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하는 교화, 자부심 커진 교도

▲ 김천교당 교도들이 법회를 마치고 새롭게 조성된 교당 앞 잔디블럭의 제초작업을 하고 있다. 교도들의 웃는 모습에서 교화의 희망이 보인다.
남산의 시원한 바람길을 따라 정갈하게 펼쳐진 잔디 블럭, 그 안에 김천교당이 있다.

대법당에 들어서니 100년성업대정진기도 3000일 회향식을 앞두고 불단 꽃꽂이에 여념이 없는 최용정 교무. 그의 천진한 미소에 급했던 마음이 절로 내려졌다. 12일 꽃꽂이 하는 최 교무 곁에서 지난해 교당 부임 후 진행됐던 크고 작은 교당 이야기를 풀어냈다.

두려움에서 자신감으로

지난해 대구경북교구에서는 대각개교절을 맞아 지역교화와 연계한 행사 발굴에 고민이 컸다. 이러던 차 김천교당에서 '대각국수잔치'를 해보겠다고 최 교무가 앞장섰고, 교구에서는 예산과 인력지원을 약속했다.

막상 교당에 돌아와 일을 추진하려 하니 최 교무와 교도들은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막막했다. 그동안 외부행사 경험이 전혀 없었기에 교도들은 더 두려웠다. 걱정하고 있는 교도들에게 최 교무는 "무슨 일이든지 어렵다고 마음 먹지 말고 쉽게 생각하자. 대신 치밀하게 연구하고, 모르면 물어가며 함께하자. 다 이뤄질 것이다"고 설득에 나섰다.

이 말에 힘을 얻은 교도들은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김천터미널 앞 농협 하나로마트로 장소를 택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는 듯 했으나 행사 당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비는 눈으로 변했다. 혹독한 날씨였다. 그러나 예상외로 6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고, "원불교가 시민들을 위해 참 좋은 일을 한다"며 박보생 김천시장이 직접 방문해 격려했다. 이렇게 인연이 된 박 시장은 석존성탄절에 봉축사까지 보내왔다. 교도들은 힘이 났다. 뿌듯했고 자부심이 생겼다.

올해 대각국수잔치는 교도들이 먼저 서둘렀다. 최정인 여성회장은 "지난해 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행복했다"며 "그동안 지역사회와 소통하지 못해 답답했는데 국수잔치로 원불교를 알릴 수 있게 돼 자신감이 생겼다"고 모든 공을 최 교무에게 돌렸다.
▲ 주상절리 교당 표지석 뒤로 시원하게 펼쳐진 김천교당.
교당, 스토리텔링하다

6월 이전, 김천교당을 다녀간 사람이 지금 방문했다면 아마도 깜짝 놀랄 것이다. 교당 앞 일부를 매입해 이를 과감히 철거했기 때문이다. 최 교무는 부임하자마자 교당을 가로막고 있는 집들을 '3년 안에 매입 하겠다'고 서원했다. 교도들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설마 했다. 창립한지 50년이 됐지만 어두운 샛길 사이에 교당이 있어 원불교가 있는 줄도 모르는 주민들이 많았다. 낡은 집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나니 그제서야 교당이 시원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복 많은 교무 왔다'고 지역민들이 더 좋아했다.

집을 매입한 후 최 교무는 지역 동장과 주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교당 부지와 시 소유의 땅을 합해 '공용주차장'으로 개방할 것을 합의했다. 이어 시청을 방문해 운동시설과 조경 등 소요예산 일체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대각국수잔치 때 인연이 된 공무원들이 어려움을 해결해준 것이다.

비로소 제대로 된 간판을 올렸다. 경기도 고양에서 공수해 온 4미터 높이의 '주상절리' 표지석이 그것이다. 김천교당 학생회 출신 모임인 '원천회원'들의 희사금과 화산교당 오자훈 교도(청평석재예술원)의 도움으로 원불교전용서체인 '한둥근체'로 '원불교 김천교당'을 큼지막하게 새겼다. 이를 본 교도들의 가슴엔 감격이 솟구쳐 올랐다.

오경덕 교도는 "그동안 지역민들이 원불교를 찾아오기도 어렵고 생소하게 생각했다"며 "이제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사람도 소통돼야 만나지듯 집도 툭 트이니 마음도 밝아지고 교도들의 법정도 더욱 돈독해졌다"고 행복한 마음을 전했다.

최 교무는 "주상절리 표지석은 '북극성'을 뜻한다. 주상절리 판석을 따라 교당에 들어오면 7개의 금색 맷돌과 만나게 된다. 이는 '북두칠성'이다"며 "우주의 원리를 교당 안에 그대로 담았다. 곧 정법(正法)이 김천에 자리한다는 뜻이다"고 소개했다.

효자가 된 수제 생강차와 감자스낵

지난해 교구바자회 이익금을 육군3사관학교 교화에 지원한다는 말을 듣고 최 교무는 법회시간 교도들을 설득했다. 그동안 교구바자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교도들은 의심없이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이때 생각해낸 것이 '감자스낵'과 '생강차'다. 전임이었던 김광인 원로교무가 생강차 만드는 기계를 희사했고, 물품을 만들기 위해 교도들은 매일 교당을 찾게 됐다.

말끔하게 포장된 생강차와 감자스낵을 바자회에 내놓으니 금세 동이 나버렸다. 인기 폭발이었다. 여기에서 얻은 수익금으로 군교화 지원은 물론 조경 비용 일부를 충당했다. 놀라운 체험이었다. 반명국 봉공회장은 "솔직히 바자회를 앞두고 안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먼저 앞섰다"며 "오직 최 교무를 믿고 하나 하나 추진하다 보니 어느새 일이 해결돼 있었다"고 하나된 마음을 전했다.
▲ 꽃꽂이 전문가가 된 최용정 교무.
불사(佛事)는 청정한 마음과 기쁜 마음

최 교무는 "지금까지 교도가 적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교역자의 열정과 서원이 부족한 것 아닌가 늘 자문해본다"고 말했다. 그는 교화원칙이 분명하다. 매일 100년성업기도로 결제하는 것을 생명으로 안다. 그래서 좀처럼 교당을 비우는 법이 없다. 회의와 모임이 있어도 새벽에는 교당에 돌아와 기도를 주례한다. 그는 "기도의 공덕으로 공사 간 어려운 일들이 닥쳐도 순조롭게 풀리고, 교도들 가정에도 좋은 일만 생긴다"며 영험한 위력을 증거했다. 또한 "청정한 마음과 기쁜 마음이 합해져야 가히 '불사'라 할 수 있다"며 "상대하기 어려운 인연들에게 이 이치를 자상히 설명하면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천교당은원기100년에 창립 50주년이다. 권순명 교도회장은 "원불교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교무님이 부임해 이웃종교와도 교류가 생겼다, 놀라운 변화다"며 "이제 교도수를 늘리는 교화가 우리들의 과제다"고 무거운 책임감을 전했다.

최 교무는 "교도들 마음에 자부심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이후 교화단교화에 더욱 힘을 쏟을 예정이다"며 "선배교무들이 혈심으로 닦아 놓은 교화 터전에 청운회와 열린선방, 감사생활 캠페인으로 정법을 알리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2만6천세대의 혁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는 김천, 도시가 역동하듯, 김천교당 교도들의 가슴엔 희망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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