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여행가는 시대, 교단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주 5일제로 가족간 레저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를 위해 교당 특성화와 관광객 교화라는 주제로, 1주는 관광객 교화 사례와 비전에 대해서, 2주는 교단 내 성지순례 관광에 대한 분석, 3주는 해외교당들의 관광교화 및 어학연수를 겸한 교화 사례와 현황 분석, 4주는 관광지 교당 교무들의 마인드와 관광교화에 대한 비전을 게재한다.


▲ 강원교구 양양교당은 서울~양양간 고속도로 양양 IC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주5일제 도입 10년, 여행은 더 이상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다. 2004년 7월부터 시행된 주5일제로 인해 관광·여행은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분야로, 작년 한해 우리나라 만 15세 이상 국민 중 약 85.6%가 1회 이상 국내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780만명으로, 15세미만이나 거동이 불편한 특수한 경우 등 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국민들이 국내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누구나 여행을 가는 시대, 우리 교단은 이 거대한 흐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교단 자원 활용한 여행과 관광객 홍보

관광교화는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대별된다. 교도들이 여행지에 가서 교단 자원 및 인프라를 이용하는 경우와 비교도 관광객들에게 원불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경우다. 교단 자원을 이용한 여행은 교도들에게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고, 가족이나 친구 등 동행에 대한 밀도있는 교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주말여행을 위해 법회에 빠지게 되고, 또 점차 멀어지게 되는 유출을 막는데도 큰 효과가 있다.

"교무님 제주도에 계셨다면서요? 제주 어디가 좋아요? 교도가 하는 숙소나 맛집 있어요?"

출가교역자라면 몇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질문이다. 이전 근무지가 관광지일 경우 교도들이 여행에 앞서 이것 저것을 묻는다. 아무리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일상화되어 있다지만, 아는 사람의 소개나 현지인들의 인정을 받은 '진짜 정보'의 가치는 높다. 이렇듯 우리 교단의 교구제로 인한 전국구 인프라는 관광교화에 있어 큰 강점이다.

그러나 교단의 관광교화의 성적표는 여백에 가깝다. 주말여행으로 법회에 빠져야 할 때 교도들은 늘 갈등한다. 전국 어디서든 법회만 보면 출석이 인정되는 문화가 아직은 낯설기 때문이다. 신앙과 여행 중에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 중에는, 재가 출가교도 서로가 마음을 상하는 경우까지 있다. 특히 '법회는 내 교당에서'라는 굳은 사고는 젊은 세대들의 교화 정체도 야기할 수 있다.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한 여행이 잦은 20~30대와 어린 자녀들과 야외로 나가는 30~40대들에게는 더욱 유연한 교화 전략이 필요하다. 교단 자원을 활용하는 여행 사례가 많아질수록 여행과 신앙생활이 물과 기름이 아닌 자연스레 섞일 수 있다.

강원교구 양양교당은 교단 자원을 활용한 관광교화 면에서 전국에서 손꼽힌다. 낙산해수욕장과 설악산, 남대천이 차량으로 10분 거리 안쪽인 천혜의 장소에 위치한 양양교당은 최근 개통된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출구인 양양IC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9년전 1320㎡의 대지 위에 신축한 대각전과 생활관은 황토와 나무로만 지은 한옥으로 인근 지역민들에게도 아름다운 명소로 꼽힌다. 바다와 산, 강이 인접한 양양교당은 애초에 훈련원을 겸할 계획으로 건립해 방과 부엌, 욕실 등이 외부인에게 편리하도록 건축됐다. 이후 우인훈련원 봉불로 훈련원으로서의 기능이 빠진 자리, 김석기 교무는 이 곳을 다양한 교화 터전으로 목적하고 운영하고 있다. 여름이면 해수욕, 겨울이면 스키장, 봄과 가을에는 트레킹을 하는, 사시사철 붐비는 양양은 특히 서울과 경인교구 청소년들의 숙박지로 활용된다. 보통은 10~20명의 재가 출가교도들에게 김 교무는 생활관을 온전히 내줘 편하게 쉴 수 있게 한다.

군부대가 많은 지역 특성을 활용한 특별한 군교화도 진행 중이다. 재가 출가교도들의 자녀를 면회가거나 요청에 따라 데리고 나와 교당으로 이끈다. 같이 따라나온 장병의 부모에게 감사 인사를 받은 적만 수십번, 그러다보니 아들을 면회온 가족들이 교당에 들러 숙박이나 식사를 함께 한다.

그는 "인지도가 높아지고 만족하는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교화가 이뤄진다"며 "여행이나 군부대 면회 등 특수한 상황 속에서 원불교의 도움이나 협조는 향후 교화의 단단한 씨앗을 심는 것"이라는 믿음을 밝혔다.

▲ 국내여행 여름휴가지 선호도 조사 결과.

〈출처 : 머니투데이 뉴스 〉

관광교화에 교단적으로 지원해야

제주교구 제주국제훈련원은 알음알음 찾아오는 여행객들에게 숙소 제공 및 가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과 인력 조건 상 개인적인 차원으로 이뤄지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내년 리모델링 이후의 관광교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훈련과 더불어 제주도 관광과 문화 체험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제주만의 특별한 훈련 프로그램을 연마 중으로, 최근 급증하는 외국인관광객들의 제주 방문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비교도 관광객들을 향한 교화는 교당이나 기관의 지리적 위치가 큰 몫을 차지한다. 군이나 면 단위의 지역이라도 명소만 있으면 찾아가고 머무는 것이 요즘 여행 실정이다.

전북교구 아영교당은 지리산 천왕봉을 오를 때 지나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최명원 교무는 등산을 떠나는 '지리산 나그네'를 상대로 교화하자는 서원을 세워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일찌감치 법당과 화장실을 개방해 쉼터로 활용하게 하는 한편, 새벽 산행을 위해 교당에서 숙박한 사람에게는 손수 주먹밥을 싸주기도 했다. 늘 안전을 기원하며 쪽지를 써두다보니 얼굴모를 등산객들과 쪽지로 대화하며 포근한 원불교의 얼굴을 맡고 있다.

축령산 등반 길목인 오덕훈련원도 오가는 등산객들의 눈과 발을 잡을 다양한 전략을 시도 중이다. 비교도들에게도 활짝 열린 숲길산책과 자연학습 프로그램은 물론, 지난 12월 '아리현 아카데미' 과정 중 하나인 '아로파포럼'을 통해 가족치유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지리적 위치와 인프라가 갖춰졌더라도 관광교화가 어려운 곳도 많다. 천년고도 경주는 대종사가 직접 다녀간 성적지 순례 도보코스가 개발되어 있으며, 교당은 이 순례를 위해 교당의 대부분을 내주고 있다.

경주교당은 석굴암, 불국사 등 보문단지와는 멀지만, 시장 한복판으로 게스트하우스 밀집지역에 위치해있다. 2년전 아름다운 건물로 뽑혔을 정도로 좋은 자원이지만, 옛 건물 구조상 숙박이나 편안한 동선이 어렵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교단은 이러한 천혜의 조건을 갖춘 교당 및 기관을 잘 살펴 가능성이 있거나 어려움을 겪는 곳에는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 누구나 여행을 하는 시대, 관광교화는 트렌드가 아닌 지속적인 교화전략이요, 이미 시대가 요청한 사명이다.

양양교당 계절별 청소년 훈련지, 교도 군인 면회장소
제주국제훈련원 제주 여행가이드, 여행자 숙소제공
아영교당 등산객 시설개방, 쪽지통해 간접교화
오덕훈련원 아로파포럼, 가족치유 나서
경주교당 아름다운 건물 뽑혀, 성적지 도보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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