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창립 인연 결속 주비지(籌備地)에 등불 밝히다

뜨거운 햇살도 살뜰한 사람의 손길이 보태지면 제 각각 튼실한 열매를 맺게 한다. 만덕산 성지 초입, 제법 영근 고추며 정갈하게 내려 뻗고 있는 호박넝쿨, 그렇게 밭작물 들이 여름 햇살에 영글어가고 있었다.

얼마 전 성지로 들어오는 길이 정비됐다. 그 도로 한쪽, 산이며 밭에서 거둬들인 각종 나물들도 햇살 아래 잘 말라가고 있었다. 귀한 약재로도, 음식으로도 쓰일 자연의 선물. 성지 초입은 그대로가 우리네 시골 풍경이 된다. 찾는 이들의 마음도 어느새 세상 속 경계를 잊는다.
▲ 만덕산훈련원 양태홍 원장.
새 회상 3대 주법의 인연지

만덕산훈련원 양태홍 원장을 황토방에서 만났다. 농원일도 겸임하고 있는 양 원장은 "훈련이 없는 평일은 밭에 나가서 살고 있다"는 표현이 제 격이다. 그가 만덕산 성지에 대한 교단적인 역사를 한참동안 들려줬다.

"원기 7년, 최도화 선진의 발원으로 대종사를 만덕암에 모셨고, 원기 9년에는 교단 최초의 선을 실시한 곳으로 초선성지가 된 역사 깊은 곳이다. 이곳에서 중요한 인연을 만나게 되는데, 그 인연 중 한 분이 대산종사다. 대종사께서 대산종사를 친히 이끌어주는 은혜가 있는 인연지인 것이다." 양 원장은 소태산대종사, 정산종사, 대산종사로 이어지는 새 회상 3대 주법이 최초로 한자리에서 만난 역사적인 곳임을 설명했다.

"대종사께서 변산에서 구상하셨던 훈련법을 가지고 직접 강연도 하고, 좌선도 시켜보고, 염불, 회화도 하고 하나하나 검증을 하셨다. 그래서 대산종사께서 초선성지로 명명을 해주신 것 같다"고 전한 양 원장은 만덕산성지가 총부건설의 주비지(籌備地)임을 강조했다.

"주비는 용이 승천하기 위해서 모든 힘과 역량과 준비를 마무리하고 마지막 승천하기 직전의 상태다. 용이 승천하는 것은 두 번 은 기회가 없다. 딱 한번 승천하기 직전, 일체 모든 것을 다 걸고, 모든 기운이 똘똘 뭉쳐져 있는 상태가 주비상태다" 양 원장은 총부회상을 펼치기 위한 준비 작업을 마무리한 만덕산성지, 그래서 '만덕산에 좋은 기운이 어리고 있다'고 표현한다.

새로운 회상을 열기 위해 인연을 만났던 인연지, 대종사가 구상했던 법을 실제로 하나하나 맡아 실천했던 훈련성지, 그리고 총부건설을 위한 인연과 역량을 모았던 주비지로의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이 만덕산성지임을 다시 각인했다.

양 원장은 만덕산만의 사상선, 무시선 도량을 제대로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양제승 종사께서 일관되게 일원상진리를 말씀해오셨는데, 누구라도 일원상진리에서 시작해서 자기 마음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사상선에서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정착시키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초선인연등 불 밝히다

훈련원 본관에서 최주일 교무를 만나 초선터로 향했다. 초선터를 오르는 길은 수풀 그늘로 이어져 있다. 최 교무는 이곳이 전라북도 4대 성지 순례길의 주류임을 먼저 설명했다. 그는 "전라북도 4대 성지 순례길이 천호성지에서 곰티재를 거쳐, 오도재(적공실)와 만덕산훈련원으로 이곳이 성지길의 주류로 돼있다. 전라북도 담당부서에서 견학차 방문 한 적이 있는데 이곳 경관에 감탄하며 후박나무 숲을 야외법당으로 정비해주겠다고 구두로 약속 한 바 있다"며 최근 상황을 전했다.

만덕산초선터에는 영산성지 천여래등에 이어 초선인연등을 밝히고 있다. 최 교무는 "360여 가족 2200명 교도들이 일심합력 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이곳 초선터에 올라와 개인 호명기도를 해주고 있다. 8월21일이면 100일기도가 된다"고 전했다. 초선인연등을 밝히며 계속해서 기도의 기운을 응집해나가겠다는 만덕산성지 교무들의 다짐이다. 만덕산 5천일기도도 13년째 진행해오고 있다. 내년에는 5천일기도 회향이다.

28평 남짓한 초선터. 원불교 성적 제11호다. 대종사는 두 번째 만덕산행에서 12명의 제자와 한 달 동안 이곳에서 선회(禪會)를 열었다. 이를 '초선(初禪)'이라 한다. 초선은 장차 정기훈련을 시행하기 위한 구상과 준비 속에 이루어진 만큼 교단사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 교무는 초선터와 진입로 정비를 위해 교정원 담당부서에 공문을 보내놓은 상태임을 전했다. 초선터 진입부분은 편리와 안전성의 문제로 정비가 시급한 상태다.
▲ 저수지 옆으로 깔끔하게 정비된 만덕산 성지 진입로 한 켠에서 각종 나물을 햇볕에 말리고 있다.
만덕산성지 공덕주들

이원우 교무는 "만덕산 성지를 이야기 할 때 공덕주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농원 경영이 어려워 팔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정산종사께서 허락하시지 않았다. 그 가운데 박낙천 교도가 자비를 들여 당시 25평 흙벽돌집을 짓고 만덕산성지를 관리하며 지켜줬다"고 전했다. 이후 농원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표고버섯 재배에 착안, 농원 경제의 기초를 세운 만덕산의 큰 공덕주임을 설명했다. 또 만덕산에서 사상선의 '꽃'을 피웠던 양제승 원로교무와 성지를 관통하는 고속도로 개발로 훈련원이 없어질 위기에서 국가사업을 변경시켜 만덕산을 지켜냈던 정도중 원로교무, 탁월한 경영 능력으로 자력의 재 발판을 다져준 이양신 원로교무 등의 공덕 또한 빼놓지 않고 설명했다.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만덕산성지를 지켜온 재가 출가교도들의 일심어린 신앙수행에 공경의 합장이 우러났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마령교당, 앞마당에 곱게 썰어놓은 감자가 햇살을 담고 있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버리는 것 없는 정성심을 나 또한 마음 안에 묵직하게 담아본다.

새로운 회상 열기 위해 인연 모셨던 인연지
구상했던 법, 실제로 하나하나 맡아 실천해 본 훈련성지
사상선의 '꽃' 이라 할 수 있는 만덕산성지.
초선인연등 밝히며 기도 기운 응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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