 챙겨 동물들의 특식을 준비한다. 또한 그때 그때 필요한 구조물들을 설치하거나 변화를 주기도 한다. 얼마 전 고양이를 위해 철장 케이지를 들어내고 펜스와 선반, 캣타워 등을 넣어 고양이 방을 만들었다. 보호소 환경과 동물들의 생활 편의를 위해 많이 고쳐왔고 지금도 조금씩 변화중이다.

구조물 설치와 미용이 끝나면 동물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 집에서 반려동물들을 돌보는 것과 똑같은 활동을 한다. 보호소 동물들도 우리집 강아지처럼 편견없이, 온 마음을 다해 대하려고 한다.

유기동물의 구조와 입양절차

농업기술센터나 보호소측으로 신고가 들어오면 구조활동을 한다. 구조된 동물의 건강상태를 보호소 수의사, 연계 동물병원 수의사가 확인하게 되고 검사와 치료 후 보호소 측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처럼 포획은 하지 않고 구조활동을 주로 한다. 보호소에 들어오게 되면 10일간 동물보호 관리시스템 전산에 등록이 되고 주인을 기다린다. 10일 이후에는 보호소 소속이 되고, 입양을 기다린다. 매주 수요일은 보호소 입양날이다. 입양날에 주인을 만나는 동물들은 입양서류와 입양서약서를 받고 입양을 가게 된다.

유기동물보호소의 현실적인 한계

한 해 유기동물수는 10만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이중 주인이 찾아가는 비율은 10%에 불과하고 분양률도 20%대에 불과하다. 유기동물이 10일간 공고를 거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희망자에게 무료 분양을 진행하지만 유기동물은 계속 발생하고 입양 희망자는 줄어들면서 유기보호소 적정 수용 한도를 초과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진해보호소는 '안락사 없는 보호소'로 운영을 하고 있다. 수용공간 부족과 사료비 등 관리비용 증가로 모든 보호소가 어려움이 많다.
▲ 누군가의 반려동물이었을 강아지들이 유기동물이 되어 사랑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봉사를 하면서 가장 보람된 점

보호소에서 태어나서 자라거나, 2~3년간 길게 보호소 생활을 해 온 동물들이 좋은 주인을 만나 입양을 갈 때 가장 기분이 좋고 보람된다.

'꿈이'라는 코카스파니엘이 있었다. 어머니랑 초등학생이 와서 입양해 갔는데 처음엔 건강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이 됐다. 나중에 건강해진 모습을 사진을 통해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또 예전에 봉사를 하다가 물린적이 있다. 진돗개였는데 보호소에 들어와 겁을 먹고 다가가는 내 손을 물은 것이다. 손이 많이 찢어졌는데 아파하는 내 모습을 본 강아지는 주눅이 들었다. '사람에게 얼마나 아픈 추억이 있었으면 그랬겠냐'는 생각에 아프다는 생각보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컸다. 나중에는 누구보다 사람을 잘 따르게 됐고 좋은 주인에게 입양갔다. 이처럼 보호소 동물들이 건강해져서 좋은 주인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유기동물을 줄이는 방법과 반려동물등록제

2013년 1월2일부터 동물등록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유기동물 문제 해결의 길은 멀다. 잃어버리는 경우에만 효과가 있고, 유기하는 경우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
몸속에 직접 칩을 넣는 등록방식은 부작용으로 인한 거부감도 강하고, 등록을 하고 목줄을 착용하는 경우는 목줄분실로 인해 찾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해 길거리를 떠도는 동물수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유기동물을 함께 의지할 수 있는 독거노인에게 분양하는 방법을 요즘들어 많은 곳에서 시행하고 있다.

강아지들을 자식처럼 포대기에 안고 다니며 아끼는 모습을 볼때는 흐뭇하지만 뒤에 수반되는 문제들(건강, 식비 등)의 해답을 먼저 만들어 두고 실행을 했으면 좋겠다. 복지 개념을 생각해보면 이런 저런 힘든 점들이 많이 느껴지는 현실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

모든 봉사자들이 봉사에 참여하는 이유는 '봉사' 자체가 좋기 때문일 것이다. 유기견을 입양하면서 '이 강아지도 한때는 주인이 있었고, 사랑받았을 텐데… .'유기견'이라는 것은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이고, 사람이 죄인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노인복지시설에서도 봉사를 하고 있다. 다른 조건이 있거나 득이 돼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정', 사람과 유기동물과의 '교감', 그것은 돈으로도 살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봉사하는 시간들이 아깝지 않다. 끌리는 마음이 있으니까 '봉사'를 하는 것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봉사'에 아낌없는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내 주변의 유기동물들에게 한번쯤 손을 내밀고, 애견센터에서 사지말고, 유기동물을 사랑으로 입양하는 시대. 그 시대가 올 때까지 봉사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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