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공' 진리의 감응 속 교화대불공

▲ 12일, 제21회 한민족 문화큰잔치가 모스크바 육군중앙스포츠클럽 실내경기장에서 열렸다.
매년 6월12일 모스크바에서는 한민족 문화큰잔치라는 행사가 열린다. 백상원 원로교무가 1993년 제1회 대회를 연 이래 올해로 21년째다. 올해에는 5천 명이 훨씬 넘는 현지인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이 행사의 특징을 한 마디로 하면 '특별한 분위기'다. 많은 사람들이 이 행사를 기다린다. 다른 도시에서 버스를 대절해 모스크바까지 오는 사람들도 있고, 이 행사를 통해 러시아 각지에 떨어진 친척들끼리 1년에 한 번 만난다는 사람들도 있다.

요 몇 년 사이에 러시아인 젊은이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그야말로 남녀노소, 인종을 막론하고 함께 즐기는 장이 되고 있다.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고 유명한 스타가 출연하는 것도 아닌데, 매년 조금씩 참여자들은 계속 늘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스스로 참여하는 '우리의 잔치'이기 때문이 아닐까?

행사장을 지나가는데 어린아이 손을 잡고 가는 젊은 엄마 한 사람이 인사를 한다. 누군가 보니 15년 전에 내가 한국어를 가르치던 어린이반 학생이다. 그땐 초등학교 6학년이던 아이가 커서 자기 아이를 데리고 행사장에 온 것이다. 행사장 안에 있는 수천 명의 사람들 중에는 예전에 원광한국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이 많다. 어린 아이들은 즐겁게 뛰어 놀고, 젊은이들은 K-pop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어른들은 추억의 놀이를 해보고, 모두가 함께 공연을 감상한다. 아이들이 커서 젊은이가 되면 또 참여를 할 것이고, 좀더 지나면 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오게 될 것이다. 계속 노력하면 세대를 초월하여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행사에서 원불교라는 종교의 소개는 빠진다. 아주 깨끗하게 그 어디에도 없다. 그것이 이 행사의 생명력을 길게 하고, 사람들이 거부감이나 경계심 없이 쉽게 다가서게 하고, 외부인들 중에서 우리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한다. 원불교를 소개하지 않는데, 원불교에 대한 호감도와 인지도는 오히려 올라간다.

원불교 교화는 따로 한다. 내 생각에 원불교 교화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교법을 시범 보이는 것'이다. 교법대로 사는 모습을 보이는 것. 문제는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의 복잡 다단한 일들 가운데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마음을 안정하고 사리 연구 잘 해서 바른 판단을 한 후 중도행을 하여 은혜를 생산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좀더 현실적인 대안을 택해야 한다.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것! '그렇게 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지만,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마음을 안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안정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할 수 있다. 바른 판단을 하는 것은 어렵지만 바른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할 수 있다. 중도행은 어렵지만 중도행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할 수 있다.

이것을 적공이라고 하는 것 같다. 대산종사께서 평생 하신 말씀 가운데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이 "'적공하라'는 말씀이었다"고 들었다. 일단 나부터 적공해야 한다. 나부터 적공하고, 교당 식구들이 함께 적공한다. 그리고 화합한다. 사심 없이 화합하면 비록 우리가 지혜가 좀 부족하고 능력이 없어도 진리가 감응하는 것 같다.

이러한 적공을 열심히 하면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이 교화와 연결된다. 적공을 열심히 안하면 원불교 선전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교화와 연결이 안 된다. 진실만이 통할 뿐이다. 행사 준비도 열심히 하고, 그 가운데 교법대로 적공하는 것도 열심히 하다 보면 진리의 감응 속에 우연자연하게 사람들이 기운에 끌려오는 것이 교화대불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니 조급한 마음을 놓고 한 걸음씩 정도를 밟아 적공해 나가면 행사는 행사대로 잘 되고, 교화는 교화대로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조금씩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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