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공사 하듯 개척한 남양주, 봉불로 꽃 피우다

▲ 남양주교당 교도들이 법회 후 활짝 웃으며 신축봉불과 개척교화의 희망을 기원하고 있다.
척박한 교화현장의 수고로움이 얼마나 깊었을까. "나는 대종사님 방언공사 하듯 살았어요!"라는 전화기 속 양인숙 교무의 말 끝에 기자는 그만 눈시울이 붉어졌다. 양 교무는 경기도 교화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신축봉불을 앞둔 희망의 터전

기자가 찾은 남양주교당은 4월20일, 신축봉불을 앞두고 정갈하게 단장돼 있었다. 예로부터 풍수가 좋다는 백봉산 자락과 남양주 시청이 바로 옆 자리해 있고, 1600㎡의 너른 대지위에 조성된 281㎡의 법당과 생활관은 단층의 조립식 건물이지만 정남향으로 쭉 뻗어 있어 매우 기운차고 크게 느껴졌다. 교당 주변 곳곳에는 미래교화를 위해 심었다는 유실수와 꽃잔디가 교도들의 희망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남양주교당 교도들은 30∼40대 교도들로 풍성하다.

막막하기만 했던 개척교화

남양주에 개척의 씨앗을 뿌린지 18년, "무모하게 겁도 없이 올라와 고생 참 많이 했다"며 "그러나 개척의 기회를 주신 것은 진리 부처님과 스승께서 주신 큰 선물이다"고 지난 날을 회고하는 양 교무. 이미 정읍 이평교당과 전주 팔복교당 개척의 역사를 일군 인물이다.

그는 개척에 앞서 1년간 조카인 양덕천 교무(구리교당)와 함께 구리, 군포, 의왕 등 경기도 일대를 샅샅이 돌아봤다. 이는 앞으로 경기도의 발전을 미리 예견하고 익산, 전북, 서울에 집중돼 있는 교화 흐름을 극복해 보고자 의지를 다져왔던 것이다.

2013년 3월 기준, 경기도 인구는 12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럼에도 경기도 지역의 교당은 28개에 불과해 42만명당 1개가 있는 셈이다. 지금도 경기도 일대와 세계지도를 펴놓고 개척을 꿈꾸는 그는 "우리가 아웅다웅하며 작은 마음으로 살 것이 아니다"며 "선진들이 이뤄놓은 교화사업을 유지하는데만 급급하지 말고, 내가 노력해서 교단을 이루려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우리에겐 이렇게 할 일이 많다"며 꺼지지 않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부처님 '속 진리' 가르치는 원불교

처음 세 들어 살던 교당 집 주인은 불자였다. 근처 사찰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원불교로 다니고자 동료들과 함께 교당을 방문했다. 정성스럽게 기도를 마친 후 그가 대뜸 "원불교는 절하고 똑같다면서 왜 법당에 부처님이 안계시냐?"고 묻자 양 교무는 "저 둥근 일원상은 석가여래 부처께서 깨친 '속 진리'다"고 다부지게 설명했다. "아마 그 당시 돌부처 하나만 법당에 모셨으면 엄청나게 교화가 됐겠지만 정법회상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불자들이 하나 둘 인연이 됐고, 교당의 열악한 처지를 지켜보며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 당시 시청 고위공무원이 "앞으로 국가에서 노인복지에 관심이 높아질 것이니 원불교가 그 일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에 그는 희망을 갖게 됐다.

그러나 가난한 교당 형편에 백방으로 돌아다니며 경제적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하기 일쑤였다. 그는 "경제적 상황이 어렵다"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하고 "교단에서 아직 정책적으로 더 고려해야 해서 추진하기 어렵겠다"고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 즉시 타 종교단체에서 시설을 유치해 갔다.

그는 당시 교단에 대한 섭섭함과 아쉬움이 컸다. "그때 나와 교도들은 이를 악물었고, 반드시 이곳에서 성공해 내리라"는 다짐으로 결사했다. 이후 '시립오남복지어린이집' 위탁 기회를 잡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남양주와 구리교당의 생활터전을 마련했으니 개척 2년만의 일이었다.

교당에서 3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시립오남복지어린이집'은 남양주 지역 명문시설로 정평이 나있다. 48명 정원에 5개 반이 운영되고 있는 시설에는 홍만덕 정토가 원장으로 있으며, 8명의 교사와 직원들이 교법정신을 실천하고 있고, 교당을 다니며 마음공부에 재미를 부치고 있다.

특히 '재정의 투명성', '유기농 먹거리', '저렴한 가격'등의 원리 원칙에 바탕해서인지 아직까지 자모들로부터 민원 한건이 없이 대기자가 줄을 서고 있다.

손나경 주임교사는 "생활정보지 구직광고를 보고 왔다가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시설임을 알고 너무나 기뻤다"며 "생태교육, 1분 선하기, 마음공부 인성교육을 중심으로 운영해서인지 아이들의 폭력성과 즉흥성이 감소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됨으로써 자모들의 기대와 선호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홍 원장은 "지역주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원불교가 위탁 받았다는 사실을 늘 상기하며 지난 15년동안 철저히 관리 감독한 결과 관청과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며 오늘날 남양주의 개척교화가 가능했던 것은 이러한 신뢰가 바탕했음을 밝혔다.
▲ 남양주교당의 3040세대들이 법회 후 교화단 활동을 하며 가정과 직장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남양주의 교화 DNA '적공'

개척에 임하면서 그가 작정한 것은 '적공'이다. 18년간 교도들과 일심합력이 되어 교당을 이끌어 가는데 적공의 힘이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교도들은 한결같이 그를 '교법스승'으로 받들고 있다. 그는 아침 저녁 하루 4시간씩 좌선과 염불로 공을 들인다. 매일 매일 쏟아지는 코피가 겁이 나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아마 진리께서 '코피를 쏟으면 스스로 그만 두는지 안두는지 시험해 보시는구나'하는 한 생각이 나고 부터 신기하게도 코피가 멈췄다"고 말한다.

그는 법호를 받은 뒤로는 일체 사육을 끊고 공부 하니 매사에 판단이 분명해지고 뜻하는 일들이 밝게 알아지는 등 정신이 맑아지는 현상을 체험했다. 또한 그는 적공할수록 세세생생 전무출신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확고한 각성과 함께 교화를 넘어 정법회상을 만났을 때 공부해야 한다는 원력이 굳건히 세워졌다.

봉불은 새로운 개척의 시작

신축봉불이 있기까지는 물심양면 헌신불사한 양철훈, 이원직, 박인옥, 심천연 교도가 있었다. 이수제 교도회장은 "이분들의 뒤를 이어 우리 교도들도 화합정진과 일심원력으로 살아갈 것을 표준잡고 있다"며 "이번 봉불식을 통해 교당불사의 기회를 갖게 돼 너무나 행복하며, 사람이 많고 적음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신심'으로 역사를 이루게 되는 것임을 확실히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재정분과장을 맡고 있는 홍정도 교도도 "부녀회장직과 관공서 업무를 하다보니 지역에서 원불교를 바라보는 긍정적 자세가 날로 깊어간다"며 "이는 재가 출가교도가 한 지역에 오랫동안 공을 들였기에 가능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양 교무는 "현재 교당소유의 상가건물과 토지가 처분되면 17사단 교당 신축기금으로 2억원을 지원할 것이며, 나머지는 개척교당 지원사업으로 활용할 계획이다"며 "남양주에는 판교만한 읍·면·동이 8개나 있다. 교통의 요충지라 개척의 꽃을 피우기에는 이만한 적지가 없다. 교역자들이 함께 숙식하고 수행하며 출퇴근 하는 공동체 교화를 설계하고 있다"고 희망을 전했다.

4월20일, 남양주교당 교도들은 봉불을 앞두고 흥분과 기쁨에 들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올 손님 맞이에도 분주하지만, 더 바쁜 건 교당 앞에 펼쳐질 미래 개척교화를 꿈꾸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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