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현 교도/강동교당

대학교 다닐 때까지는 청년법회에도 잘 다녔던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끔씩 법회에 참석을 하게 되고, 약국을 혼자 운영하게 되면서부터는 명색만 원불교 교도로 지내왔었다. 그러다가 원기96년 우연히 다시 찾아 읽기 시작한 〈정전〉에서 '나(懶)라 함은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하기 싫어함을 이름이니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좀 있다가 해야지', '하기 귀찮다', '나중에 다시 잘 하면 되지' 하면서 일을 하기 싫어하고 미루고 대충 하려는 내 자신을 알아차렸다.

이런 내 모습을 변화시키기 위해 원기96년말부터 '나를 제거하고 지금 이 순간에, 일심으로 정성껏 하자!'로 유무념 조목을 정해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실행목표로는 '어떤 일을 당할 때 귀찮아하거나 짜증내는 마음을 내지 말고 지금 바로 하는 것'으로 추진을 하다가 점점 유념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경계에 흔들리지 않고, 일심을 모아 일을 정성껏 처리하기'까지 추가했다.

처음에는 '나'가 일어남을 알아차리는 것을 유념으로 하는 것으로 정하고 실행했다. 유무념공부를 시작하고 마음을 챙기다 보니, 내 예상보다 더 많이 나태심을 내고 있었다. 매 순간,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에 노력하니 점차 알아차려짐과 동시에 '나'가 제거됐다. '미루려는 마음이 일어났구나', '대충하려는 마음이 일어났구나', '짜증나려 하는구나' 등으로 마음을 잘 보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이 사라지고, 마음을 챙길 수 있었다.

마음을 바라보고 챙기면서 어떤 경우에 게으름이 일어나는지도 알게 됐다. 혼자 일하면서 거의 모든 일을 내가 다 해야 하니, 다른 일을 하는 중에 손님이 오게 되면 귀찮은 마음과 짜증이 날 때가 있고,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몰리게 되면 나중에 다시 하겠다는 생각으로 대충하였다. 그래서 평소에 일이 몰렸을 때를 대비하여 미리 준비를 하고,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 때에는 일의 경중과 완급을 생각하여 차례대로 차근히 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손님은 바로 우리 약국의 운영을 결정할 수 있는 '사은님'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어떠한 손님에게도 차별심을 갖지 않도록, 소홀히 대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제거하는 것은 잘 되는데, 일심으로 정성껏 하는 것까지는 잘 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짜증이 나려 하거나 귀찮아하는 마음이 생길 때에는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놓아버리는 것까지는 비교적 잘 되는데, 그 마음에서 한 번 더 나아가 일심을 모으고 정성을 더하는 것이 되지 않았다. 내 마음을 잘 보고, 잘 세우고 돌리고 제거하는데서 멈추지 않고 한 번 더 마음을 챙겨서 정성으로 일심으로 행동하는 것까지 잘 되도록 더 유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나'를 제거하고 지금 이 순간에, 일심으로 정성껏 하자!" 라고 정한 유무념 조목을 제대로 실행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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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념공부 하면서

내 마음을 바라보게 돼

경계에 깨어 있는 상태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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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마음챙김을 중심으로 하다가, 익숙해지면서 실천의 정도를 중심으로 점검하게 한 유무념 대조공부법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실망하고 포기하지 않게 하면서 익숙해졌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세밀하게 끝까지 할 수 있게 하는 이 공부법을 만든 소태산대종사의 자비를 느낀다.

유무념공부를 한 달 단위씩 점검하면서 보니, 어느 달은 하루 점검을 꼼꼼히 할 때가 있고, 어느 달은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 점검을 거를 때가 있다. 꼼꼼히 점검을 기록할 때가 유무념공부가 더 잘 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면서 대종사께서 기재하는 것을 강조하신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곧 유무념대조를 하는 것 뿐 아니라 점검하고 기재하여 기록하는 것까지도 공부이며, 이 공부까지 잘 되어야 제대로 유무념 공부가 되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바쁘고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하루 점검하고 기재하는 것도 유념하여 잘 챙겨야 한다. 바쁘다는 핑계 역시 '나'의 한 마음이며, 이 마음 역시 유무념 대조공부로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유무념공부를 하면서 내 마음을 바라보게 되어 경계에 깨어 있는 상태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다. 깨어 있어야 마음을 바라볼 수 있고,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유무념 공부를 하지 않을 때에는 경계가 있어도 경계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게 되는데, 유념으로 내 마음에 '나'가 일어나는지 점검하다 보니 마음을 바라보는 내 자신이 깨어나는 것 같았다.

유무념공부를 통해서 핑계 대고 이유 대면서 이리저리 미루며 하기 귀찮아하는 나에서 지금 이 순간의 내 모습을 바라볼 수 있고 그 마음을 제거하고 돌리는 나로 변화되었으며, 일 없을 때 미리 준비하고 처처불상 사사불공을 실천하려 노력하는 진짜 원불교 교도로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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