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에 공감할 때 좋은 발명 나와요"
국제발명대회 휩쓴 친환경 흑삼 탈모샴푸
끝없이 연구하고 소탐대실 말아야

컴퓨터·전화기·자동차·바퀴·전기. 현대인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로 보이는 이들의 공통점은 '발명품'이라는 것이다. 누군가의 불편함 혹은 상상력에 생각의 날개를 더해 만들어진 역사적인 발명품들은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가치관 및 사고체계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이나 비행기를 만든 라이트형제, 혼천의와 자격루를 내놓은 장영실 등 시대를 이끈 발명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의문을 지니되 이를 포기하지 않고 결국 이루어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가 주목하는 여성발명가 김명숙(법명 은정, 강남교당) 교도 역시 이같은 길을 걸어왔다. 주)원라인썬 대표로 사업체 운영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그는 '중간에 그만두는 것은 포기하는 것일 뿐, 실패란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발명은 대상을 관찰하고 불편함에 공감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제게는 반려견 미미와 만복이가 그랬어요. 문득 입장을 바꿔 개들이 느끼는 세상과 제품에 대해 의문을 가진 거죠."

일본 생활 내내 미미와 만복이는 가족 이상이었다. 어느날 그는 막 목욕을 시킨 개들에게서 무심히 좋은 향기를 맡았다.

"개들은 후각이 엄청나게 발달되어 있잖아요. 저야 향기가 좋다지만 개들에겐 큰 고통이라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 길로 병원이며 애완동물숍에 향이 없고 자극 없는 샴푸를 찾아다녔는데 하나도 없더라고요."

보통 사람이라면 낙담하고 포기했겠지만, 그는 달랐다. '어디에도 없다면 내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십년 넘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무역을 해온 그지만,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무색 무취에 자극이 없도록 철저히 친환경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만족스러운 제품이 아닌, 개들이 편안해 할 수 있어야 했죠."

구할 수만 있다면 비용을 아끼지 않고 들여와 긴긴 밤을 연구했던 그 결국 찾아낸 답은 우리 전통의 '흑삼'이었다. 본래 '1%라도 확실하지 않으면 절대 만들지도, 권하지도 않는다'는 신념답게 반려견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이다. 이내 미미와 만복이는 순해지고 편안해졌고, 알음알음 지인들에게 선물한 샴푸며 구취제거제 등이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그러나 당시 효소며 화장품, 속옷 등 이른바 '보따리장사'로 시작한 무역업이 나날이 번창하고 있었다. 한국에 처음으로 고가의 보정속옷을 소개하고 고품질의 마스크팩을 들여오는 등 하루를 쪼개고 또 쪼개쓰던 때였다.

"30년 넘게 그런대로 해왔기에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2008년 부도가 난 거예요, 그것도 17억 정도의 규모로요. 그래도 아, 이젠 갚는 시기구나 생각하며 감내하고 버텼습니다. 그때 바로 그 애견용품이 생각난거죠."

"이 정도면 사람이 써도 되겠다"고 했던 지인들의 권유가 생각난 김명숙 교도. 그는 다시 흑삼에 집중했다.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건조시키는 구증구포를 거쳐 액기스로 나오기까지 120일까지 걸리지만, 추출되기만 하면 어떤 제품에도 활용될 수 있는 놀라운 재료였다. 부도로 힘든 시기였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가능성있는 시장을 살폈고, 원기95년 탈모상품 개발을 시작해 원기97년 주)원라인썬을 창립하기에 이른다. 수년전의 제대로 된 연구, 발명 하나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다.

"조금 불편하고 말지 뭐, 하는 게 저에게는 맞지 않아요. 의문이 풀릴 때까지 궁구하고 연마하는 길 가운데 답이 있지요. 전공자가 아니니 더 열심히 책과 논문을 뒤집니다. 그리고는 결정을 하면 절대 한눈 팔지 않죠."

흑삼을 활용한 탈모방지샴푸 '춘하추동'은 원기97년 제네바 국제발명대회와 피츠버그 국제발명품 및 신제품전시회, 원기98년 모스크바 국제발명품 및 신기술전시회, 국제여성발명대회,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큰 상을 휩쓸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창립 이듬해 이미 일본과 독일에 수백억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으며, 최근 3월 3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을 받는 겹경사를 맞았다. 그러나 '이제는 거두는 시기'일 거란 예상에 그는 고개를 젓는다.

"세계적으로 탈모 시장은 이미 성숙해져서, 샴푸는 길어야 5년을 바라봅니다. 그러나 친환경 애견용품 시장은 그 거대한 문이 열리고 있어요. 흑삼이라는 원료에 대한 특허가 있으니 어떤 제품으로든 만들 수 있지만, '알버트' 브랜드로 조금 알려졌다고 성급히 내놓다보면 향후 10년을 그르치지요. 장사든 사업이든 다 때가 있는 겁니다.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않는 게 사업가에게는 참으로 중요하고 또 어렵지요."

최근 서울에서 청주로 본사를 이전하며 더 넓은 세상으로의 도약을 준비중인 주)원라인썬의 김명숙 대표. 10년 전 일본으로 만덕산 효소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이양신 교무를 만나 요코하마교당에서 입교한 뒤 도쿄, 강남에 이어 최근 청주교당에 출석하고 있다. "교당을 다니면서 그동안의 의문이 많이 풀리며 보은봉공의 서원을 세웠다"고 밝혔다. '미혼모자활센터'를 열어 주)원라인썬이 미혼모와 아이들에게 직업과 교육의 터전인 동시에 수익기관으로 활용되길 바란다는 것. 서울봉공회와의 연계사업은 물론, 더 많은 기회에 교단과 교도들에게 보은하고 싶다는 포부다. 최근 FDA 승인을 자축하는 의미로 5월 한달동안 원불교 교도들에 한해 탈모샴푸셋트를 50% 할인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