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은 안과 밖에서 잘 살아야 합니다"
끊임없는 교화시도
일원의 향기가 나는 사람되고파

도산 정종도(道山 鄭從道·57) 교도회장. 개인 사업과 교당 교정 지도까지 빽빽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를 서김해교당에서 만났다.

"친구들의 권유로 고등학교 시절부터 교당을 다니게 됐습니다. 당시 안정진 교무님이 계셨는데 학생들을 매우 편안하고 포근하게 안아주셨지요. 배고픈 시절 라면과 밥을 해주시는 등 그 시절 교당은 우리들의 놀이터가 됐지요."

그렇게 인연이 된 그는 학생회, 청년회 활동은 물론 군대생활 중에도 중앙총부를 찾아가는 등 늘 교단과 가까운 삶을 살았다. 안 교무 또한 평생의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 학생회 출신의 부인 김여경 교도와는 각별한 법동지로 김 교도 역시 교당 봉공회장으로 교화발전에 합력하고 있다.

그는 물을 맑게 하고 공기를 정화하는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주)한진종합화학와 버리는 합성수지를 재생하는 (주)한진RCC 두 곳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사은을 믿는 그에게 일 자체가 자연보호와 환경정화에 도움이 된다. 인간을 유익하게 해줄 수 있는 분야다 보니 자부심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현직 경영자로 다양한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해외출장이 아니면 법회에 빠지는 일이 없다. 사업을 위한 모임과 운동 등 초대를 받을 때가 많지만, 일요일 법회 참석을 위해 토요일도 약속을 잡지 않는 편이다. 정신을 맑게 해 일요 법회에 참석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간혹 업무와 관련해 갑의 처지에 있는 회사 관계자들이 일요일 모임에 저를 초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법회 참석으로 갈 수 없다고 양해를 구합니다. 나를 원불교 교도로 알고 있기에 이해를 많이 해줍니다. 살아오면서 때론 외부활동의 유혹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교당을 쉬어야겠다, 다니기 싫다는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외아들인 정경허 예비교무(원불교대학원대학교 2년)가 출가서원을 한 뒤 신앙생활에 더욱 매진했다. 신앙과 수행에 있어 자식보다 못한 부모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려운 경계가 닥칠 때마다 늘 아들 손을 잡고 교당을 찾았던 그는 출가 결심을 밝힌 아들에 대해 누구보다 환영했다. 사회생활을 먼저 경험한 아버지의 입장에서 아들이 일반인보다 성직자의 길을 가는 편이 훨씬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16년 전 그와 부인은 사은의 은혜를 몸소 체험했다. 영광지역으로 부임해 가는 교당 교무를 모셔다 드린 그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큰 사고를 당했다. 몰던 자동차가 빙판길에 뒤집혀 도로에서 한동안 미끄러진 것이다.

"사고 당시에는 '아! 이러다 죽는구나!' 싶었지요. 다행히 차는 낭떠러지를 피해 멈췄고, 근처를 지나던 트럭 기사의 도움으로 현장을 벗어났습니다. 아내와 저는 무사했고, 둘 다 신앙생활을 했기에 '사은님이 보살펴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육신의 생명을 다시 얻었고 교도로서 더욱 잘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사고로 더 감사하게 여기는 것은 아들이 동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안전띠를 철저히 착용하도록 권하던 시절이 아니었다. 그때 아들이 뒤에 탔으면 더 큰 사고를 당할 수 있었기에 부모로서 더욱 큰 은혜를 받은 일로 기억하고 있다.

서김해교당은 교화 활성화를 위해 총력법회와 바자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그는 교화 가능성이 있는 지인이나 친구를 초청한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종교 생활하는 것에 대해 얽매인다고 생각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실정이다. 다들 마음속으로 믿음 생활을 원하지만, 몸과 마음에 익숙하지 않기에 종교생활을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인연이 되는 사람에게 끊임없는 교단 홍보와 교화 시도를 하고 있다. 그와 교도들의 노력 덕에 올해는 교당 옆에 대지를 새롭게 마련했다. 조만간 어르신들이 3층 대법당에 왕래하기 쉽도록 편의시설을 제공할 예정이다.

"교화를 해보면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습니다. 결국은 교도들이 사회 활동을 통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교단 홍보와 좋은 일을 할 기회도 생깁니다. 교단 안과 밖에서 잘 살아야 합니다."

40여 년의 신앙생활을 해온 그에게 겸손함이 느껴졌다. 교단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여전히 공부심이 약해서 부끄럽다는 것이다. 그는 교단이 발전해 활력 있게 중생 제도하는 큰 회상이 되는 것과 지인들에게 '일원의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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