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란시 프로그램으로 한 단계 도약할 것"

▲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김묘정 이사장.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가 지난해 새로운 이사장을 맞으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LA교당 김묘정 이사장(72)은 취임 이후 확장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원불교학과는 채플란시(Chaplaincy)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고, 침구학과는 드렉셀종합대학교 하네만병원과 양한방협진클리닉을 개원, 한방 쪽을 전담해 환자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지난 23일, 마침 해외 출가교역자대회를 맞아 중앙총부를 방문한 김 이사장을 만나 그의 삶과 대학원 발전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미국이민을 떠난 과정은

1967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민이 많았다. 그 당시 미국은 의료기술이 뛰어났고, 개인적인 삶에서도 기회의 땅이었다. 미국의과시험에 합격하면서 항공권과 취직이 보장돼 이민을 가게 됐다.

- 미국의 생활은 어땠나

그해 브루클린 뉴욕에서 소아과 인턴을 시작으로 레지던트 3년 과정을 소화했다. 뉴욕다운스테이트 메디컬대학교 의과대학(뉴욕주립대학교)에서 신생아소아과를 전공하게 됐다. 조교수로 있으면서 뉴욕시립병원에서도 일을 했고, 뉴욕 마운트 시나이 메디컬 스쿨에서 18년간 신생아를 돌보다 36년간의 병원생활을 마감하고 2008년 퇴임했다. 신생아학 디렉터(총책임자)로 마무리했다.

돌아보면 미국의 국가시스템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의사자격증을 가지고 빈손으로 갔지만 내가 잘 살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미국의 시스템이었다. 내가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은 중 동포은을 크게 느끼고 있다. 은혜의 소종래를 알게 되면서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해 미주선학대학원 이사장직을 수락하게 된 것이다. 사실 망설임도 많았지만 대학의 선결 과제와 해결방향에 대해 김복인 총장과 공감했고, 호흡도 잘 맞아 출마한 뒤 이사장에 선출됐다.

- 교당과 인연은

고등학교 시절, 경남지부(현 부산교당)에 스스로 찾아가 안이정 종사의 연원으로 입교하게 됐다. 그 뒤 서울에서 대학에 다닐 때는 서울교당을 다녔다. 당시 교무였던 송영봉·백상원 종사를 만났고, 이 인연이 미국까지 이어질 줄 몰랐다. 내가 미국 의과시험에 합격하면서 이민을 떠날 때 두 분은 버스를 대절해 김포항공까지 나와 환송해 줬다. 그때 찍은 단체사진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1975년에 뉴욕교당이 설립되자 교도로 이름을 올리며 미국에서의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 교당 교도부회장을 20년 역임한 후 6년 동안 교도회장직을 맡았다. 교도들의 건강을 돌보는 무료클리닉을 개설하기도 하고, 언어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유아, 어린이 진단서를 떼어주는 등 편의를 봐줬다. 진단서 없이는 입학이 불가능한 곳이 미국이기 때문에 의사자격으로 한인들의 불편을 해결해 줬다.

- 미주선학대학원 이사장의 역할은

선학대학원 설립 초기부터 이사로 활동해 학교의 현황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편이다. 2008년 병원에서 퇴임한 후 남편의 건강문제로 날씨가 좋은 L.A 한인타운으로 이사를 했다. 이 바람에 이사회 등 볼 일이 있으면 가는 데만 5시간30분이 걸린다. 되도록 회의 참석을 기본으로 하고, 급한 사항이나 작은 문제들은 이 메일 또는 수시로 통화해 해결하고 있다.

미국의 교육시스템은 이사회의 결정에 의해 학교 행정과 정책이 바뀐다. 그만큼 이사회의 파워가 세다. 그래서 이사회 구성 인원은 예민한 부분이다. 교립학교지만 현지인 이사들에 의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총장선출도 이사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현지인 이사를 선정할 때 학식과 덕망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뽑고 있다. 현재는 교무와 교도들이 이사로 참여하며 교립학교로써 정체성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 확장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는데

지난해 8월, 대학원 확장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현재의 비좁은 건물은 학교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학생수가 92명인데 정원을 채운 상태다.

현 추세로 보면 침구학의 수요로 인해 학생들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을 내다보고 215명을 수용할 건물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가 커진 만큼 교직원과 교수, 기숙사도 늘어나야 한다.

또 현장실습 분야도 따로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매물이 나오지만 지대설정 문제와 지역사회 여론이 걸림돌이다. 학교는 비영리법인이라 타운 재정에 도움이 안된다. 최근 2곳의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큰 건물을 매입하더라도 운영에 있어 입학정원을 채우는 것과 재정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대학원 2년 과정으로 현지인 교화 부족

침구학과 발전 가능성 충분, 현지인 호응

미약한 못자리판, 교단적 관심과 협력 부탁

- 대학원 비전과 과제는

원불교학과, 선응용학과, 침구학과, 한약학과를 갖춘 대학원은 육체적인 힐링과 정신적 힐링을 할 수 있는 학과로 구성돼 있다. 원불교학과의 경우는 2015년부터 채플란시(Chaplaincy)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채플린의 역할은 환자나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에게 영성적 감정을 도와주는 것이다. 하버드대학교 종교학부를 비롯해 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졌다.

원불교 기관전문 해외교화자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교무나 현지인들이 생활수단을 갖게 하는 기회가 부여될 것이다. 대학원 2년 과정으로 영어를 배우고 익히기란 매우 힘든 구조다. 그래서 채플란시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수강, 지역 병원이나 시설 등에 실습함으로써 교무들의 교화실력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맨하탄교당 박도연 교무는 채플린으로 뉴욕대학과 콜롬비아대학에서 불교동아리를 맡아 지도하고 있다. 채플란시 프로그램은 국가자격증이다. 영적인 카운셀러다. 여기 말로 교목(학교 목사)자격증이 나온다는 뜻이다. 이 자격증으로 교도소, 호스피스, 병원, 학교, 복지관 등에 취업할 수 있다. 채플란시 프로그램은 교법의 생활화, 시대화, 대중화의 방향과 미주선학대학원의 설립 취지와 일치한다.

프로그램을 위해 최초 5천5백 만원을 지원했고, 이후에 2억2천 만원을 추가로 후원금을 냈다. 주정부 교육청의 승인을 받아 내년부터 학생을 모집한다.

다음 달에는 대학 인근에 양·한방통합 메디컬센터를 개설할 예정이다. 침구학의 수요가 충분한 만큼 학교를 침구학 명문대학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우리 대학의 장점인 명상을 접목한 침구학으로 의술을 발전시킬 것이다. 침구학과 교육 과정에서도 명상을 배우게 하는 것도 단순히 침을 놔서 치료하는 것을 넘어 정신적인 치유까지 생각하기 때문이다.

- 졸업생들의 미국교화와 하고싶은 말은

전공분야를 살려 교화를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지역 교당이 체계화되지 못한 것 같다. 대학원 2년 과정의 교육기간에 영어를 습득하기도 매우 어렵다. 책을 읽는 것과 말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말하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영어를 익히기 위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미주선학대학원은 아직 힘이 약한 못자리판이다. 못자리가 풍성해질 수 있도록 재가 출가교도들의 관심과 협력을 부탁한다. 원불교학과 학생수는 많지 않지만 졸업생 교수를 발굴하는 등 성장을 거듭해 왔다. 원불교학과와 관련이 없는 듯한 다른 학과도 간접교화의 장이 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원불교의 고등교육기관이 미국에 있다는 사실만도 신뢰도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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