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교역자 120명
진도 팽목항 세월호 현장 방문

▲ 출가교역자들이 팽목항 방파제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의 천도축원과 조속한 구조를 기원하고 있다.
밀물과 썰물의 조류가 거세게 교차하고 짙은 안개가 자욱한 진도 팽목항, 실종자 수가 감소됨에 따라 찾아오는 이들의 발길도 점점 한산해 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발생 37일째인 22일, 전국의 원불교 교역자들이 모여 희생자들의 천도와 실종자들이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염원하는 '원불교 기도'가 진행됐다.

이날 오후 2시, 팽목항 주차장에 집결한 교역자들은 법복을 입고 침묵하며 방파제까지 이동했다. 참혹한 현실이 시간과 함께 망각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실종자 가족들은 서로서로 의지하며 버티고 있다. 이런 현장에는 적막감과 함께 비어있는 텐트들이 눈에 띌 정도로 많아졌다.

경기인천교구가 주관한 기도식은 서울교구와 광주전남교구가 번갈아 가며 릴레이 기도를 이어갔다. 기도식을 제안한 강해윤 교무는 "희생자들에 대한 천도축원과 실종자들의 완전한 구조, 그리고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구조활동에 임하고 있는 민·관·군 구조대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모였다"며 "실종자 수습이 언제 마쳐질지 알 수 없으나, 종교의식은 계속돼야 한다"고 지속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김인경 경인교구장은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 조문객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서울교구와 경인교구는 이번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봉사를 다할 것이다"며 "49일이 되는 6월3일, 재가 출가교도들이 마음을 합해 천도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택 광주전남교구장은 "죽음이란 것은 사랑하는 존재와 영원한 이별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피어 보지도 못하고 떠나는 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어른이라는 것에 자괴감이 들 정도로 부끄럽다. 그들을 슬픔으로 편안하게 그리고 천도로써 보내는데 끝까지 정성을 다하자"고 설법했다.

경산종법사는 이날 세월호 희생자들을 해탈천도를 위해 법구를 내렸다. '천지가 암울하여 바다도 울고/ 애도 행렬은 끊임이 없어/ 한없이 위로하고 추모하며 명복을 비네/ 길 잃어 방황하는 영가들이시여!/ 맑고 밝은 진리광명에 귀의하여/ 원망도 시비도 벗어 놓고/ 과거 육신은 참 나가 아니니/ 안심하고 안심하여 대안정을 얻어서/ 내일의 희망으로 밝게 다시 오소서.'

참가한 교역자들은 '바람으로 오소서'란 문구가 적힌 작은 풍경들을 팽목항 방파제에 일제히 걸었다. 맑은 '풍경소리'를 듣고 실종자들이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바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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