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이라는 말이 있다.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통하여 얻게 된 집단의 지적 능력을 의미하는 말인데, 미국 곤충학자 윌리엄 휠러가 군집개미들의 높은 지능체계를 연구하다가 발견한 개념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사이버 공간에서 열린 토론과 정보공유를 통해 형성되는 대중들의 생각과 공감을 집단지성이라 칭한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함께 만든 위키백과(Wikipedia)같은 사례가 사이버 집단지성이 이룬 성과로 꼽힌다고 한다. 집단지성은 자칫 군중심리에 의해 반지성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결국 핵심은 '소통'이다. 미물이나 인간이나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있을 때보다 상호 소통하고, 점검을 받으면 그 생각이 확장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 탓인지 '문답'을 주요기능으로 삼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도 곧 출시가 된다는 뉴스가 눈길을 끈다. 상호 댓글을 다는 수준이 아니라 집단 질문과 개별 질문, 비밀질문 등 묻고 답하는 다양한 방식을 탑재한 SNS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수행문화 안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러한 집단지성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그 단점을 넘어서는 '문답감정'이 있어왔다. 불가의 수행에도 스승과 제자 사이 문답을 통한 법의 전수전통이 있지만 원불교 수행에는 불가수행의 전수전통을 넘어서는 특별한 문화가 있다. 바로 문답감정이다.

원불교의 상시수행은 상시응용주의사항 6조를 중심으로 조석으로는 염불과 좌선, 기도로 정신수양에 정진하고 낮에는 가정과 일터에서 생업에 종사하면서 일마다에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는 무시선공부로 삼학공부에 주력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경전공부에 힘쓰며 경전공부에 능이 난 사람은 의두와 성리로 대소유무의 이치와 자성의 본래면목을 탐구한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하루를 뒤돌아보며 참회반성과 일기를 기재한다.

상시수행을 통해 얻어진 감각감상과 주요경험들은 적어두었다가 가까이는 정례법회에 출석하여 지도교무와 문답감정을 한다. 또 교화단회를 통해 도반들과도 문답감정을 한다. 정기훈련에 입선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간 자신의 수행이 원리에 합당하고 방법에 적법한지를 스승과 대중 앞에서 문답감정 하는 것이 필수다.

정례법회나 교화단회를 통한 문답감정이 일상의 것이라면 전문 입선은 지난 한 해 동안 수행한 모든 것을 총 망라하여 내 수행의 총체적인 방향을 제시받고 근원적인 처방을 받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감각감상만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함께 생각하며, 감정을 받아 공부심을 다지고 수행의 방향을 점검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답감정이 제대로 이뤄질 때 수행의 자세가 달라지고 삶이 변화되는 놀라운 경험들을 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문답감정'은 우리 교단 수행문화의 꽃이다. 대종사 재세 시 초기교단의 정례법회에서도 문답감정은 핵심이었다. 법회 기록을 보면 대종사 설법만으로 법회를 독차지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다양한 대중이 등단하여 수행담을 발표하고 그에 응하여 수기 설법을 했다.

교화 일선에서 교도들의 감각감상 발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법회에서 법의 문답순이 사라진 것도 유감이다. 전문 입선과정이 유명무실한 것도 100년의 과제다. 일상에서 각자의 처지와 발원에 맞게 공부한 것을 도반들과 함께 나누고 점검받으며 새로운 상시 수행의 동력을 얻어갈 수 있는 문답감정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시대를 뛰어넘는 우리 수행문화의 핵심이다. 공부나 교화나 생장점에 문제가 생기면 성장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경남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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