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사상 실천요건, 지자본위

이번에는 원광대학교 대학교당 38단(약학대학 교수 교화단)의 단장으로서 교수교화에 대해 몇 자 적어 본다.

신임교수 시절 밤새도록 강의 준비해도 내용파악이 완전하지 않아 강의실 들어갈 때 진땀이 났고 강의준비가 완전하지 않은 것을 학생들이 눈치챌까봐, 그리고 학생들이 내가 모르는 것을 질문할까봐 학생들과 눈을 맞추지 못하고 허겁지겁 강의한 적이 있다.

지금은 학생들이 내가 질문할까봐 내 눈을 피한다. 이렇듯 공부성적이 향상되면 내가 그들보다 지자라고 생각되니 그들에게 자신 있게 다가갈 수 있다.

원불교에서 제시한 평등사상을 실천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 바로 '지자본위(智者本位)'다.

개인도 지자를 본위로 하는 태도라야 자기 발전이 있고, 대학도 지혜 있는 사람을 앞세워서 그 사람이 대학을 지도할 수 있는 체제라야 대학이 발전할 수 있다.

대학교수는 전문직이고, 제자를 기르고 학파를 형성하며, 교수 상호간에 있어서도 요즘은 조금씩 학문간 융합을 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가지고 혼자서 일을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교수교화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38단 교수단원들도 교당을 다니는 사람이 매우 적다. 그래서 정기적인 교화단회보다는 기회가 될 때마다 대학교당 교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법문을 듣게 했다.

대학의 선임교수로서 내 것을 먼저 챙기기 보다는 후임교수에게 양보하고, 교수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국가R&D연구비를 수주해 공동연구를 제안하며 소통을 하니 하나가 됐다. 특히 한약학과는 10여년 동안 교수회의 안건이 한 번도 부결된 적이 없다.

교수단원들에게 스승님들의 법문을 잘 전하기 위해 나는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월요법회에서 사회를 맡은 나는 그 날 그 날 설법에 맞는 기도문을 작성하면서 교전공부를 더 하고 있다.

또한 지난주에 소개한 바와 같이 '열림공부단'에서는 원불교100년을 향한 자신성업봉찬 및 교화대불공 등에 대한 마음을 더욱 챙기는 공부를 8년째 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학기에는 〈대산종사법어〉 공심편을 봉독 및 발표했다. 자신성업봉찬 이야기를 자신의 전공과 연계 또는 생활 속의 감각감상 형식으로 회화하고 법당 교감의 법문을 끝으로 한 학기를 마무리 했다.

이 때 필이 꽂힌 법문이 "일을 할 때에는 주인이 되고 일을 한 뒤에는 손님이 되어야 참주인 참여래라" 한 말이다.

아직도 법을 전할 수 있는 나의 역량은 많이 부족하지만 다행스럽고 행복하게도 항상 가까이에 대학교당, 서신교당 교무들이 있어 든든하다.

정산종사 말씀처럼 능히 강(剛)을 이길 수 있고 촉 없이 그 일을 성취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화(和)와 유(柔)로써 해결할 수 있는 자력을 양성하고, 나의 그름을 잘 살피고 알뜰한 충고 잘 듣는 일꾼, 대산종사 말씀처럼 대공심(大空心)으로 마음의 자유를 얻고, 대공심(大公心)으로 처하는 곳마다 주인이 되는 일꾼, 대종사님의 심통 제자로서 개벽의 힘찬 일꾼이 되기를 오늘도 희망해 본다.

<원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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