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발신심변정각
오로지 성불제중 염원

"육신은 흩어지는 데, 내 성품자리는 영원불멸한 자리야. 그 자리가 일원자리지. 그것을 아는데 어찌 이 공부를 쉴 수가 있겠노."

원광효도마을 수양의 집 유타원 조인덕 교도(唯陀圓 趙仁德·89). 그는 특별히 궂은 날씨가 아니면 원광효도마을에서 익산총부까지 일심으로 걷는다. 대종사 성탑에서 기도를 올리고 정산종사 성탑과 대산종사 성탑, 종법원 앞에서 합장예를 한 후 향하는 곳은 대각전. 한 걸음 한 걸음 기도 일념으로 걸어온 대각전에서 그는 108배를 올린다.

"우주를 안는 마음자리, 천지와 내가 합일되는 자리, 우리 공부가 그 자리 가자고 하는 것이거든.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 마다 진리로 걷는 거라." "육신만 밥을 먹으면 뭐하겠는교. 다만 10분이라도, 30분이라도 선을 하고 기도 모시고 우리 대종사님 좋은 법 보면서 청정한 마음을 챙겨야지. 청정한 마음이 본성자리인기라."

간간이 수줍은 듯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는 그. 그러나 공부 길을 전하는 그의 목소리는 작은 체구가 무색할 만큼 강단 있었다.

그는 원기41년 구타원 이공주 종사의 연원으로 초량교당에서 입교했다. 혹독한 시집살이를 견뎌내던 시절이었다. "씻고 닦고 하는 것 밖에 몰랐던 힘든 시집살이였지. 그 시절 입교해서 초량교당에 다니면서도 아침 좌선을 꼭 했어. 한번은 홍수가 나서 다 떠내려갈 판인데, 치마저고리 다 젖은 채로 교당 마당에서 선을 하고 갔지" 아흔을 바라보는 그는 그렇게 오직 한 길, 우리 법 만나 공부하는 일만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에게 깨친 자리는 어떤 자리일까. 짧은 질문에 그의 대답은 한 치의 주저함이 없다. "청정하고 텅 비어있는 자리.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니고, 고(高)도 없고, 낮을 것도 없고, 머물 자리도, 머물 수도 없는 자리. 입정 삼매에 들어가는 거라. 언어도단의 입정처. 그 자리는 형용할 수 가 없다."

"부처님도 그 자리를 깨닫고 예수님, 공자님도 그 자리를 깨쳤는데, 새부처님 우리 대종사님이 큰 자리로 깨쳐 사은을 딱 내놓았다. 얼마나 감사한교." 그러니 그가 이 생에서 할 일은 ' 간단없는 마음으로 정진, 또 정진하며 성불하는 길'이라고 단언한다.

어떻게 그 자리를 깨칠 수 있을까. 다시 짧은 질문을 던졌다. "버릴 것 다 버리고 놓을 것 다 놓아야지. 무아(無我)가 되어야 해. 오직 없어져야 큰 내가 될 수 있는 거지. 그러면 이 마음이 우주를 싸고도 남아."

"모든 것이 내 마음에 있어. 오직 간절한 마음. 그 마음이면 부처가 될 수 있지. 부처와 내가 둘이 아니야. 어떠한 일이 있어도 퇴보하면 그 자리를 갈 수가 없어. 쉬면 안 되지. 퇴보하지 않도록 공을 끝까지 드려야 해."

하지만 경계에 무너지고 아프고 상처 받지 않느냐고, 공부길이 결코 쉽지 않다고 반문했다. "경계는 공부 자료야. 경계 없는 공부는 공부가 아닌 거라. 상대방이 나를 미워해도 내가 멈추면 되는 거지. 선연과 악연은 내 마음속에 작용하는 데서 비롯되는 거라. 나쁜 인연 역시 한 생각 바뀌면 좋은 인연으로 변해진다. 상대방을 보면서 나를 반성하는 거라. 과거에 지은 업은 달게 받으면서 앞으로의 업을 짓지 말아야지. 그러면 내가 진급이 되는 거다." 이렇게 오묘한 것이 우리들의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그는 말한다.

"밉고 고운사람이 따로 있을 것이 없어. 일원상자리는 모가 없이 완전히 텅 비었단 말이야. 원만구족한 그 자리로 항상 여의지 않고 관하고 있으면 침범할 사람이 없어. 텅 비어 하나도 없으나 없는 것도 아니니, 마음이 곧 자기 성품이요, 부처는 바로 우리 마음이지" 짧은 질문을 관(觀)하는 그의 이해심과 중생의 근기 따라 생각을 전하는 그의 수행심이 깊고 깊게 느껴졌다.

"우리 육신은 흩어질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근본 마음자리는 영원히 사는 거지. 청정한 무량공덕을 갖춘 불성의 자리. 그 자리를 밝히는 일, 이것이야말로 귀하고 귀한 값진 일이야. 이것이 바로 우리 대종사님 가르침 아니겠어?"

"우리 대종사님이 얼마나 공부를 했으면 주세불이 됐겠어. 너무 너무 참말로 대종사님 은혜를 갚을 수가 없어. 대각성불해야 그 은혜에 보은할 수 있는 거잖아. 그러니 부지런히 우리 대종사님 공부 길 따라 가야지." 성불제중을 향한 그의 흔들림 없는 염원은 빈 틈 없이 확고했다.

입고 있던 기도복을 정성껏 정리하고 그는 낡고 헤진 치마로 다시 갈아입었다. 그의 맑은 가난이 심금을 쿵하고 또 한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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