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회적 문제 분명한 비전제시 필요

▲ 박도광 교무 / 원광대 원불교학과
종교가 올바른 양심을 대변해 사회의 불평등과 부조리한 병폐를 고치는 의사와 같은 역할을 할 때 인류사회에 희망을 제시할 수 있다. 생명, 환경, 평화, 인권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교운동을 '참여불교(Engaged Buddhism)'라 부른다. 참여불교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직시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대표적 인물로 티베트의 14대 달라이 라마,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 등이 있다.

특히, 달라이 라마는 중국의 티베트 점령으로 인해 인도북부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울 수 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인류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며 티베트 불교를 세계화했다.

오늘날 원불교는 시대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 사회부조리를 개혁하기 위한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지금 원불교는 사회참여를 운동적 차원에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첫째 종교의 사회참여는 열린 시대정신에 바탕한 자기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 원불교의 이상적 세계인 '광대무량한 낙원'은 사후의 세계가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에서 이루어져야 할 목표이며 사회적 참여가 요구된다.

소태산대종사는 일제치하의 식민지 지배와 억압을 받는 어려운 제한적 상황에서도, 열린 정신으로 남녀 및 신분 차별이 없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불교혁신과 생활개혁, 제도적 혁신을 이뤘다.

원불교는 개벽사회를 주창했던 초창기의 개혁적 성향이 퇴보하거나 기성종교의 사회체제 유지와 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지는 않은지 심각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해방이후 독재정권하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미진한 대응 등 원불교 사회적 참여에 대한 역사적 반성이 필요하다.

원불교100년성업의 '원100비전'에서 2만 교화단 결성을 통해 전법교화의 계기를 만들고자 한 계획은 큰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세계교화를 확장하여 주세교단을 이루고자 한 비전들은 충분한 대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내지 못하고 있다. 대사회적 문제에 대한 분명한 비전제시가 필요한 때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해결은 여객선침몰 희생자를 위한 기원이나 그 가족에 대한 위로에 그쳐서는 안된다. 사회 전반에 걸친 부당한 유착관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작업취사의 목적에서 밝힌 '우리는 정의어든 기어이 취하고 불의어든 기어이 버리는 실행 공부'를 실현하는 청정한 교단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종교의 사회참여는 다양성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 시민운동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물론, 영광 및 부안 핵폐기장 반대운동의 경우, 시민ㆍ종교단체와 연계하여 정부계획을 파기하도록 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교단내의 인권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지만, 열악한 상황이며 정치ㆍ경제 등 사회전반적인 문제를 다루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 원불교의 사회참여를 성공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선, 국내외 비정부기구(NGOs)와 시민운동에 관련한 전문적인 교육시스템과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갖추어 시행해야 할 것이다.

원불교가 인류사회의 '참낙원'을 이루기 위한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적절한 사회적 참여가 결여되어 있다면, 사회로부터 유리될 수밖에 없다.

인류사회에 원불교의 시대정신을 실현하는 적절한 역할을 해야 개벽시대의 새로운 종교라 부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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