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명상반 참가자들이 자비명상으로 참 마음을 찾아가고 있다. 이들은 경전공부와 참선 수행을 병행하고 있다.

대상을 보고 낸 생각은 마음의 작용, 바라봄을 바라보다
 

평일 오후, 한가하리라 여겼던 부산 도시철도 1호선은 승객으로 붐볐다. 목적지인 양정역 8번 출구로 나가자 '여여선원 수선회' 간판이 바로 보였다. 인제빌딩 5, 6층에 자리한 여여수선회는 대한불교조계종 여여선원(선원장 정여스님) 소속의 도량이다. 여여선원이 교육과 기도의 장소라면 여여수선회는 참선을 수행하는 곳이다.

자비명상과 조사선 수행
여여수선회는 여여선원 주지인 효산 스님의 지도로 매주 오후7시30분~9시까지 '목요명상반'을 열고 있다. 2012년에 문을 연 명상반은 직장인 20여 명이 참가해 경전, 자비명상, 조사선으로 참 마음을 찾아가고 있다.

마음을 보는 선 공부는 매일 조금씩 해야 하기에 월~수요일 오후8~9시 선객들이 자유롭게 정진하도록 시간을 마련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해서는 현상유지만 하기 쉽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요일에는 초급반을 운영해 선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겸하고 있다.

효산 스님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은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많은 사람이 위빠사나를 생활속에서 수행하기 쉽다고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배우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조사선(선불교)이다"며 "조사선은 고정되지 않는 행을 통해 하는 수행법으로 바라봄을 바라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봉사나 복지를 통해 나누는 것도 좋지만, 수행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기도나 참선을 통해 마음을 바꾸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기도나 참선을 통해 세상의 재미에서 떠날 수 있어야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6월26일, 효산 스님은 능가경 제2권 집일체품 제22장 강의를 통해 능취·소취의 의미와 가행정진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우리는 뭔가를 판단하고 미움을 주는 대상이 있으면 그 대상으로 인해 내가 고통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선불교에서는 그것은 마음의 작용이고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여긴다. 손에 잡히는 대상 현실세계는 물질로 이뤄졌지만 그 물질을 받아들이는 주체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는 "'마음이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줄 때 그 상처를 내 마음이 주체가 되어 받아들인다고 하는데 어떻게 상대방이 주지 않는 것이라 말할 수 있나요'라고 질문을 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몸으로 살아왔기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선방에서 수행하는 것이 그것을 공부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능취는 나에게 집중된 것, 대상에 대해 내 생각만큼 취하는 것, 그 사람이 미운 것이고, 그 사람의 눈빛도 밉고 지나간 발자국도 미운 것이 바로 소취다"며 "선 수행에서 일어나는 번뇌도 진여의 작용이고 깨달음의 모습이니 이것은 번뇌다 아니다 구별할 필요 없이 그것을 그대로 바라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얀 도화지 같은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그림들이 나도 모르게 그려지는 데 그것을 그대로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모든 것을 깨닫고자 한다면 수행자들이 날을 잡아서 가행정진을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오래 수행을 하면 다리가 아픈데 이 느낌을 계속 바라보면 처음에는 고통이 강했다가 사라지는 데 그것을 경험하려면 지속적인 수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효산 스님

알아차리는 것
자비명상 시간에는 자신이 자비로운 사람, 행복한 사람, 용서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임을 인식했다.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는 만물에 자비의 염을 통해 바라보고, 일상에서도 자비관을 수행하며 바라봄에 대한 염을 놓치지 않기를 다짐했다.

이어 본격적인 선 수행시간. 참가자들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효산 스님은 '숨을 크게 내쉬면서 소리 너머 소리에 집중할 것'을 안내했다. 눈을 감고 암흑을 느끼면 암흑임을 알아차리고, 눈과 귀, 몸으로 느끼는 모든 것과 순간순간 느낌으로 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그 상처가 진짜 상처라서 아픈지 아니면 내가 아프다고 알아차려서 아픈지 어느 것에 답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제시했다.

우리는 같은 상황에서 어떤 때는 상처를 받고 어떤 때는 상처를 받지 않는다. 진짜 마음이라는 것이 있고 순수함이 있다면 근본은 변하지 않아야 하는데 마음은 때에 따라 변한다. 이 모두가 마음의 작용이라는데 그것이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지 의심해 보라는 것이다.

그는 "호흡도 역시 의문이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도 정말로 내쉰다는 것을 느껴서 내쉬는 것인지, 내쉰다는 생각을 바라보고 있는지 모른다"며 "그 사람을 내가 사랑하나 하고 느끼면 사랑이 아니듯 바라봄도 이와 같다"고 설명했다. 바라본다고 했을 때는 바라봄이 아니고, 바라보지 않음이 오히려 바라봄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의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선불교의 방법론이다"며 "바라봄을 의문으로 느끼고 있는지 바로 그 의문이 마음의 본체다"고 강조했다.

임정숙 보살은 명상반을 통해 "집착이 자연스레 놓였고, 절과 집이 하나가 된 생활 속의 변화를 체험,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는 소득을 전했다. 또 한 참가자는 "불자들이 경전공부와 참선 수행을 병행하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참다운 행복을 위해서 수행의 시간을 따로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