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존엄한 죽음 당부

▲ 김재성 원무/가락교당
서울 은혜호스피스에서는 안녕카드(사전의료의향서)작성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안녕카드를 작성하는 캠페인은 5년 전 서울교구 합동승급식 때부터 시작됐다.

안녕카드는 현대의학으로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단계가 되었다는 의료팀의 소견과, 또는 자신이 무의식 상태가 되어, 스스로 의사를 표하지 못할 때 작성하는 것이다. 곧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각종튜브, 호스 등의 보조 장치를 하고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하지 말며 다만 고통을 완화하는 조치는 최대한 취해달라는 것으로 스스로의 존엄한 죽음을 당부하는 것이다.

이는 자기의사를 건강할 때 온전한 정신으로 친필로 작성하여 은혜호스피스에 접수 해 놓고 꼭 필요한 순간이 생기면 연명치료 거부의사를 의료진에게 확인 보증해주는 죽음권리 보장증서인 것이다.

2009년 5월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사건 하면 생각나는 일이 있을 것이다.

정말 갈려고 해도 놓아주지 않는 현대의학에 충실한 의료진들이 인간의 존엄한 죽음을 뒤로하고 연명치료 위주의 의료현장이 노출 되었던 사례다.

1997년 보라매병원 의료사건이 있은 후, 의료진은 더욱 긴장하여 연명치료가 철저해졌기 때문이다.

연명치료(존엄사법)에 대한 법제화가 되기 전에는 의사는 끝까지 살려내려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만 직무유기죄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연명치료에 들어가면 상태는 물론, 가족의 불안 초조함과 경제적 부담 또한 예상 할 수 없다. 안녕카드를 작성하고 가족에게 알린 사람은 이런 일은 없다.

'생사의 거리는 가깝기로 하면 백지 한 장 사이도 안 되지만 멀기로 하면 거리를 헤아릴 수 없나니 가까운 줄만 알고 먼 줄을 모르면, 밑 없는 함정에 빠지게 될 위험천만한 길이므로….'라고 하신 대산종사의 법문처럼 경기도 용인 한 요양병원에는 아무 연명장치 없이 튜브로 넣어주는 영양만으로 13년간 병상에서 무의식 상태로 있던 81세 노인은 근육이 수축되어 미이라 모습으로 연명되고 있는 사례도 있다.

전국에 연명치료중인 환자는 2013년 11월 현재 1500명으로 추산되며, 1년에 연명치료를 받다가 사망하는 사람만 3만 명이 넘는다.

인공호흡기, 여러 개의 튜브와 호스, 측정 장치의 기계음, 거친 숨소리 속에서 의식도 없이 지내다가 자기의 생을 마감하지 않겠다는 결정권이 보장되야 하므로 사전의료지시서는 일원의 진리를 믿고, 색신은 사대오온(四大五蘊)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사관이 선 우리 교도들은 모두 의식이 뚜렷할(입원했을 때라도)때 작성해 둘 것을 꼭 권하고 싶다.

잠시 외출만 하려 해도 준비가 있어야 하거늘, 떠날 시간은 얼마나 남았으며 준비는 얼마나 되었는가? 대산종사의 법문처럼 미리 준비해야 하겠다.

전국 어디든 교당별로 요청하면 은혜호스피스 서예진 교무와 함께 출장하여 접수카드를 즉석에서 발급한다.

현재 사전의료의향서는 은혜호스피스와 YMCA와 2~3단체만 하고 있어서 타종교인도 접수 받고 있으며, 현재 51개 교당에 800여 교도가 등록 접수돼 있다. 서명한 원본은 은혜호스피스에서 보관하고, 본인에게는 접수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