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 감동시킬 법문 번역이 급선무' 이윤덕, 소원공, 장호준 교무

노스캐롤라이나교당 소원공 교무.  부에노스아이레스교당 장호준 교무.
교단의 해외교화가 초창기 어려움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새로운 세기를 향해 항해 중이다. 본지에서는 5월20일 해외 출가교역자대회를 앞두고, 부득이 참석하지 못하는 교무들을 대상으로 e-mail 대담을 준비했다. 대회에 참석은 못하지만 현지 적응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전수하고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기획된 대담에는 유럽교구 레겐스부르크교당 이윤덕 교무와 미주동부교구 노스캐롤라이나교당 소원공 교무, 부에노스아이레스교당 장호준 교무가 참여했다.

- 해외교화를 하게 된 동기.

이 - 경주화랑고 교무로 근무할 때 독일인 교도들이 방한해 경주지역 관광 안내를 맡은 적이 있다. 그때 인솔한 사람이 원법우 스탑나우 교무다. 평소 해외교화의 중심축은 현지인 교화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당시 원법우 교도의 교무고시 시험 과정 등을 함께 할 기회가 생겼다. 교단과 교화에 대한 생각이 서로 맞아 함께하게 된 것이 11년이 됐다.

소 - 출가서원을 한 뒤 원불교학과 새도반 훈련 때 스승님들께서 '영어공부를 하라'는 말씀이 귀에 꽂혔다. 평소 어학공부에 관심이 많던 나는 '어학공부를 열심히 해서 해외교화에 힘써 보리라. 관심 있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보람 있는 일이다'라고 생각해 준비했다.

장 - 학창시절부터 영어공부에 관심이 많았다. 또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외국인들과 교류하게 됐고, 그 느낌들이 좋아서 더욱 해외교화에 꿈을 가지게 됐다. 이런 것들이 발원이 돼 국내 교당에서 1년 근무하고 해외로 나와 19년째 아르헨티나 교화를 하고 있다.

- 어려웠던 점 혹은 보람된 사례는.

이 - 일단은 언어문제가 제일 컸다. 그 다음은 다양한 문화 차이와 경제적 문제다. 레겐스부르크 시장의 특별한 배려와 원법우 교무의 노력으로 영주권을 일찍 얻으면서 4년 전부터 독일식당에 정식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생존권이 해결되니 큰 어려움은 벗어났다. 남원교당 원화어린이 예술단 공연으로 원불교를 독일 사회에 알렸고, 교당이 지역사회에 정착해 교도들과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행복한 교무인 것 같다.

소 -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 무연고지에 개척교화를 하느라 어려웠다. 상당수의 본토인들은 과거에 있었던 천주교나 기독교에서의 체험이 긍정적이지 않아서 '종교적'인 성향을 가진 모임에 대해 거부하는 마음이 있다. 네이트 (Nate)씨는 평생 내과 및 정신과의사로 일하다가 은퇴하고, 1년 전 대각개교절 오픈 하우스 행사에 교당을 처음 방문한 뒤에 교당 생활을 열심히 하는 분이었다. 네이트씨는 '종교적'인 색채가 나는 요소를 싫어한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지금은 알뜰한 교도로 교당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장 - 주어진 상황에 잘 적응하면서 사는 것이 삶의 원칙이 됐다. 이런 원칙이 나를 특별한 어려움이 없게 만들었다. 현지에서 인연이 된 사람들 중 인생의 어려운 시기에 원불교를 만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기쁨을 느낀다.

- 원불교의 현지 토착화에 대한 의견은.

이 - 현지인들과 호흡하며 현지인들에게 필요한 교당이 돼야 한다. 우리 교당은 나와 이성전 원 교무의 정토가 레겐스부르크시 외국인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시와의 교류가 더 활발해졌다. 그동안 해왔던 교화동력으로 독일 청소년들을 마음공부에 바탕한 교육을 시킬 유치원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또 여러 곳의 김나지움(인문계중·고교)과 레알슐레(실업계중·고교), 초등학교 대학종교학부 강의를 통해 원불교 마음공부와 선을 지도해 왔다. 켈하임 김나지움에서는 선방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며 우리에게 운영을 의뢰하는 등 현지 토착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소 - 서구문화에서 원불교가 자리 잡기 위한 작지만 놓칠 수 없는 관건은 교역자들의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본토인들이 발음하기 편하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가졌을 때 본토인들과 형성되는 유대감은 매우 빠르고 교화의 파급력도 더불어 커진다. 16년간 미국에서 나의 이름, 원공(WonGong)를 소개할 때마다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쏟아야만 상대방이 조금 더 기억하더라. 언젠가는 한 미국인이 나의 이름을 핑퐁(PingPong)으로 기억을 해서 한바탕 웃은 적이 있다. 발음을 어려워하는 사람에게는 핑퐁으로 부르라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 이름을 기억해주는 것을 중요시하는 것이 서구 문화중의 하나인 것 같다. 교당에서 함께 교화 공부하는 교무들의 이름을 몇 년이 지나도 기억하지 못하거나 발음하기가 어렵다면 문제가 있다. 쉽게 기억될 수 있는 이름이 교화에 긍정적인 파장을 가져 올 것이다.

장 - 현재 남아메리카에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에 교당이 설립됐다. 이 교당을 잘 발전시켜 남미 각국에 교당이 들어설 수 있도록 인재양성에 힘을 쓰자. 남미지역은 동일한 언어와 비슷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어 개척교화에는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현지 토착화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원불교 교재를 현지 언어로 꾸준히 번역해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교를 중국 한자로 번역한 인도승 구마라집과 같은 훌륭한 번역가가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 해외교화에 다른 제언을 한다면.

이 - 해외교화는 교화 준비자가 언어, 생활의 자립 등을 우선순위로 둬야 한다. 언어문제는 간사 때부터 준비하면 좋겠지만 대학과정에서 해외교화 지망자를 선정해 시간적인 배려를 해 줘야 한다. 생활문제도 현지 사정에 맞는 어학연수비와 의료보험 지원금 같은 배려도 꼭 필요하다. 교구체제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한 두개 교당이라 하더라도 언어권별로 정착할 수 있어야 현지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소 - 교서 및 참고 법문집의 주옥같은 말씀들을 본토인이 읽고 감동할 수 있는 번역본을 만드는 일이 큰 과제다. 교당에서 훈련 및 설교를 준비하거나 법문을 활용한 교화용품 및 카드를 만들 때 사용하는 법문들은 그 번역이 혹 오해를 불러오지는 않은지 조심스럽게 살피고 또 살핀 후에 사용하게 된다.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본토인들의 피드백을 받아 이곳 정서에 맞는 언어로 법문을 다듬는 일이 중요하다. 한 줄의 법문일지라도 본토인들의 정서를 고려해 이들의 마음을 적실 수 있는 교서 및 법문 번역이 되기를 늘 바라고 염원한다.

장 - 해외 교화자간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로 상호교류와 인접 교당 간 방문 등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교화자의 사기를 북돋아 주고 교육과 훈련의 기회가 주어져 교화자의 역량이 계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 해외 교역자대회에 참석하지 못해 아쉽다.

이·소·장 - 각국에서 교화하고 있는 교무들과 함께 하지 못해 안타깝다. 해외 교역자대회가 최소한 1년 전에 공지됐으면 좋겠다. 교당과 지역행사 등이 있어 한국에서의 일정을 빼기가 쉽지 않다. 해외교역자 모두 심신 간 건강하고 행복한 교화로 대종사님의 교법을 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사를 진행하는 교정원 국제부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5월 해외 출가교역자대회 불참, 아쉬워

해외 교화자, 의료보험 지원 등 배려 필요

교육과 훈련의 기회 제공돼야, 성장 지속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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