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인문학연구소 한창민 교무

다가오는 미래사회를 점치기란 어려운 법이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아무도 모른다는 편이 더 간결하다. 예측이 불가능한 미래를 담론하기란 쉽지 않지만 대체적인 방향을 가늠하기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해답을 지난 6월20일에 있었던 교헌개정특별위원회 제2회 공개토론회에서 마음인문학연구소 한창민(호적명 내창) 교무가 제시했다.

그는 미래사회에 대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전망을 대외, 대내적인 부분까지 들여다본 뒤 종교의 영역까지 그 범위를 확대했다. 그는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유교 등 세계적인 종교들은 세력확장(성장)에서 정치의 힘을 활용했다"며 "정치의 우산 아래에서 막대한 권력을 행사하고 세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대국가가 등장하면서 종교가 변두리로 밀려났다고 언급한 그는 "정치가 사회의 모든 아젠다를 독점하는 상태가 됨에 따라 종교적 아젠다는 사람들의 의사결정이나 중요도에서 뒤로 밀려났다"며 "이때 등장한 것이 정교분리의 주장으로 종교가 뒤로 밀려나자 '분리'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는 "세속화의 물결이 거세면서 종교의 시대는 갔다. 그러다가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종교가 정치를 등에 업고 부활하게 됐다"며 "부시라고 하는 근본주의 기독교 정치인이 종교의 부활을 자극해 사적 영역에 있던 감정들을 공적 영역으로 끌어들여 쟁점화했다. 이 때문에 갑자기 종교적 열정이 사회를 휩쓸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갈등과 종교 갈등에 대해 그는 "현재 아프리카, 유럽, 중동, 아시아 지역에서 이슬람과 기독교가 만나는 모든 곳에서 현재적, 혹은 잠재적 종교 갈등이 진행되고 있다"며 "정치 경제적 요인이 종교적 이념과 결합하면서 해결할 수 없는 갈등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미래사회를 불교의 선전으로 표현한 그는 "불교적 가치관이나 수행들에 대한 배타적 적대감이 없는 까닭에 불교적 수련 기술이 미국에 정착하면서 심리치료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며 "심리치료의 제1물결-행동치료, 제2물결-인지행동치료를 넘어 제3물결-인지행동치료+불교의 마음챙김 명상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적 마음챙김 명상법은 현재 경험을 있는 그대로, 무판단적으로 알아차리고, 수용하며, 흘러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서구 전통 사상은 실체 중심의 철학으로 무언가 영속하는 존재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불교의 연기론이나 삼법인, 열반 등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비전을 접촉하면서 마음의 자유를 찾는 이들이 불교에 열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 의미에서 원불교는 불교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전통 불교가 낡고 불합리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서구인들에게는 오히려 그 전통성이 더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개체 중심의 세계관, 그 결과로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세계관이 많은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고 학자들이 공감하고 있는 상태"라며 "은(恩)적 세계관에 대한 이해는 이미 깊은 상태로 미래 비전은 불교와 원불교의 세계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 세계관에 종교적 함의는 결합되어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종교성, 영성의 시대는 가고, 불성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레 전망한 그는 "신의 절대 권력에 기대어 우주적 질서(인과)에 개입하고, 우주적 법칙을 정지 무력화하려는 종교적 성향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그 보다는 모든 존재들 속에 무한한 우주적 질서의 싹, 성향, 성품이 갖춰져 있고, 서로 연결된 하나의 연쇄적인 우주적 질서를 알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각자는 자신의 위치에 대한 소박한 자각과 아울러 운명을 겸허히 수행하는 자가 진정한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임을 알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그는 "개인주의 사회로 흘러가면서 인간성 문제가 심각하게 도전을 받고 있다"며 "인간 사회 질서의 핵심은 도덕이고, 도덕의 핵심은 상호성(reciprocity)이다. 즉 상호 이익, 자리이타이다"고 밝혔다.

무한 이기주의의 합리화가 전개되면서 인류가 고통을 받고, 이를 해결하려는 몸부림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따라서 그는 "우리 마음공부의 현대사회에의 적응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때다"며 "마음공부가 초보적 도덕공부를 넘어서 깊은 성찰적 세계관과 맞닿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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