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암교당)
나는 모태신앙이지만 원불교 교도라고 말하기엔 무언가 쑥스럽고 부족한 것이 나의 일부였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직장인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에 도반들이 모여 '기도단'이라는 모임으로 인연돼 신앙생활이 시작됐고, 잠자는 교도에서 깨어있는 교도로의 삶은 원기95년 풍암교당에서 시작됐다.

재가교도의 입장에서 교화대불공에 대한 제언은 사실 쉽지 않다. 그러나 조직교화, 시스템교화를 추구하고 있는 현장의 소식은 교화를 바라보는 해상도를 높일 것이라 믿는다.

'교도의, 교도의 의한, 교도를 위한 희망의 풍암교당'은 내가 다니고 있는 교당의 비전이다. 곧 교도가 주인인 교당을 재가 출가교도들이 함께 꿈꾸고 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곳간 열쇠를 넘겨주면 안방마님이 바뀌듯, 교도가 주인이 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으로 교역자가 교당의 회계관리 일체를 교도에게 맡겼다. 교도가 교무의 용금을 주고, 교당 관리운영비를 지출한다. 교화협의회에서는 교당 수입구조를 알게 되면서 의식으로 발생된 수입은 반드시 교육·교화·자선에 사용하고자 연마하고 실행하며, 교당운영은 교도의 유지보은 헌공금에만 의존할 수 없기에 교당 유지사업을 시작해 재정자립에 힘쓰고 있다.

두 번째 교무와 교도의 소통은 '교도 맞춤식 기도'다. 교무는 생일을 맞은 교도를 위해 교도가 함께 하지 않아도 그 교도를 위한 생일기도를 한다. 올해로 6회째 법인절을 해제일로 설정해 '가정평안100일기도'를 하고 있다. 교무는 각 가정별로 기도문을 녹음 해 음성(mp3)파일이나 CD로 제작 배부했다. 기도가 생활화가 되지 않은 가정은 CD를 통해 나오는 교무의 목소리를 들으며 매일 함께 기도를 할 수 있게 됐고, 시간에 쫓기거나 기도공간을 찾지 못하는 가정을 위해 꼭 지정된 시간과 공간이 아닌 어느 곳 어느 시간에서도 기도를 습관화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지난 6월7일 시아버지의 갑작스런 열반을 당했다. 시아버지는 막내 며느리의 종교가 원불교라는 것 밖에는 잘 알지 못했지만, 1년 전 방광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김성근 교무가 준 염주10알과 함께 우리 가족은 매일 일원상서원문 10독씩 100일기도를 정성스럽게 했던 인연인지, 열반독경부터 시작해 49재까지 모두 원불교식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 일련의 과정은 교무의 교도 맞춤식 기도의 위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또한 세번째는 교당 항단회를 통한 단장훈련이다. 교무가 항단 단장이 되고 순교가 중앙이 되며, 각 교화단장이 단원이 된다. 이렇게 매월 교무와 각 교화단장들인 단원들이 정기일기 발표를 통해 문답감정을 한다. 지금의 나는 문답감정을 해 줄 수 있는 단장으로서의 역량은 많이 부족하지만, 매월 항단 단회를 통해 단장인 주임교무를 보며 가랑비에 옷 젖듯, 배우고 훈련하고 체득하고 있다.

교당에서 맡고 있는 나의 업무는 '교화기획분과'이다. 분과에서는 원기97년부터 3년째 교당운영의 전반에 관한 내용을 담은 '교화실행계획서'를 제작하고 공유한다. 이 실행계획서에는 교당의 조직 및 교화체계, 교화계획, 예산편성내용, 교당재무현황, 연말시상계획, 교당운영평가 및 단장이 단원의 법위향상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 각 분과에서는 어떠한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는지 등의 내용이 상세히 담겨있다.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계획하고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교법정신에 따라 하나씩 교무와 소통하고 교화협의회를 통해 논의하고 실행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천천히 체화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교당의 조직교화의 틀이 마련된 것이다.

'교도 맞춤식 기도' 통해 교화
교당 항단회 통한 단장 훈련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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