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로 불교신자인 내가 '원불교 문패'를 단지 35년이 흘렀다.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교당에 가끔 나오다가 4년 전, 아내의 감화에 힘입어 법회와 기도에 90%이상 참석하고 있다.

나는 '은혜, 감사생활'을 깨치고 실천하는 유무념공부를 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쉽게 찾을 수 있어 그 체험을 밝히고자 한다.

나는 매일 상시일기를 쓰면서 심신작용 전반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유무념공부는 참 매력적이다. 천만 경계 속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목표를 챙기고 또 챙기다 보면 '결국 나도 할 수 있다'는 복락을 누릴 수가 있으니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나에게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금년 초에 이명신 교무의 권유로 식사시 심고를 올리기로 작정하고 유무념 대조를 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하루 3끼 식사 전후 모두 6회 가운데 겨우 2회하기도 힘겨웠다.

'내가 왜 이러지? 먹는 것 앞에서 너무 치사해진 게 아닌가. 그만 둘까?'라는 생각도 했다. '오랫동안 쌓인 습관을 하루아침에 고치기란 힘들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니 차츰 분발심이 생기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식사 중에 알아차린 후 뒤늦게 심고를 올리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기를 반복하다보니 이젠 하루 6회 심고를 거뜬하게 올릴 수 있게 됐다. 나는 '왜 식사 심고를 올려야 하는가'를 의두로 삼았다. 금강경에서 부처가 왜 공양하는 모습부터 보여줬을까? 여래는 차별 없는 평등행과 함께 삼천대천세계가 응축된 밥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굴기하심'의 심법을 보여줬다.

'밥은 하늘입니다'라는 김지하 시인의 시를 떠올려보곤 한다. 그는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밥은 하늘이다'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세상에서 굶는 것만큼 서러운 게 없고 굶어 죽는 것만큼 비참한 일이 없다. 우리가 주변 인연을 잘 만나 이 한 끼를 배불리 먹는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가? 그러니 식사할 때 감사의 심고를 올리는 건 당연하다. 밥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 주변에 누군가 배를 곯는 사람은 없는가. 먹고사는 문제는 나라, 민족, 이념을 넘어서 꼭 해결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다. 세종대왕은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요, 밥은 백성의 하늘이다'고 말했다.

감사할 일은 모두는 '사은님 덕분'
입에 달고 사니 항상 행복


인간의 마음은 참으로 묘하다. 목우십도송에서 검은 소가 흰 소로 길들여져 가는 과정 그대로다.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는 것 외엔 별다른 방도가 없다. 마음이라는 게 원래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니지만 능히 선할 수도 있고 능히 악할 수도 있다는 원리를 안다면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우리들은 갖가지 망상으로 자기 생각의 한계를 벗어나기가 어려운데 이걸 '관성의 법칙', '경로의존성의 함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생각이 자신의 습관에 중독돼 업이 되면 그 업이 나를 끌고 다니게 된다. 주인과 종이 뒤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 자신도 편착된 생각으로 얼마나 많은 악업을 지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욕심은 집착을 부르고 집착은 결국 업을 만들어 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로지 기질변화를 통해서 선업을 쌓아야 그러한 업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를 '참 나'로 되돌리는 유무념공부로 챙기지 않아도 저절로 될 때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내게 유무념공부의 공덕은 실로 넓고 크다. 지난해 11월부터 일원상서원문을 하루 20독, 매일 한 시간씩 독송하고 있다. 거룩하신 법신불 사은의 은혜가 한 걸음 더 가까이에 있음을 알게 했다.

또 있다. 나는 천식, 호흡 곤란증으로 병원에 실려 가는 약골이다. 퇴원 후 '하루 1시간 걷기 운동'을 자신성업봉찬 유무념 항목으로 삼고 꾸준히 1년 동안 기질변화 시킨 결과 이 정도나마 거동할 수 있게 됐다. 힘들지만 그래도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걷는 기분이 여간 상쾌한 게 아니다. 영육쌍전이라고 했다.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천국이다. 나는 항상 행복하다.

나 자신과의 약속, '심신을 원만하게 수호하고 사리를 원만하게 아는 공부를 하며, 심신을 원만하게 사용하는' 삼학공부를 병진한 결과라고 믿는다.

앞으로도 쉼 없이 유무념공부를 계속하겠다. 감사하다. 그리고 또 감사하다. 지난날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와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를 나의 심신작용 가운데서 점차 깨우치면서 '감사와 모두 사은 덕분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돼 참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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