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팔과 긴 바지로 온몸을 꽁꽁 싸매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여름'. 매년 이맘때쯤이면 일본의 모든 매스컴은 쿨비즈(cool biz)의 계절이 왔다는 보도를 통해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린다.

쿨비즈란 2005년부터 일본의 환경성이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시원한 차림의 복장을 권장하는 캠페인으로 '시원하다, 멋지다'라는 쿨(cool)과 일과 직업을 나타내는 비즈니스(business)를 줄인 비즈(biz)의 합성어다. 넥타이 없이 간편한 옷차림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의 패션을 일컫는 쿨비즈는 에어컨없는 사무실에서 체감온도를 2~3℃ 가량 낮춰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공공기관 및 단체에 쿨비즈를 권장했고, 원불교 중앙총부에서는 원기95년 쿨비즈 운동을 시작했다. 서울시와 한국전력은 2012년 6~8월 민원상담실 등 대민접촉이 많은 부서를 제외하고 반바지에 샌들 등 자유복장을 허용하는 슈퍼 쿨비즈(super cool biz)를 허용했다.

종전 쿨비즈가 노타이, 노재킷, 반소매 와이셔츠까지 허용하는 것인 반면 슈퍼 쿨비즈는 반바지에 상의도 와이셔츠가 아닌 폴로스타일 셔츠까지 허용한다. 이런 방침에 대해 시원하고 좋다며 찬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기에 민망하다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복장에 대한 자율성을 존중해 줘야 한다는 의견과 심한 옷차림은 직장 내 예의에 어긋난다는 의견으로 팽팽히 맞선 것이다.

일본 환경성은 2013년 여성들의 쿨비즈 참여를 높이기 위해 여성 쿨비즈를 따로 선언하고, 여성들이 실천할 수 있는 쿨비즈의 다양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열을 발산시킬 수 있는 머리스타일, 땀 냄새를 제거할 수 있도록 유연제와 냉각 스프레이 사용 권장 등 남성 중심의 쿨비즈와 확연히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하는 일본의 쿨비즈는 계속되는 노력으로 매년 약 7천만㎾, 25만 가구가 한 달간 쓰는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를 보고 있으며, 캠페인을 넘어 일본사회의 한 현상으로 자기매김했다.

예년보다 이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올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쿨비즈가 시작됐지만, 쿨비즈의 용어가 순 우리말인 '시원차림'으로 변경됐을 뿐 그 허용 범위와 적절성, 참여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뉴욕 경찰은 여름에 반바지 제복을 입는다. 그러나 반바지를 입었다고 해서 누구도 뉴욕 경찰이 무능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좋은 구슬이 있어도 꿸 의지가 없고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원기99년 여름, '시원차림'을 대하는 열린 마음과 구체적인 제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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