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룻 연주로 얻은 음악성'

원불교 중앙총부 일요예회가 있는 날. 성가대에 원광정보예술고등학교 연주부 학생들 틈에서 낯익은 외국인이 플롯으로 연주를 한다. 국제부에 근무하고 있는 원신영 교무다.

기타연주도 수준급인 그는 "어릴 때부터 악기만 보면 배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관악기에 특히 관심이 많아서 취미 생활로 플롯을 시작했다. 여러 사람과 합주를 하면 더 열심히 할 것 같아서 성가대에 들어오게 됐다"고 연주 동기를 밝혔다.

그가 플롯과 만나게 된 인연은 "관악기만 보면 구입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 좋아한다"며 "한국 악기인 대금과 소금도 배워보고, 또 네팔의 민속 피리나 아일랜드 피리도 접해봤다. 그런데 대학원 때 최정윤 교무가 플롯을 빌려주어 연주한 것이 지금까지 제일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관악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대단했고 그것이 지금 플롯을 연주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그는 "플룻으로 성가를 연주하지만 처음에는 원불교 성가에 그리 높은 평가를 하지 않았다"며 "전문가들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다보니 음악은 수준을 평가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악만의 감정을 넣어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성가보다는 클래식이 수준 높다고 생각했지만, 전문가들에게는 그 음악에 맞는 정서를 연주해 내는 것이 수준이 높고 낮음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유무념 공부에도 남다른 철학이 있는 그는 "무엇이든지 되든 안되든 꾸준히 유무념을 통해서 하면 된다는 이치를 법문에서 배웠고 취미활동으로 하는 플롯이나 운동 등 모든 것을 유무념으로 공부한다"며 "염소를 키우는데 매일매일 풀을 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염소가 잘 크는 것처럼 유무념을 통해서 무엇이든지 하려고 하는 것을 매일매일 실천하게 되면 실력과 역량이 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유무념은 자신이 이루고 싶은 일에 꾸준히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공부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그가 처음 원불교와 만나게 된 인연은 모스크바교당에서 운영하는 원광 한국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면서부터다.

그는 "한국어만 배우다가 점점 원불교에 관심이 생기면서 당시 전도연 교무가 러시아인이 배울 수 있는 한국어 교과서 만드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도우면서 출가까지 결심하게 됐다"며 "출가 동기는 〈정전〉 번역을 하는데 화학자가 번역했다고 하면 러시아 사람들에게 〈정전〉 번역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므로 제대로 된 번역을 하려면 출가밖에 없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또 전도연 교무와 생활하면서 그의 철저한 신앙 수행생활에서 깊은 감명을 받아 그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과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해 마음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져서 출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배우고 교당 일을 도우면서 점점 커져간 그 인연이 결국 출가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중앙총부 국제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대종경〉 러시아어 번역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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