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생명평화탄핵 순례 길에 나서는 이들이 있다. 햇수로 3년, 이번 주로 제90차 순례길이다. 영광군청에서 기도식을 시작으로 영광읍과 법성, 홍농을 거쳐 영광원자력발전소까지 걷는 22km 순례길. 혹한의 날씨에도, 퍼붓는 폭우에도, 맹렬한 폭염에도 이 걸음을 멈춘 적이 없다. 그렇게 순례길을 걸으며 사계절을 두 번 보냈다.

'영광핵발전소 안정성확보를 위한 원불교대책위'가 진행하고 있는 순례는 영광교구, 광주전남교구, 전북교구, 원불교환경연대, 영산성지공동체가 구성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지와 응원 속에 50~60명이 함께 걸을 때도 있었고, 때론 단 4명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좁고 위험한 아스팔트 위를 걷기도 했다. 이제 이들의 순례는 탈핵과 생명평화를 위한 범종교적 운동으로, 지역사회 소통과 연대의 장으로, 그 중심에 서 있다.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는 2007년도에 이미 설계 수명만료가 되었다. 경주 월성1호기 또한 11월이면 수명이 만료된다. 애초 설계 수명은 30년. 그러나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 가동을 고집하고 있다. 고리원전은 이미 130여 차례 크고 작은 고장신고가 있었고, 이로 인한 가동중단으로 유명세를 치룬 원전이다.

우리나라는 국토는 좁고 인구밀도는 높아 고리나 월성 어디에서라도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피난갈 곳도 없다. 고리원전의 경우 반경 30㎞ 이내에 무려 330만 명이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높은 인구밀집지역은 없다는 얘기다. 부산 기장 고리핵발전소에서 경남 양산은 불과 25km.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80km거리의 주민들에 대해 대피권고가 내려졌는데, 이 기준을 따르면 경남 주요도시 모든 지역까지 해당된다.

사실 전력이 생활의 필수요건이 된 현실에서 반핵운동이 정당성을 확보하기란 만만치 않은 과제다. 너무 공포심을 조작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재생가능에너지는 0.4%로 세계 꼴찌인 현실 속에서 원자력의 위험성 문제는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너무나 불편한 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불교대책위는 탈핵을 위한 실천운동으로 원전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감시활동과 절전운동,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한 햇빛교당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과 100개의 햇빛교당 만들기는 원불교가 지향하는 참 문명세계를 위한 보은불사다.

원전을 폐기할 때까지 결코 멈출 수 없는 기나 긴 여정에 '내릴 수 없는 반핵의 깃발'을 든 사람들. 성지수호라는 숙명성을 기반으로 오직 신념과 분발심, 정성심으로 고된 길을 걷고 있는 탈핵 동지들. 그들이 걷는 탈핵의 길을 꼭 한번은 함께 걷자. 꼭 한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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