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시여, 갖고 있는 이 모든 것 아낌없이 바치오니…"

▲ 이현도 원로교무는 자전거를 타며 낙도생활로 건강을 챙기고 있다.
우리 곁에 만년(晩年) 소년의 미소를 항상 보내주고 있는 원로교무. 후진을 만날 때면 격려의 한 마디도 잊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공부 잘하고 있죠!"

매일 아침 중앙총부 대각전에서 좌선하고 또 저녁 8시30분에는 맨 앞줄에서 100년성업기도와 108배 정진에 동참하고 있는 이현도 원로교무. 그는 "기도와 108배를 하고 나면 취침에 들기까지 일정이 너무나 늦어지기도 한다"며 "기도는 좀 일찍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기도정진으로 하루를 챙기는 91세 이 원로교무. 그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함을 자랑한다. 최근 고관절 통증으로 1주일 입원한 것 외에는 아직은 이상이 없다. 4일 중앙남자원로수도원 식당에서 그의 말년 정진공부와 건강 비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왔다. 내가 무엇을 잘 해서 건강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법신불사은과 대종사 이하 이 회상 여러 어른들, 동지들 생각하면서 헛된 내 몸이 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교단의 한 사람으로 자신을 가꿔 가는 것이 나의 도리다. 누구나 다 그러해야 한다. 그리고 몸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신의 건강은 더 소중하다. 그 이유는 몸은 한세상의 몸이나 정신은 영생을 통한 것이다. 이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영생을 통해 이 법을 살려내야 한다는 차원에서 내 정신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시도 자신을 소홀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 건강의 첫째는 대각전에서 찾는다. 좌선, 기도하고 108배하는 것이다. 나는 절이 참 좋다. 누가 뭐라 해도 절은 영생을 지켜주는 힘이다. 절을 하는 동안 법열을 느낀다. 사심 분별심이 없다. 오로지 절 하나로만 일체가 젖어든다. 모든 것이 하나가 되고 하나로 어울려 진다. 최근에 허리와 고관절이 아파 절을 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절을 하는 동안 나를 살리고 영생을 살리는 듯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쉴 수가 없다.

- 하루 일과는.

수도인의 하루 일과는 정해졌다. 아침에는 좌선하고 낮에는 보은 봉공하는 것이다. 낮에는 교단100년대에는 세계를 향해 교법이 펼쳐져야 한다. 그에 대한 준비를 한다. 뭔가 해내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며 기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경계를 이야기 한다. 나는 경계가 없다. 경계는 공부의 자료다. 자신의 힘을 갖춰야 할 자료다. 그러니 내게 경계는 없다. 내 마음을 챙겨주는 공부 자료다.

- 90년을 살아오면서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말씀. 또 어떻게 실천해 왔는지.

마령교당에서 11살 때 대종사를 한 번 뵈었다. 직접 말씀을 받들고 지도를 받은 어른은 정산종사이다. 정산종사는 출가이후부터 나를 이끌어 주신 어른이다. 정산종사가 내게 주신 첫 법문이 "너는 활불이 되라. 활불 되는 공부는 일심공부고 삼학공부이다. 이 공부 외에는 없다. 이 보다 더 큰 것도 없다"고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일심공부는 정신수양 한 과목인데 왜 삼학 전체에 있다는 것인가. 큰 공부는 진리도 있고 교법도 있는데 일심 밖에 더 큰 공부가 없다는 말씀이 궁금했다. 3일 뒤에 알았다. 정신수양을 하더라도 일심으로 들어가고, 사리연구를 하더라도 일심으로 하고, 사은 보은도 일심으로 하고 무슨 일 이던지 일심으로 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소중한 법문을 받들었다. 이후 그렇게 산다고 살아왔다.

정산종사는 공부길 일러주시면서 점검도 빼 놓지 않으셨다. 하루는 나를 불러 물으셨다. "아름드리 큰 나무에는 가시가 있더냐. 없다. 그러니 큰 사람이 되려면 마음속에서 가시가 있는 모든 것을 뽑아버려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안한다. 그것이 도인이다. 가시가 있고서는 큰 공부 못한다. 큰 공부를 해야 큰 일을 한다."

또 열반 6개월 전에도 무서운 법문으로 가르침을 주셨다. "나는 너를 보니 알겠다. 그런데 너는 왜 나를 못 보냐." 엄청난 말씀이셨다. 공부가 급하다는 것임을 알았다. 큰 공부를 해야 큰 일이 보이고, 그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니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결국 견성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 서원이 가라앉을 때 마음챙김은.

정신을 많이 쓰면 정력이 소모된다. 그리고 의지도 약해진다. 이때 경계를 당하면 위험해 진다. 어떻게 이겨 나가야 할지 힘이 없으니 쉽게 무너지기도 한다. 50대에 힘든 시절이 있었다. 그때 '염원'이란 시를 지었다. '자나 깨나 쉼 없이 님 찾아 헤매온 이 몸을 바치오니 살펴주소서. 님이시여 갖고 있는 이 모든 것 아낌없이 바치오니 살펴주소서~.' 지금은 〈성가〉 195장으로 불리고 있다.

- 지금까지 발간한 책에 대해서.

마령교당 법회에서 대종사 음성을 직접 들었다. 그 음성은 부드럽고 크고 웅장하고 힘이 있었다. 훗날 서품 1장의 '청풍월상시 만상자연명의 소리였구나'하고 느껴졌다. 관점이 바뀐 것이다. 꿈에 대종사님과 내가 하늘의 구름위에 앉아 있었다. 조금 후 "이제 너는 내려가거라"하시더라. 이 세상에서 넌 할일이 있으니 하라는 말씀으로 받들었다.

지금 글을 쓰는 것도 그 뜻이다. 삼세 어른들 뜻을 받드는 것이다. 그 어른들 의지하며 마음으로 쓰고 있다. 대각전에서 좌선하고 기도하니 그 힘이 뭉쳐진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 책을 낼 때는 내가 아는 것을 널리 펴내 다른 사람을 깨우쳐 주고 싶은 것이었다. 그런데 곧 외람된 생각임을 알았다. 이후 대산종사를 찾아뵀다. 그리고 승낙을 받고 책을 펴냈다. 그중 〈염화미소〉는 불교계에서 원불교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했다. 또 〈하나님은 어떤 분이십니까〉라는 책은 기독교계의 목사와 신학박사의 감수를 받아 출판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성리로 풀어놓았다. 그것을 보고 놀란 목사와 교수들이 서울에서 내려와 많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종교가 합심해서 세상의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 일원상은 자타가 없다. 원불교가 세계평화를 만들어야 한다.

- 요즘 걱정되는 것은.

후진을 보면 장하고 깜짝 놀란다. 교단 창립초기 선진들이 후진으로 온 것이라 느껴진다. 다시 온 사람은 공부하는 것이 다르다. 그러니 우리 교단은 앞으로 융창할 것이다.

그런데 가끔 답답한 것을 느낀다. 공부 없이 일을 성공하려는 사람이다. 공부없이 이름만 올리려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 보면 큰일이라 걱정된다. 최후 승리는 실력이다. 실력이 있어야 일어설 수 있다.
▲ '실력이 최고'를 외치는 이현도 원로교무.
- 마지막 과제는.

당연히 '생사해탈'이다. 이것은 생각으로 되는 것 아니다. 힘이 있어야 한다. 그 힘은 정신력이고 정력이고 수양력이다. 이 힘은 단전토굴을 뚫고 나와야 한다. 일심공부로 수양력을 얻어야 한다. 생사를 초월해야 다음생에도 이 회상 찾아와 공부할 수 있다. 또 해탈은 일원상의 진리가 내 육근에 들어차야 한다. 그 가득찬 것을 갖고 가야한다.

'천상천하유아독존'에서 왜 '독존'인가? 그 힘이 우주에 가득차니 독존이 돼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대종사님과 삼세 모든 어른들이 다 그 힘으로 가고 오셨다. 그러니 내 정신이 온통 일원의 진리로 합일해야 한다. 일원상서원문을 자유자재, 무애자재를 해야 한다. 이후 생사에 끌리지도 않는 공부까지 해야 한다.

- 요즘 연마하는 것은.

진리도 하나, 우주도 하나, 세계도 하나이다. 하나 이것을 이루자. 다시 와서도 이 하나 만드는 일을 해야 하니 꼭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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