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대안학교 분야 우월, 봉황의 도약 실천 필요
한국문화 기저, 둥근 일원상과 상통
원불교 일원주의 사상은 대세계주의

대각의 달 4월을 맞아 '소태산대종사, 깨침을 논하다'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1주 대종사 구도와 대각의 의미, 2주 대종사의 중생교화, 3주 깨침과 현대문화, 4주 객관적 시각에서 바라 본 원불교 100년의 진단을 기획했다. 이는 대종사의 깨침을 다각도로 조명해 보자는 취지다.

소태산대종사 이 땅에 오신 뜻은?

하버드대 교수 새뮤얼 헌팅턴이 말한 바와 같이 종교는 문명충돌의 산물이다. 불교가 황하 문명과 간디스 문명의 충돌에서 탄생했다면, 그리스도교는 이집트 문명과 에게 문명의 충돌에서 탄생했다. 그런 의미에서 대종사가 동양과 서양의 대 문명 충돌이 일어나는 한국에서 태어나심은 당연하다.

대종사는 새 시대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바야흐로 동방에 밝은 해가 솟으려 하는 때이니, 서양이 먼저 문명함은 동방에 해가 오를 때에 그 광명이 서쪽 하늘에 먼저 비침과 같은 것이며, 태양이 중천에 이르면 그 광명이 시방 세계에 고루 비치게 되나니 그 때야말로 큰 도덕 세계요 참 문명 세계니라." "개벽의 주체는 한국이요, 장차 세계의 도덕적·문명적, 그리고 정치적 중심지가 될 나라도 한국이다."

그래서 일찍이 인도의 시성 타골은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촉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고 한국의 미래를 예찬했다.

한국은 불종불박(佛宗佛朴)의 땅이다. 불종불박은 신도안 대궐터 바위에 무학 대사가 새긴 글씨로 추정하고 있다. 장차 불법 세상이 오는데, 그 때 주세불은 박씨라는 의미다. 대종사가 원불교를 개교한 100년 전의 한국은 신종교 운동의 발흥기였다. 이들 중 특히 동학, 정역, 증산교 그리고 단군 신앙에 바탕을 둔 신흥종교는 300여 개나 됐다. 그런데 현재 명맥을 잇는 종교는 수개에 불과하다.

통계청의 2005년 인구조사 결과 불교, 개신교, 천주교를 제외한 종교별 신도 수는 유교 104,575명, 천도교 45,835명, 원불교 129,907명, 증산교 34,550 명, 대종교 3766 명이다. 1985년 이후에 모든 민족, 신흥 종교의 교세는 급격히 감소되었다. 유일하게 원불교만이 2005년 통계에서 신흥종교는 물론 기성종교인 유교를 재치고 불교, 개신교, 천주교와 더불어 4대 종교의 반열에 올랐다. 고 노무현 대통령, 고 김대중 대통령 장례식에 4대 종교로 참가한 것이 대표적 예다.

원불교는 작지만 강한 강소종교

2014년 원불교는 국내외 570여 개 교당(국내 510개, 해외 60개), 전무출신은 약 2000여명, 원불교에서 정식절차를 밟은 재가교도만 약 70만 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입교자와 가족까지 합하면 120만 명이 넘는 교세다. 그러나 불교의 천만, 개신교의 8백만, 천주교의 5백만에 비하면 양적으로는 절대적인 열세다. 그러나 질적으로 3대 종교를 추월하는 분야가 있다. 한의학, 국악 활동, 대안학교 분야다.

한의학 분야 - 원광대학 한방병원을 중심으로 종합병원·한방병원·보화당한의원 등 30개 의료기관과 원광제약주식회사, 보화상사 등 제약계통의 사업체가 있다.

국악 분야 - 특히 국악 부문의 인간문화재는 거의 원불교 교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문화재 또는 동급의 인재들이 많은 데 원불교 국악인회와 원음국악관현악단을 통해서 국악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대안학교 - 한국 최초의 대안학교인 영산성지고를 비롯하여 11개의 특성화고가 있다. 1998년 한국 최초로 6개의 특성화고가 개교하였는데 그 중 3개가 원불교 교립이다.

교육·자선·문화사업 우위

또한 교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우세한 교육·자선·문화사업 등 우위분야를 갖고 있다.

교육 분야 - 원불교는 교육이 세계를 진화시키는 근원이자 인류를 문명케 하는 기초라는 정신으로 원광대학교·영산선학대학교·원불교대학원대학교 등 8개 대학기관과 원광고등학교 외 7개의 중·고등학교, 136개의 유아교육기관을 설립해 인재양성과 장학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한겨레 고등학교 등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자선복지 분야 - 14개 사회복지법인 212개 시설(교단원로정양시설 5개소, 노인유형시설 102개소, 아동유형시설 48개소, 장애인유형시설 21개소, 청소년유형시설 2개소, 지역복지유형시설 17개소, 기타유형시설 17개소)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사업 분야 - 한방건강TV·FM라디오 원음방송·원불교신문·월간원광·원불교출판사 등의 문화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청출어람, 통섭성의 깨침

원불교의 독야청청의 배경에는 청출어람의 통섭성에 있다. 〈대종경〉 서품에 대종사의 깨침은 '만유가 한 체성이며 만법이 한 근원이로다. 이 가운데 생멸 없는 도와 인과 보응되는 이치가 서로 바탕 하여 한 두렷한 기틀을 지었도다'고 밝혔다. 바로 일원상 진리다. 원불교 창시에는 불법연원과 기타 신흥종교 영향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모든 종교의 교리를 융합하는 통섭을 통해서 모든 종교를 뛰어 넘고 있다.

대종사의 가르침은 어느 종교에도 있다. 천지은은 도가에, 부모은은 유가에, 동포은은 불가에 법률은은 법가에 있다. 그러나 천지은과 부모은, 동포은과 법률은을 4은으로 통섭한 종교는 원불교뿐이다. 원불교 '개교의 동기'의 개벽사상은 동학의 수운과 증산이 발제했지만 완성은 대종사가 했다. 원불교는 세계 종교의 종합세트다.

불교를 연원으로 출발한 대종사의 깨침이 청출어람이 된 것은 보편성의 추구에 있다. 이는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어려운 한문으로 된 81,340경의 방대한 대장경, 불교 선사들의 전유물로 간주되던 일원상을 재가 출가 동일하게 누구나 신앙의 대상으로 만든 보편성이다.

정법 신앙 - 당시의 불교는 정법 신앙이 쇠퇴하고 무속신앙과의 결합한 말법의 기복신앙이었다. 기복신앙을 타파하고 정법시대를 열기 위해서 무불상 시대로 돌아가 진리불 신앙을 여신 것이다. 일체의 주술성이나 이적을 금한다. 대종사는 제자인 정산종사가 기도 중에 영통이 나타남으로 이를 없애고 큰 공부를 위해서 토굴에 가둔 적이 있다. 이는 증산교 등 신흥종교가 신통이나 영통으로 정법을 잃고 분열됨을 예방하신 조처다.

현생 중심의 찰라 인과론 - 불교에서는 삼세인과를 중시한다. 그래서 현생보다는 내생의 인과를 중시한다. 그러나 원불교는 내생의 인과 보다는 현생의 인과에 중점을 두는 생산적인 종교이다. 우리가 소중히 해야 할 인과는 저 먼 피안의 세계가 아니고 지금 이 순간의 '무시선' 지금 이 곳의 '무처선' 지금 이 사람의 '처처불상' 지금 이 일의 '사사불공' 지금 이 하루의 '일일신우일신' 지금 이 회상의 일원세계에서 찾는다.

산 종교 신앙 - 대종사가 설계한 새 세상의 종교는 수도와 생활이 둘이 아닌 산 종교 즉, 영육쌍전과 이사 병행의 깨침이다. 원불교는 기성 불교의 비생활적인 현실 도피를 과감히 탈피하는 생활 속의 불교를 표방했다. 생활불교는 의식주를 구하려는 사회생활과 수양력, 연구력, 취사력의 삼대력을 얻으려는 불법수행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 따라서 불법수행을 위해서 생활을 떠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를 통해서 세속생활을 불법의 심오한 경지까지 끌어올리는 생활 속의 종교 운동이다. 따라서 대종사는 불교의 개혁만이 아니라 종교의 개혁을 통해서 진리와 생활의 일치를 통한 종교의 생활화, 생활의 종교화로 활불을 만들고 불국세계를 건설하였다. 저축조합을 시작으로 정관평 간척사업으로 1년 만에 2만 6천평의 논을 만들었다. 이는 신심을 알고 사업성취를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알고 복록이 오는 근본을 알며 솔성하는 법을 골라지게 하기 위해서였다. 간척사업을 통해서 일심합력, 이소성대, 사무여한, 무아봉공의 창립정신의 솔성을 행교로써 깨우쳐 주었다.

일원주의 - 일원상은 불교에서도 승찬 이래 1천 7백 공안의 하나였다. 이것을 원불교에서는 신앙의 대상이자 수행의 표본으로 삼음으로써 자타가 인정하는 소유권을 취득했다. 또한 불교의 인과론과 도교의 음양 상승의 도를 융합하여 원불교만의 유일한 일원상 진리를 전개했다. 일원상은 무한한 공간에 가득 차서 안과 밖이 없으며 무궁한 시간에 사뭇 뻗쳐 고금과 시종도 없다. 또한 크다 작다, 많다 적다, 높다 낮다, 깊다 얕다 시비할 수 없으며, 거짓 참 등 온갖 차별을 붙일 길이 없다. 그래서 일원상 진리를 깨치면 성현의 가르침이나 팔만대장경이 필요 없다.

일원상의 동그라미는 불교의 공사상을 나타내는 영을 의미하기도 하고 좋다는 의미의 OK, 돈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하나라는 동아리를 의미하기도 하고 때로는 불혹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하수구의 뚜껑이 일원상이다. 업장이 멈춤을 의미한다. 그래서 목탁의 금의 진행을 막기 위해서 원형의 구멍을 뚫는다. 편익을 위해서 인류는 일원상인 수레바퀴와 도르래를 발명하였다. 밀교의 만다라는 윤원구족(輪圓具足)의 영원성과 역동성을 암시한다.

일원은 최초를 의미한다. 그래서 태초의 우주의 빅뱅이 일원상을 그린다. 일원은 우주의 본원을 의미한다. 그래서 은하계가 일원상을 그리며 운행한다. 일원상은 물질의 기본을 의미한다. 그래서 원자의 세계는 일원의 핵을 중심으로 전자가 돈다. 생명의 기본인 세포의 핵도 일원상을 갖고 있다. 일원상은 한국을 상징한다. 그래서 서울 올림픽 개막식에서 굴렁쇠 굴리기를 연출했다. 그래서 한국의 소리는 둥글다. 사물놀이 악기는 모두 원형이다. 한국의 춤은 둥글다. 부채춤은 일원을 그리고 강강술래가 일원을 그린다.

물리적으로 보면 일원은 한 점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점의 자취다. 그래서 일원주의는 평등주의다. 그래서 평등한 회의는 원탁회의를 한다. 일원주의는 반상의 차별, 적서의 차별, 노소의 차별, 남녀의 차별, 종족의 차별이 없는 대세계주의, 전체주의, 전생령주의를 추구한다.

정산종사는 법어 도운편 24장에서 "초왕은 나라를, 공자는 인류를, 대종사는 우주 만물을 한 집안 삼으셨나니, 이가 곧 세계주의요 일원주의니라"라고 대종사의 깨침의 광대무량 함을 설명했다.

원불교 100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그러나 우리 원불교는 종교 역사상 전무후무한 양성평등의 출가단의 편성, 재가 출가의 불이의 일원주의는 세계 주세교단으로서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을 두루 갖추었다.

5대 종법사를 거치는 동안 검증된 신종교의 면모를 내외 만방에 선포했다. 이제 '한번 날면 구만리를 난다'는 봉황의 도약처럼 실천이 필요한 때다.

<중곡교당/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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