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사생 책임지는 대자비 심경
이 자리가 바로 성리의 정수요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

대종사 대각을 이루시고 그 심경을 시로써 읊으시되 "청풍월상시(淸風月上時)에 만상자연명(萬像自然明)이라"하시니라.

5월14일 서울국립극장에서 대산종사탄생100주년기념 칸타타 '구만리하늘에 봉황이 날다'를 성황리에 올렸었다. 교도들과 함께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보름달이 구름사이로 휘영청 밝은데 장소가 약간 높은 언덕에 위치한지라 칸타타의 감흥과 함께 툭 트인 곳에서 달과 허공이 내 마음으로 쑥 들어왔다.

예전에는 달빛에 취해, 현실의 복잡다단한 일에 매몰되어 시공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제 허공이 보이고 천지의 은혜가 보인다는 뜻이다.

사은님 사은님 하다가 법신불사은님을 뵈온 듯이…. 오랜만에 본 달님 덕에 일상사속에서 얼마나 눈앞의 일만 보고 사는지를 느껴 보았고 심고를 올릴 때 우주허공법계를 상상하며 모시라한 정산종사의 말씀이 깊이 다가왔다.

성리품 1장은 대종사께서 20여년의 구도 끝에 마음 밝아지는 심경을 시구로써 표현한 내용이다.

'맑은 바람에 달 오르니 만상이 절로 밝더라.' 이에 대해 주산종사는 약전에서 "날이 장차 밝으려 함에 만상이 저절로 나타남과 같은지라 하시며 종으로 고금을 참작해보시고 횡으로 세계를 관찰해 보시매 하나도 걸리고 막히심이 없으시었다"고 더 자상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다시 원문으로 돌아가 살펴보면 '청풍월상시'는 성리의 체로 진공의 체성에 합일한 심경이요. 우주만유가 하나인 성품의 달이 솟은 대각의 경지이다.

경지라는 것은 노력하는 단계가 아니라 연이은 노력의 결과, 유무를 초월하여 완벽한 절대의 세계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때의 청풍은 달과 따로 노는 바람이 아니고 달과 하나 되어 우주만유를 통관하며 사사물물의 지류까지 소통시키고 만생령을 살리는 대자비의 청풍이다.

그러므로 '청풍월상시'는 착이 없는 가운데 영지불매(靈知不昧)하여 불괴(不壞) 불매(不昧) 불염(不染)하는 경지요, 혜월(慧月)과 성월(性月)이 솟아 육도사생을 책임지는 대자대비의 심경이다.

'만상자연명'은 진공과 묘유를 겸한 상태로 도통·법통·영통을 마치고 육도사생의 변태와 변화가 장중에 구슬처럼 보이는 심경을 표현한것 같다.

이는 성리의 용으로 보려하지 않아도 들으려 하지 않아도 육도윤회로 전개되는 삼천대천 인과의 세계를 보여 줌이다.

또한 삼세와 시방을 자유로 갖고 놀다가 때를 따라 중생제도를 하시는 폭 잡을 수 없는 혜안과 법안이니 우리가 가야할 목적지요, 성리의 정수라 하겠다.

그러므로 우리가 뭘 좀 아는 것 같아도 도통·법통·영통을 하지 못하고서 청풍월상시 만상자연명을 알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기흥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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