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발랄한 청년들, 당당한 도전 나서

시대적 아픔을 잊지 않고 또 다시 희망의 씨앗을 키워내는 일을 우리는 멈출 수 없다. 희망을 담고, 꿈을 꾸며, 정직하게 소신껏 자기 삶을 일궈가는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담아내며 우리가 살아갈 세상의 희망 씨앗을 다시 틔워본다.

▲ 청년몰 레알 뉴타운은 슬로건인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에 공감하는 청년장사꾼들이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발휘하는 가게들을 운영하고 있다.
전주 풍남문 밖 남부시장 한복판에 뉴타운이 들어섰다. 풍남문 공영주차장 맞은편에 땅거미 내리면 색소폰을 부는 사장이 운영하는 주방용품 가게가 있다. 그 가게 옆 시장골목으로 쭉 들어가 왼쪽으로 꺾으면 그 유명한 조점례피순대집. 밥 때면 늘 길게 줄을 서 있으니 찾기 어렵지 않다. 여기서 홍두깨로 북어포 두드리는 건어물집을 지나 떡집과 싸전을 거쳐 튀밥집을 끼고 다시 한번 왼쪽으로 돌면 된다. 거기, 남부시장 이층 청년몰 일명 '레알뉴타운'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그리고 부닥치게 되는 레알뉴타운의 슬로건.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

시장에 이런 곳이 있어?

'Re:born', 이름 그대로 '다시 태어나다'란 뜻을 가지고 있다. 빈티지의류도 팔고 재활용을 통해 다시 태어난 각종 소품들을 팔고 있다. 작은 불량으로 버려지게 된 접시에 글귀를 새겨 새로운 장식품이나 혹은 진짜 접시가 된다. 예쁜 꽃무늬 단추에 핀을 붙여 귀걸이를 만들고, 음료수 뚜껑에 예쁜 그림과 글자를 넣어 브로치를 만든다.

'범이네식충이', 다양한 종류의 식충식물들을 팔고 있다. 상점의 주인장 남매가 다 '범'자 돌림이라 '범이네 식충이.' "진짜 벌레를 잡아먹어요?" "얼마나 잡아먹어요?" "물은 어떻게 주면 되는 거예요?" 호기심 찬 구경꾼들의 질문에 친절한 설명을 아끼지 않는 범씨 주인장이다.

'종이정원', 버려지는 종이를 예쁜 사진이나 그림이 있는 엽서로 재생시켜 판매하는 곳이다. 폐지를 이용했다는 것과 종이 속에 씨앗이 있어서 식물이 자란다는 것이 일반 엽서들과 다른 점이다.

'같이놀다가게', '여행지에서 일하며 삶을 살아보는 것이 여행'이라는 모토를 지닌 여행가가 운영하는 보드게임방이다. '우주계란',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는 만나기 힘든 인디서적이 가득한 독립서점이다. 독립출판물도 기획하고 독서모임도 여는 공간이다.

'오메달다', 간판만큼 달콤새콤한 맛을 전하는 이곳은 사탕가게다. '니들이 참말로 열심히다'라는 격려 문구로 젊은이들의 가슴을 달래주는 이곳은 '낮술 환영'의 '청춘식당'. 여행사이면서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소 '달고양이 세계여행과 상담'.

'미스터리 상회'는 스물여덟 동갑내기 아가씨들이 차린 디자인 응급센터다. 청년장사꾼 모집 포스터 제작을 의뢰 받았다가 본인들이 덜컥 신청까지 해버린 독특한 케이스. 병원 응급실 분위기의 가게에 들면 코스프레 놀이에 참여한 듯 유쾌해진다.

여기에 창의력이 돋보이는 디자인숍, 핸드메이드 액서서리 전문점 등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과 발상이 빛을 발하는 가게들이 들어차 있다. 밤이면 상가의 불을 모두 꺼둔 채 촛불 시낭송회를 열기도 한다.

세계 각국의 음식들도 모여 있다. 멕시코 전통음식인 타코와 나초, 스페인의 샹그리아와 타파스, 일본의 오코노미야끼, 차이나타운이 생각나는 볶음요리, 크림소스가 들어간 퓨전떡볶이에 세계 각국의 맥주까지 맛볼 수 있다.

'ㅁ'자 모양의 통로를 기준으로 가게들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청년몰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 긴 시간은 필요 없다. 20분으로도 족하다. 하지만 이 가게, 저 가게에서 청년장사꾼들이 왜 여기에 있는지,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지 얘기를 나누다 보면 반나절이 훌쩍 간다.
▲ 여행가가 운영하는 보드게임방 같이놀다가게.
'청년장사꾼 만들기 프로젝트'

청년몰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의 일환인 '청년장사꾼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했다. 남부시장 상인회와 사회적 기업 '이음'이 중심이 돼 청년장사꾼들의 아이디어를 심사하고 선정을 거쳐 2012년 5월에 문을 연 청년몰은 현재 30여 곳의 점포들로 이뤄져 있다. 오래된 전통시장과 재기발랄한 청년들의 조합만으로도 관심을 끌어 전주 한옥마을과 함께 전주 여행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되었다.

청년몰의 다양한 식구들은 '잘 사는 삶'의 방향도 방법도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상품을 판매하는 일 외에도 다른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하는 일을 통해 즐거움을 느낀다는 점이다. '함께 하는 일'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도전'을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청년몰이라는 독특한 발상의 공간과 안정된 직장을 포기한 용기, 창업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라는 슬로건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청년몰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긴 하지만, 마음껏 자신만의 일을 하며 생활이나 생계도 해결하기엔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청년장사꾼들이 방송과 인터뷰에 익숙해질 만큼 공간 자체는 유명해졌지만 아직은 완전한 성공도 혹은 실패도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청년몰이 받는 관심이 높아질수록 남부시장 안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청년몰이 선을 보이고 10대~30대 방문자 수가 무려 4배 가까이 증가했고, 수익도 늘었다. 방문자가 늘어나고 매출이 오른 것만이 변화의 전부가 아니다.

방문자수, 매출액, 경제적 파급효과 등 숫자로만 판단할 수 없는 시장의 새로운 변화이다. 청년몰에서 5월~11월 첫째, 셋째주 토요일에 진행하는 야시장,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 있으며 다양한 공연과 행사가 어우러진다. 청년몰에 한정돼 이루어지던 야시장은 남부시장 전체로 확대될 예정이다. 시장상인들과 청년몰이 더욱 폭넓은 문화교류를 시작한 것이다.

남부시장과 함께 더욱 달라질 청년몰의 성장과 도전. 청년몰의 슬로건은 방문하는 이들에게 '그대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고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 많은 관광객들이 청년몰 인증샷을 찍고 가는 기발한 발상의 포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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