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네팔의 교화 개척지인 '카투만두 원광 새삶센터'에서 교육을 받는 취약계층 여성들과 아이들을 위한 전력보급 프로젝트를 만들고 모금 행사를 치뤘다.

'은혜나눔 확산운동'이라는 기치 아래 치뤄진 이 모금 행사는 온·오프라인 통합 약 1천 만원이라는 거금을 만들어냈다. 이 프로젝트의 더욱 큰 의미는 모금 액수보다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한국인들로 구성된 'Samdong Volunteer SuperStar'라는 한국 거주 외국인 커뮤니티가 만들어낸 성과라는 것이다. 또한 총 모금액의 70% 이상을 외국인들이 기부를 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어쩌면 원불교가 2세기에 접어들면서 '교화 침체기'라는 말의 탈출 활로 중 하나로 보은활동을 하는 세계 각지의 이웃들에게 눈을 돌려 다가선다면 교화 활성화의 무한한 장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사람의 마음이 하는 일이다. 'Kirsi Mustalahti(킬시 무스탈라흐티)', 7년 동안 함께 무대공연 아이디어를 공유해온 마음 동지 핀란드 여성이다. 얼마 전에 화상통화를 하며 10월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서울아트마켓'에서 쇼케이스 예정인 덴마크, 벨기에, 핀란드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북유럽 공연팀을 소개했다. 한국에서의 공연기간 동안 필자를 에이전트로 고용하고 공연의 수익금은 원불교 산하 국제구호단체인 삼동인터내셔널에 기부를 한다고 한다.

Kirsi는 작년에도 필자를 핀란드 탐페레 시가 주관한 ACCAC(Accessible Arts and Culture) 포럼에 초대해 원불교의 국제구호활동을 소개하고 유럽의 자선단체와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마음이 만든 인연의 끈은 올해 초 Kirsi를 좌산상사께 안내했다. 좌산상사가 쥐어준 책을 선물로 받고 그 책을 다 읽고 나면 좌산상사께 편지를 쓴다고 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따뜻한 애정의 기운을 건네는 스승의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국제'라는 허울을 벗더라도 모든 일은 사람의 마음이 건네짐으로 해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마음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서 국경 없는 마음에 자꾸 선을 긋는 어른들이 많다. 심지어 교단 내에서도 내 것, 네 것하며 서로를 비판하는 만행도 거리낌 없다. 특히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국제교화의 장을 개인적인 경험으로 치부하는, 대의명분이 없어 개척교화의 의미를 살리기 보다는 현지 적응에 머무는 성직자들이 많은 것 같아 참 안타깝다. 한번쯤 교단사를 돌아보며 일제의 어려운 환경에서 지금의 원불교를 일으킨 스승들의 개척정신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현재의 우리를 각성해야 하지 않을까?

마음공부를 잘 해야만 국제일도 잘 할 수 있다. 수없는 경계에 부딪히고,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일을 해 나가야하는 상황에서는 그 경계에 도전이라는 과제까지 가중된다. 그때 필요한 것이 '사람'이고, 그 사람을 잘 만나려면 마음공부를 잘 해서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분별과 주착을 버리고 '인류는 한 가족'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아이들의 마음은 '하늘마음'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국적과 상관없이 금세 친해지고 웃으며 어울린다. 마음에 국량이 넓어 무엇이든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고수하는 것이 국제화의 첫 발걸음이다.

육체적으로 성인이 되더라도 그 아이들의 하늘마음을 간직한다면, 원불교 삼학공부의 첫 단계인 정신수양을 통해 분별과 주착이 없는 성품 자리에 머문다면, 비로소 국제교화의 첫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요즘은 아이들의 웃음과 눈물 그리고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보는 것이 삶의 활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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