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원덕 교도/동대전교당

나의 유무념 대조공부는 '물건을 던지지 말자'이다. 물건을 휙휙 던지는 버릇은 아주 어릴 적부터 시작되어 오랜 세월 몸에 밴 습관이다. 이 습관이 어떤 마음에서 나오는지, 그리고 그 작용이 본래 마음에 얼마나 무서운 업인지를 몰랐다. 이 습관은 첫째, 물건을 던졌을 때 정확히 던지지 않으면 두 번 일을 해야 했다. 둘째, 물건이 파손돼 크든 작든 경제적 손실이 있었다. 그래서 '그러지 말자.' '그러지 말자.' 생각은 계속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그렇게 큰 잘못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있어 유무념 대조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원불교에 다니며 마음공부라는 것을 하면서 나는 왜 물건을 던질까?'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유심히 물건들을 대하는 내 마음을 바라보니 그 속에는 무서운 마음 한 조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이것을 반드시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귀찮게 하는 것들을 쉽게 버리는 습관
다름 아닌 이기심이었다


나는 개를 참 좋아한다. 말을 잘 듣고 귀여운 강아지는 물론이고, 큰 개도 좋아한다. 그래서 강아지만 보면 무슨 종류인지 거의 안다. 이런 나를 생각하면서 내가 정말로 개는 물론 동물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개를 키우면서 진실로 개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좋아하는 것은 다만 외형적인 표현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개를 좋아했던 이유는 변화와 복종이었던 것이다. 내 말을 들어야 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언제든지 내칠 수 있는 간단한 물건과도 같이 취급하고 있었으니 개를 좋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날을 회고해 보니 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2년 이상 개를 길러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개가 거의 다 크면 재미가 없어지고, 내 말에 복종도 안한다. 또 슬슬 걱정이 된다. 개가 늙어간다는 것, 그것이 싫었던 것이다. 개가 어떤 병치레를 할지 모르고 또 변함없는 개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주거나 아니면 개장사에게 팔았다. 그리고 색다른 개를 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마음보다 더 무서운 마음을 보았다. 바로 개를 때리고 있었다. 어리건 크건 개가 말을 잘 듣지 않으면 폭력을 썼고, 나의 폭력에 두려워하는 개를 보면서 왠지 모를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왜 희열을 느끼지? 불쌍해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심히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개를 키우기가 무서웠다. 아니 폭력성이 무서웠다. '내 마음에 어떤 모습이 있을까?' 궁금했다. '왜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 것일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이런 의문이 들면서 마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하나 그 가지들을 잡고 들어가 보니 그 줄기에 하나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바로 나만 아는 마음', '이기주의', 내 삶을 귀찮게 하는 것들을 쉽게 버리는 습관이 있었다. 이것이 삶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있었다. 가볍게 물건을 던지는 습관이 생명을 쉽게 생각하게 되고, 인간관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이기심이었다.

'백날 만물이 한 체성이라고 되뇌이면 무엇 하겠는가, 내가 쓰는 물건 하나하나, 내 곁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나와 별개로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펜을 사용 할 때는 소중한 물건이요 다 쓰고 나면 다시는 쓰지 않을 것처럼 휙 집어 던지는 습관, 내 말을 잘 듣고 재롱부리며 잘 크면 사랑스럽고, 내 말을 듣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변해 주지 않으면 귀찮고 부담스러운 존재로 생각해 버리는 나의 내재된 습관이 인생사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다. 그렇게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니 누구에게 적을 두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늘 새로운 곳을 동경했다. 인간관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보니 이 사람이 아니면 또 사귀면 된다는 식이어서 소중한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사람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처음에는 역마살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것은 다만 말하기 좋게 표현한 것이었고 마음 깊이 나와 상대를 별개로 보고 처사를 한 결과였다.

마음 자체를 확 바꾸고 싶었지만 그것은 어려운 일이어서 하나하나 바꾸어 나가기 위해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유무념 대조공부를 하였다. 물건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기로 한 것이다. 그 구체적인 실행으로 '물건을 던지지 말자'이다. 나를 위해 쓰이는 물건을 아끼고 소중하게 다루며, 나와 상대가 둘이 아님을 배웠으니 어린 내 딸을 사랑스럽게 눕히듯이 모든 것을 제 자리로 돌려놓아 보아야겠다.

나는 지금 그 유무념 공부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습관이 자리 잡게 되면 그 무서운 마음작용 자체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죽을 힘을 다해 이 습관을 바꿀 것이다. 유무념 대조 공부라는 대종사님의 가르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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