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신성, 굽이마다 종교적 메시지

▲ 일산교당 이경식 교도.
'오시나 온 바 없고 가시나 간 적 없어/ 스승님 자취인즉 어디라도 남아 있고/ 스승님 말씀인즉 언제라도 울릴지라/ 은혜는 샘물처럼 그리움도 가이없네.' 대산종사 칸타타 마지막 곡인 '추모의 정' 3절이다. 흔적이 없는 듯 흔적이 있고, 경계마다 스승님의 말씀으로 마음을 챙기게 하는 그리움의 대상을 노래한 것이다. 5월25일 대산종사탄생100주년 기념대법회를 앞두고 서울과 부산지역에서 대산종사 칸타타 '구만리 하늘에 봉황이 날다'는 대공연이 펼쳐졌다.

총 여덟 작품을 완성한 일산교당 이경식 교도. 대산종사 칸타타 원작사자인 그를 만나 대산종사의 삶을 추모해 봤다.

원불교문인협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구만리 하늘에 봉황이 날다'라는 제목은 중국의 고전 〈장자〉 소요유편에 나오는 한 번에 구만리를 난다는 붕새의 이미지를 따다 쓴 것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탐욕과 명리 등 세속적인 속박에서 벗어나 우주를 마음대로 노니는 붕새가 지인(至人)의 경지를 말한다면, 최상의 서조(瑞鳥) 봉황이야말로 세상을 구하고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와 성인의 경륜을 상징하기에 알맞다"고 자세히 설명을 덧붙였다.

작사를 완성해 가면서 느낀 대산종사에 대해 그는 "여래의 진면목을 한두 가지 측면에서만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호연대기(浩然大氣)란 말도 있듯이, 그 경륜은 진묵처럼 '하늘로 이불 삼고 땅으로 요를 삼고 산으로 베개 삼는 경지'로 이야기 하고 싶다"는 조심스런 마음을 꺼내 놓았다. 걸림도 없고 거침이 없는 한 생을 살다 가셨다는 것이다.

그는 대산종사의 어떤 업적에 크게 감명을 받았을까? 또 그 감명을 작사에 어떻게 반영 했는지에 대해 "'사공'이란 작품에서 우주를 가리켜 조그마한 배라고 할 만큼 성격이 호방하면서도 대종사와 정산종사를 깍듯이 받들며 스스로 '소자, 소제, 소동'을 자처하는 겸손한 신성이 놀랍다. 그 정신으로 제생의세 사업의 스케일은 항상 호대했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모두가 감명의 반영이지만 마지막으로 붙인 '추모의 노래'에 그 뜻이 보다 많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추모의 정' 1절은 '진안이라 만덕산 봉황이 깃을 치니/ 구만리 긴 하늘에 날갯짓이 눈부시다/ 원하노니 성불제중 비노니 세계평화 / 고행난행 겪고 나서 대원정각 이루셨네.' 2절은 '변산 연꽃섬에선 스승님 법 밝히시고/ 계룡 신도안에선 자비경륜 다듬으시고/ 왕궁 비닐집에선 무량법문 메아리치니/ 천불만성 싹틔우고 억조창생 복을 여네.' 후렴구는 '소동 소자 소제 자처하시나/ 크고 크신 여래시라 대산 종사여'다.

그는 작사 전반을 자평하기도 했다.

그는 "대산종사의 종교적 생애를 그리다 보니 아무래도 용어 선택이나 시적 은유(알레고리)에서 한계가 있었다. 아름다운 표현보다는 종교적 관념어들이 많아서 무거운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래도 청중들이 대산종사 생애의 굽이마다 숨어 있는 종교적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는 관점을 짚어주기도 했다.

그는 '대산종사 칸타타'를 작업하면서 느낀 원불교문화에 대해 충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원불교문화 전반이 그렇지만, 당장은 기성 종교의 선진한 문화 패턴을 학습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조금씩 차분하게 원불교의 독자적 정체성을 확인할 창조적 문화가 제 자리 찾기를 해야한다"며 "공연문화든 문학이든 원불교다운 것이 무엇인가 젊은 예술인과 작가들이 거듭 고민을 해 주고, 교단적 투자도 인색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그가 작사한 '구만리 하늘에 봉황이 날다' 칸타타 대본 전문(원문)이다. 대공연에서는 작곡가와 연출가의 필요에 의해서 일부 가감되기도 했다.


대산종사탄생100주년기념 칸타타 대본

'구만리 하늘에 봉황이 날다'

1. 오래된 약속

무극에서 태극으로 음양상승 돌고 도니/ 광막하다 우주여 장구하다 우주여/ 성주괴공 무량겁에 돌고 도니 삼라만상/ 태초인들 어디 있으랴 종말인들 어디 있으랴/ 우주를 감싸나니 반딧불 같은 마음 한 조각이/ 피었다 지고 나타났다 사라지니/ 괴롭다 즐겁다 기쁘다 슬프다 알고도 모를레라/ 번뇌를 쌓아가니 괴로움 바다요 불타는 집이라네

삼천 년 전 옛 부처님이 동쪽으로 오신 뜻은/ 영산회상 봄소식에 그 꽃을 다시 피워/ 용화회상 새 부처님으로 천지개벽 이루리라/ 맑은 바람은 바다 밖에 구만리를 불어오고/ 밝은 달은 구름 가운데 일천 강을 비추도다

해와 달이 빛을 잇듯이 전성 후성이 법을 주거니 받거니/ 영광에 해 솟으니 성주에 달이 떴네 진안에도 달이 떴네/ 도솔천에서 세 분 성인이 맺은 오래된 약속 있었네

영광에 해 솟으니 성주에 달이 떴네 진안에도 달이 떴네/ 도솔천에서 세 분 성인이 맺은 오래된 약속 있었네

*삽입: 성가 138장 나 없으매

2. 좌포의 인연

대한민국 전라북도 진안군 성수면 좌포리/ 산세 좋고 시내 맑아 인심조차 정겨운 곳에/ 부친은 김인오요 모친은 안경신이라/ 큰 인물 점지하소서 천지신명께 기도하니/ 태몽도 거룩할사 시내가 바다 되고/ 둥근 달 이 품에 안겨 광명이 넘치더라/ 1914 갑인년 춘삼월 십육일날에/ 만덕산의 덕을 입고 봉황산의 정기를 받아/ 숙세의 인연으로 이 땅에 오신 대산 종사여/ 인연 찾아 진안 오신 대종사님 만덕산서 초선 날 때/ 삼타원이 새 부처님께 어린이 대산 종사 인도했더니/ 야무져라 열한 살 소년의 꿈이 세계평화라네/ 싸우는 나라들 혼내주게 대포 만드는 법 알려달라네/ 서당공부 시들하고 신학문도 흥미 없어 오로지 궁금한 건/ 세상사람 오순도순 어우러져 사는 법이라/ 이로부터 성태장양 싹이 트니 거목 될 준비로다/ 부모님의 정성 크고 할머니 공덕은 별나게 많았더라/ 스승님 부르실 날 기다리며 크고 크니 대산이라

*삽입:성가 111장 사공

3. 불목하니 천덕구니

(합창)원기14년 정월에 열여섯 살로 익산총부 오시었다/ 할머니가 입교연원 되시니 법명이 큰대(大)자 들거(擧)자/ 정산 종사가 출가연원 되시니 법그릇을 아셨음이라/ 대종사 최초 법문이 '삼계의 대도사 사생의 자부'이니/ 눈과 귀가 새롭게 떠지고 비로소 새 마음 열리었다/ 대종사와 은부자 결의 맺고 정산 종사와는 형님 동생/ 이로부터 쇠죽 쑤어 소 거두고 총부 직원 이발하고/ 지게 지고 나무하니 불목하니 다 됐구나/ 천석꾼이 맏손자가 천덕구니 다 됐구나

(대사)해설(NAR)-어느 날 고향에서 당숙 김경태가 익산총부로 조카를 만나러 왔다. 북경대학 출신 지식인인 그는 이번 길에 조카를 데려다 유학을 시켜 큰 인재를 만들어 볼 심산이었다.

대산: 당숙님, 웬 일로 익산까지 오셨습니까?

당숙: 네가 고향 두고 익산 와서 어찌 사나 꼴을 보러 왔지. 이제 보아하니 졸지에 머슴꾼이 다 됐구나! 천석꾼이 김해김씨 우리 장손자가 큰 인물이 되어야지 이 노릇이 웬 말이냐?

대산: 당숙님,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일을 하려고 불법을 공부하는 중입니다.

당숙: 불법이라니!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케케묵은 불법을 닦는단 말이냐?/ 대산: 우리 대종사님 불법은 옛날 불교가 아니고, 후천 시대에 개벽을 선도하는 혁신 불교랍니다./ 당숙: 어허! 후천도 좋고 개벽도 좋다마는, 쇠죽 쑤고 이발하며 무슨 공부를 할 것이며, 지게 지고 나무하며 무슨 큰일을 하겠느냐? 큰 인물 되려면 당장 여기서 나와 일본이나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거라.

4. 우주의 주인

(독창)

당숙님, 들으시오, 이내 말씀 들어보소./ 세상에서 가장 큰일이 대체 무엇이며/ 세상에서 가장 큰 인물이 대체 누굴까요/ 재물 학식 지위 명예 부귀공명이 큰일일까요/ 세계를 주름잡는 영웅호걸이 큰 인물일까요/ 나는 대도를 얻은 후에 우주를 경륜하려 하오/ 세계를 평화롭게 인류를 안락하게/ 그것이 평천하 큰일이고, 그 사람이 큰 인물 아니겠소/ 머슴꾼이라 해도 좋소, 그 말이 차라리 낫소/ 나는 인류를 위해 일하는 머슴꾼이 되려 하오

(합창)

일하면서도 인생의 도리, 공부하면서도 우주의 섭리/ 대종사께 멍청이라 꾸중 듣되 잠깐인들 딴생각 하랴/ 이 몸 반드시 공중사에 던지리니/ 마음을 다 바쳐 영세토록 행하리다/ 열반 앞둔 대종사님 게송을 내리신 후/ 맞지도 않는 당신 신발 대산 종사 주시면서/ 선물이다 너 가져라 출세거사 너 받아라/ 삼독오욕 항복받고 생사해탈 시방일가 우주의 주인 되라/ 이심전심 당부하고 이심전심 부촉하니 그 아니 자비런가

*삽입: 성가 140장 (고요한 밤 홀로 앉아)

5. 업보인가 시험인가

(합창)

솔 키워 정자 보기라, 대종사님 걱정도 많으셨지만/ 팔산대봉도 처음 인도하고 삼산종사가 발심시켰네/ 주산종사가 뜻을 세워주고 원산대봉도 불경 가르치고/ 구산 송벽조 어르신은 유교 공부 눈 띄워 주셨지/ 정산종사는 은혜의 스승, 법의 스승, 마음의 스승이었네/ 자비하신 스승님과 다정하신 동지들 덕에 잔뼈가 굵었는데/ 한창 나이 서른에 병마가 침노하니 업보인가 시험인가/ 소대변도 방에서 가리며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니/ 폐결핵이 골수에 미쳐 보는 이마다 죽을병이라네/ 열에 들떠 좌선하고 생사초연 주문을 외우니라

(대사) 해설(NAR)-대종사 열반하시던 원기 28년, 서기 1943년에 대산 종사는 보화당 근무하던 김서룡 동지의 폐결핵을 간호하다가 그만 같은 병에 감염되고 말았다. 당시 결핵은 불치의 병으로 간주되던 판이라 대산 종사의 건강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식사담당女: 모시는 5개월 동안 거의 진지를 못 드셨어요. 보통 사람 하루 먹을 양으로 보름을 버티시니 뼈와 가죽만 남았답니다.

간호담당男: 앉지도 눕지도 못하시고 엎드려서 그 고통을 견디시네요. 차마 눈 뜨고는 못 보겠구려./ 한의사: 양의사가 포기한 목숨, 한의사마저 포기할 수 없어 약을 지어는 드리오나 아무래도 죽을 사람 같으니 기대를 접으시오.

(독창)나이도 창창(蒼蒼) 공부도 창창 할 일도 많은데/ 이것이 무슨 업보입니까 어인 시험입니까/ 대종사님 열반하시자 병마가 덮치다니/ 생사해탈에 토를 떼라 남기신 뜻인가요/ 차라리 죽어지이다 고통이 극심하여도/ 생사는 오고 가는 것이니 애착 탐착 두리요만/ 부처님, 진리부처님, 내가 필요 없는 사람이라면/ 오백 생 아니라 오억 생인들 다시 나와 닦으리다/ 부처님, 진리부처님, 내가 필요 있는 사람일진대/ 우주의 대권을 주셔서 만생령 위해 일하게 하소서

(합창)

함양대원기 보보초삼계 함양대원기 염념도중생/ 익산, 서울, 양주, 원평 돌고 돌며 요양하니/ 산짐승 벗을 삼아 숲을 걷고 약초 캐고/ 주문 외고 참선하고 기도하고 염불하네/ 폐 한 쪽이 사라지고야 업보를 갚았거니/ 대정진 대적공 그 동안 쌓은 법력은 얼마이던가/ 해방 후 한남동 서울사무소에서 이승만 김구 조봉암/ 정계거물들과 교제하며 정교동심으로 난세를 다스리고/ 원평 요양 시절에는 〈원상대의〉 〈정진문〉 짓고/ 대종사님 부촉 따라 〈대종경〉을 초안하셨네

*삽입: 성가 127장(심원송)

6. 봉황의 날갯짓

대종사님 열반 후에 정산 종사 보위에 올라/ 일제 패망 해방 혼란에 육이오전쟁 겪으시며/ 대종사님 크신 경륜 지성으로 받드시고/ 당신 후계로 대산 종사 점지하여 미리 준비시키시니/ 마흔에 수위단 중앙이요 교정원장 중임까지 맡으셨네/ 익산, 원평, 완도, 만덕산, 영산, 하섬 요양하며/ 대원정기함양하고 법과 제도 연마하며 보림함축이라/ 정산종사 열반하니 사십구 세 대산, 종법사위 오르시다/ 연원달기 운동으로 방방곡곡 교당 기관 들어서고/ 법위향상운동으로 천여래만보살 길을 닦으셨네/ 원광보건대, 영산선학대, 대학원대 차례로 문을 열고/ 후천 맞이 실력양성 세계교화 인재양성/ 바람 좋고 물 맑은 금수강산 골짜기마다/ 선원, 훈련원을 지으시고 교도 훈련 시키셨네/

일원대도 삼동윤리 종교연합운동으로 꽃피우자/ 반백년 기념대회 게송 미리 밝히시고/ 유엔과 유알(UR) 정교동심으로 세계평화 길을 열자/ 국내에선 종협운동, 교황 만나서는 유알 동참 호소했네/ 아시아 유럽 호주, 각별히 힘쓰기는 미주교화/ 오대양 육대주 세계만방에 일원상 진리 전파하여

세계평화 인류평등 대적공으로 달성하고
파란고해 일체생령 낙원으로 인도하려네

*삽입: 성가 136장 (진리는 하나)

7. 자비무량 거룩한 생애

보위에 머무신 지 삼십삼 년에 법치교단 진퇴의 도/ 선거로 후임 뽑게 하사 좌산 종사 후계자 삼고 / 주법 양위 모범을 보이시니 신선한 충격이라/ 온 누리 박수 받은 대사식 후 상사가 되시도다/ 남은 생애 마무리 삼아 부촉할 일 무엇인가/ 태평양 한 가운데 하와이 국제훈련원 봉불이라/ 미주선학대학원 만들고 미주총부 건설하라/ 이제는 더 이상 묻지 마라 내 갈 길 가리로다/ 원기83년 구월 십오일, 게송 다시 당부하고/ 이틀 후 열반상 나투시니 세수 팔십오 세 법랍 칠십 년/ 여래의 대자대비 인연이 닿는 곳마다 은혜로다/ 국경을 넘고 종교를 넘어 나라 안팎 애도하니/ 빛나는 생애로세 거룩한 생애로세 /

*삽입: 성가 191장 이 산하 대지에

8. 추모의 정 - 기사 본문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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