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발심이 나도록 연마하는 것이 중요

군대시절 힘들게 훈련을 받고 잠시 휴식할 때면 한꺼번에 모여서 담배를 피우는 시간이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저는 냄새도 싫고 해서 다른 곳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어느날 한 고참이 따로 불러서 저에게 담배 피우는 맛의 느낌을 이야기해 줍니다.

본인은 좋아서 저에게 권하는 것이지만, 담배에 원이 없는 저로선 오히려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담배를 권하며 친해지고 싶은 고참의 정성과 사리연구는 인정할만했습니다.

삼동원 훈련에 오신 한 교도님이 따로 와서 인사를 하십니다.

아버지와 한 직장에 근무했는데 아버지의 연원으로 입교를 했다며 그 시절 이야기를 합니다. 오랫동안 공직에 근무하시던 아버지는 같은 사무실 동료들에게 처음부터 원불교를 소개하거나 〈교전〉을 선물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인사 이동할 때에 선물로 〈교전〉을 주었다고 합니다. 평소 존경심을 가지고 있던 분의 곁을떠나게 될 때 주신 〈교전〉을 보다가 스스로 마음이 우러나 나중에 입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지위를 이용해 권하였다면 오히려 마음이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버지의 심법을 찬탄하시는데 제 마음이 더 뿌듯하였습니다.

솔성요론 15조에서는 다른 사람의 원 없는 데에는 무슨 일이든지 권하지 말고 자기 할 일만 하라고 하였고, 16조에서는 어떠한 원을 발하여 그 원을 이루고자 하거든 보고 듣는 대로 원하는 데에 대조하여 연마하라고 하셨습니다.

교화도 아직 마음이 없는 상대에게 억지로 권하거나, 아예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발심이 나도록 연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태산대종사께서는 참선에 취미 없는 상좌스님을 혼내는 노스님들에게 "남의 원 없는 것을 강제로 권하는 것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영영 그 일을 싫어하게 하는 것이다"며, "바위 속에 금이 든 줄을 아는 사람이 스스로 먼저 채굴하여 광채 있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알고자 하는 상대의 마음 정도를 보아 내역을 말해주는 것이 제도의 묘방이다"라고 밝혀주십니다.

잠시 생각을 멈추고 깊게 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으신 후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교도 사종의무에 있는 입교연원의 의무를 얼마나 유념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의 원 없는 데에는 권하지 말고 자기 할 일만 하라고 하니 오히려 교화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되나요?

자신할만한 우리의 교법을 먼저 내가 잘 활용하면서 주위 인연들을 함께 낙원세계로 인도하고자 하는 것이 원불교 개교의 동기입니다.

간절한 서원으로 교화대불공을 실현해 봅시다.

<삼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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