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연구가인 고미숙씨가 쓴 〈호모쿵푸스〉라는 책이 있다. 호모쿵푸스는 호모(Homo), 사람을 가리키는 말에다 쿵푸스(kungfus), 공부(工夫)를 갖다 붙인 신조어로 공부의 달인을 의미하는 말이라 한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가 되는가. 먼저 '온몸으로 생의 매순간을 체득하는 것'이 공부의 달인이 되는 방편이라 저자는 말한다. 또한 책을 많이 읽고, 앎의 코뮌, 즉 함께 공부하는 일종의 공부 네트워크를 조직해서 스승과 벗과 함께 공부할 것이며 무엇보다 일상에서 공부를 하라고 강조한다. 생의 굽이마다 찾아오는 역경, 삶과 죽음의 문제, 일상생활과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까지 다 공부거리니 매순간을 공부거리로 삼고, 삶과 죽음에 대해 능동적으로 탐구해야만 진정한 호모쿵푸스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호모쿵푸스'의 공부법이 우리 회상이 수행의 모체로 삼아온 정기 상시훈련과 무시선(無時禪)과도 그 맥락이 통하는 듯도 하다.

실제로 우리 회상은 호모쿵푸스, 즉 공부의 달인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가장 좋은 수행법을 지니고 있다. 수행을 출가의 전유물로 보지 않고, 출가자가 결혼을 하거나 사농공상의 직업을 갖는 것 또한 중요한 가치로 여겨왔다. 불법(佛法)이 곧 생활이요 생활이 불법임을 천명하며 그 안에 동과 정, 이와 사, 영과 육을 배려한 탁월한 수행문화를 갖고 있다.

수행을 상시훈련과 정기훈련으로 구분하여 남녀노소 선악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나 자기 처지와 형편과 근기에 맞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한 점, 수행을 단순히 반복하게만 한 것이 아닌 훈련과 공부에 생활 요건을 반영하고 시간의 리듬을 갖게 하여 수행의 훈련효과를 극대화하도록 한 점은 탁월한 우리 수행문화의 요체다.

정기훈련법은 공부인에게 정기로 법(法)의 훈련을 받게 하기 위하여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의 11개 과목을 설정하였으며, 상시훈련을 위해서는 공부인에게 상시로 수행을 훈련시키기 위하여 상시응용주의사항 6조와 교당내왕시 주의사항 6조를 두고 있다. 여기서 정기훈련법은 '공부인에게 정기로 법의 훈련을 받게 한다는 것'과, 상시훈련법은 '공부인에게 상시로 수행을 훈련시킨다고 한 점'을 주목해 보아야 한다.

이 말을 다시 풀어보면 정기훈련은 법의 원리와 방법을 훈련하는 것이 그 요체이고, 상시훈련은 정기훈련에서 익힌 수행의 원리와 방법에 기초해 '실지수행'을 하자는 것이다. 농사짓는 사람은 농사일이 곧 수행이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그 일이 곧 수행이 되는 것이다. 일상의 수행한 결과를 정기훈련이 점검하고 정기훈련에서 교정된 수행태도와 방법이 상시에 반영되는 관계라야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이 다 수행과 결부될 수 있다.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은 상호 공부를 깊게 하는 보완과 나아감의 관계인 것이다.

개교 100년을 앞두고 우리 수행 문화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정기훈련을 정진기간으로 삼고 상시훈련을 느슨한 방선(放禪)처럼 이해한다면 이는 우리 수행문화의 핵심을 놓친 것이다. 상시훈련의 중요성을 망각한 채로 정기훈련에서 제대로 수행이 될 리 없다. 상시수행이 원리적으로 타당하고 방법적으로 합당한 수행이었는지를 점검하고 교정하는것이 정기훈련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기훈련이라고 할 만한 전문 입선(入禪)제도가 유명무실한 점은 되짚어야 할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한다.

상시에 정진하고 정기훈련에는 상시 정진과정을 점검하는 것은 우리 수행문화의 원형이자 핵심이다. 이를 잘 알고 실천하는 공부인이 우리 회상이 원하는 참 공부인, 우리 회상의 호모쿵푸스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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