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문화 열풍, 개성·합리·효율의 결합체

▲ 1인미디어 게임방송 BJ '대도서관'의 인기로 국내에서 유명해진 게임 GTA. 케이블방송 개그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고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12년 1인가구의 비중은 이미 25%를 넘어서며 4인 가구를 앞질렀다.

노년 독거 가구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대부분은 젊은 층의 비혼이나 미혼이 이유다. 대학이나 일자리를 찾아 큰 도시로 홀로 상경하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원룸이나 1.5룸에서 생활한다. 이들은 최소한의 가전과 가구를 두고 살며, 거의 모든 식사를 외부 음식으로 해결한다. 직접 장을 보기보다는 인터넷쇼핑을, 오프라인 관계보다는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맺는 관계를 편안해한다.

이러한 청장년층 1인가구의 특징에 따라 경제와 문화, 사회의 판도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솔로이코노미'라는 마케팅 개념을 내세워 소량 판매나 콤팩트 제품들을 등장시켰으며, 문화적으로는 커뮤니티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1인 미디어가 힘을 얻고 있다.
▲ 도시락 업체에서 판매중인 도시락. 국내 도시락 시장은 역대 최고 성장률을 보여 2조원대에 돌입했다.
도시락전문점과 빌트인가전, 무인택배시스템의 증가

한국의 1인가구 증가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며, 국가경제에 차지하는 비중 또한 큰 편이다. 월평균 1인 소비지출액을 봤을 때, 2인이상 가구의 경우 73만원인데 비해 1인가구는 95만원으로 혼자 사는 1인이 월 평균 22만원 더 쓰고 있다. 1인가구, 즉 싱글슈머(single+comsumer)는 세계의 모든 기업들이 향후 더 커질 것이라 꼽는 소비군이다.

한 기업체의 연구에 따르면, 1인가구의 소비트렌드는 소형과 효율, 안전, 나라는 테마로 나뉜다. 가구와 가전이 작아지고, 소포장한 식품이나 생활용품이 늘어나며 여러 기능을 내재한 제품들이 인기다. 이러한 추세는 식생활에서 두드러진다. 다인가구가 많은 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한다면, 1인가구는 품을 덜 들이고 효율 높은 식문화를 추구한다. 조리할 필요가 없는 1회 1인 분량의 완성된 음식을 찾다보니 편의점에서도 도시락 매대가 넓어지고 도시락 전문점도 많아지고 있다.

제한된 주거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빌트인가전과 가변형가구도 인기다. 침대와 소파가 합쳐졌거나 화장대 뚜껑을 닫으면 책상이 되는 식이다. 이사가 잦은 1인가구는 책꽂이, 서랍장 등도 조립형으로 구매하며, 비싸고 오래가는 것보다는 저렴하고 몇 년안에 버릴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한다.

1인가구는 '안전'에 대한 욕구가 높다. 보안이 철저한 여성 전용 도시형 생활주택이 늘고 외부인과의 접촉이 적은 무인택배시스템, 편의점택배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못박기나 짐 옮기기, 병원 동행 등을 해주는 생활지원 서비스도 1인가구에게 인기다.

1인 라이프의 또하나의 특성은 자신의 개성을 추구하고 여가생활을 다양하게 즐기려는 소비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부양의무가 있는 2인 가구에 비해 패션, 미용 분야에 지출이 많으며 주말을 이용한 활동이 다양하다.

최근 여행계에서도 새로운 트렌드로 '혼자 가는 단체여행'이 떠오른다. 동반인이 없는 1인 여행객들이 패키지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한 팀을 한 기수로, 여행 이후로도 관계를 지속시킨다.

SNS를 통해 알려지고픈 욕구

이렇듯 1인가구들은 더 이상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우리 사회의 미래다. 문화적으로도 그 현상은 두드러진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페 등을 통해 지인을 찾고 그룹을 만들었다면, 2000년대 중후반은 싸이월드나 블로그라는 이른바 '독고다이' 시대였다. 그러나 이 현상들은 '실제로 아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2010년을 기점으로 넘어서자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간편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알려지기를 바란다.

1인미디어는 이러한 '알려지고픈 욕구'를 미디어와 결합시킨 예다. 처음에는 지면을 옮겨온 개념의 1인인터넷신문으로 시작했다면, 이제는 유튜브나 팟캐스트, 아프리카TV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내보낼 수 있다. 소재나 허용의 범위가 무한정에 가깝고, 컨셉과 역량이 뛰어난 경우 높은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1인미디어인 '대도서관' 나동현씨(36)는 게임방송 BJ(Broadcasting Jockey)로, 자신이 게임을 하며 해설을 하는 영상을 다음 TV팟과 아프리카TV, 유튜브에 올린다. 작년 중반 이미 누적 조회수 1억뷰를 넘었으며, 한해 연봉으로 치면 3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게임을 만들거나 잘 하지 않아도 '혼자서도 게임을 잘 즐기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성공스토리 모델이다. 이와 같은 1인미디어의 확산은 방송실이나 녹음실 등 전용 공간의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

한 사회학자는 이러한 1인 문화 열풍을 두고 "외로운 사람들이 자신은 외롭지 않다고 자기를 세뇌시키려는 발버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불특정 다수의 관심과 인정을 통해 고독을 극복하려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평등함이 매력이지만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혹독한' 1인미디어는 자유, 개성, 합리, 효율 등 1인 라이프의 여러 가지 특성의 결합체라고 볼 수 있다.

2020년 1인가구 588만명, 전체가구 30%

혼자사는 사람들은 제약받기 싫어하며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고 형식과 관습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집에 와도 눈치 볼 필요 없이 자유롭게 사는 세월이 누적되면 누적될수록 더 그렇다. 합리성과 효율성과 재미를 추구하며, 이를 위해서는 큰 비용이나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오프라인 관계를 맺는 것보다 온라인 상의 관심과 응원을 더 편안해 한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도래할 것인지 전망하는 것은 현황을 파악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불과 6년뒤인 2020년 대한민국의 1인 가구는 588만명으로 전체 가구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표1)
▲ 표1. 한국 1인가구 변화추이(자료 삼성경제연구소).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현재 혼자 사는 젊은 세대들이 다음 사회의 주요 세대가 되는 10∼20년 뒤다. 1인라이프의 습성이 사회적 큰 결정의 배경이 될 때, 그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변화하지 않는 현상들은 소외되거나 도태될 것이다. 오랜 침체를 겪고 있는 교화에 있어, 늘어나는 1인가구나 싱글라이프에 대한 대안은 준비되어 있는가. 너무 많은 간섭과 제약이 1인라이프에 익숙한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진 않을까. 늘어나고 중요해지는 1인가구의 싱글라이프에 대한 연마와 취사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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