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따라 일어나는 분노, 짜증, 무기력이거나 심지어 기쁨, 즐거움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일어나는 마음, 즉 바람이 불면 파도가 치는 마음의 현상적인 작용일 뿐이다. 따라서 긍정 마음이냐 부정 마음이냐, 또는 긍정 마음은 좋은 것이고, 부정 마음은 나쁜 것이다는 이분법도 성품의 전체성에서 볼 때에는 온전하지 않다.

긍정 부정의 이분법적인 판단과 평가 이전에, 그 마음을 실시간으로 알아차려서, 내 마음을 따라 분별이 있어지고 없어지는 것을 공부삼는 게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교당에 제사를 모시러 청소년들이 많이 왔다. 그들에게 제사에 참석한 선물을 주겠다고 하고 물었다. "마음이 어디로 주로 가느냐?", "마음이 착 달라붙는 곳이 무엇이냐?"물으니, 한 청년이 '연봉'이라고 했다.

그 청년은 정말 정답 찾기, 모범생 답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명답을 말한 것이다. 그는 이 '연봉'의 경계를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고, 앞으로도 연봉을 따르는 마음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연봉'이 얼마인 직장에 들어갈까? 내 친구 누구는 연봉이 얼마인데, 그럼 내 연봉은? 훨씬 더 적구나…, 열등을 느끼고, 빠지고, 또는 훨씬 많구나로 우월감을 느끼고 빠지고, 이 연봉 경계를 따라서 열등감, 우월감, 좌절감, 희망, 용기 등등 수많은 마음들을 만나고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직장생활, 월급을 받는 모든 사람에게 연봉은 직장생활의 알파요, 오메가 일 것이다. 떠날 수도 없고, 피하려고 해도 피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때에 그 순간의 내 마음을 공부하는 방법은 이와 같다. 내 스스로 또는 남과 비교하여 일어나는 '연봉경계'를 100% 분명하게, 이게 현재 내 마음공부의 주제구나. 내 만사구나로 알아차리고 공부기회로 삼는 것이다.

이렇게 '연봉경계'를 따라 있어지는, 내 마음의 습관적인 반응-열등감, 우월감, 좌절, 희망을 명확한 알아차림으로 보는 순간, 묘한 마음의 순간이 있어진다. 그때 나를, 내 마음을 보고 웃게 된다.

지극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연봉에 따른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면서 "아하! 내 마음이 이렇게 움직이는구나. 열등감과 우월감이 한 뿌리구나. 상대방을 따라 열등감도 나오고, 우월감도 나오는구나. 이렇게 다양한 내 마음과 만나게 되면서, 이를 통해 그 마음을 해결하여 아는 구나" 하는 성리적 통찰이 문득 와질 때, 웃음은 자연히 나와지는 것이다.

나를 보고 웃어보자. 시비이해 속에서 끌리기도 하고, 안 끌리기도 하는 나를 보고 웃어보자. 죄책감과 수치심으로부터 벗어나는 마음의 자유는 그 순간에 즉각적으로 경험될 수 있다.

<과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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