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다른 문화나 양식이라도 먼저 받아들이는 포용과 자비
처음에 민요창법으로 부르는 전통음악 그대로의 너영나영을 들려주고 수업을 진행하였을 때 학생들의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서 자료를 찾다보니 대중음악의 한 장르인 보사노바풍의 음악으로 너영나영을 연주한 것이 있어 그 동영상을 보여주고 함께 불러보기를 했다. 익숙한 악기가 나오고 들어본 듯한 리듬이 나오니 학생들은 한번 들어본 노래임에도 곧잘 따라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접할 때 익숙한 것과 함께 관련지어 접근하면 훨씬 쉽고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요즘 모든 분야에서 '융합'이라는 것이 화두로 떠오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음악사는 세계사와 함께 움직인다. 지금도 많이 불리고 연주되고 있는 대중음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00년대 흑인들이 미국의 노예로 오게 되고 그들의 애환이 종교적 내용과 결부되어 '흑인영가'가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점차 대중화 되면서 '가스펠'이란 음악이 나타나고, 여기서 또 종교적 내용보다는 개인적 감정을 나타내는 것에 치중하면서 '블루스' 음악이 등장한다. 이 블루스가 또 재즈와 결합하며 '리듬앤블루스'라는 장르를 탄생시킨다.
또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백인들은 그들의 음악을 '포크송', '컨트리 음악'으로 발달시키고 컨트리 음악과 위에서 언급한 리듬 앤 블루스가 결합하여 엘비스 프레슬 리가 주축이 된 '락앤롤' 이란 장르가 생겨난다.
이 외에도 위에서 언급한 보사노바는 브라질의 삼바와 미국의 재즈가 결합된 음악형태이고 요즘 많이 대중화 된 아르헨티나의 탱고 음악은 스페인의 노동자들이 건너와 그들의 문화와 아르헨티나의 문화가 만나 발달된 것이다.
이것을 아르헨티나의 작곡가 아스트라 피아졸라가 클래식 음악과 접목 시켜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음악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크로스오버 음악이나 퓨전 음악이라는 형태로 우리 국악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몇 해전 1600년대 바로크 시대의 음악가 파헤벨의 곡 캐논을 우리나라 고유의 악기인 가야금으로 연주하며 비보이의 댄스와 DJ의 랩이 가미된 곡이 광고를 통해 크게 알려졌었다. 그로인해 그 가야금 연주단은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공연을 하며 활동하고 있다.
물론 전통의 고유한 문화는 지켜져야 한다. 그래서 이런 문화의 접목이 무분별하다하여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통문화의 고유한 특성이 사라지거나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문화의 고유성은 지켜져야 한다. 그럼에도 다양한 문화의 접목과 결합은 세계시민으로 살아갈 지금과 앞으로의 세대에게 큰 소통의 다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소태산대종사는 선악귀천 남녀노소 유무식을 막론하고 교법을 받아들여 공부 할 수 있도록 원불교의 문을 열어주었다. 이것은 자신과 다른 문화나 양식이라도 먼저 받아들여 줄 수 있다는 큰 포용과 자비심이라고 생각된다. 정산종사는 최후 게송으로 '한울안 한이치에 한집안 한권속이 한일터 한일꾼으로 일원세계 건설하자'를, 대산종사는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인류는 한 가족 세상은 한 일터 개척하자 하나의 세계'도 같은 맥락이다. 스승들의 말씀을 거울삼아 끊임없이 나를 비추어 보아야겠다.
나와 우리라는 틀 안에 갇히지 않고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여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나눌 수 있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대적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강북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