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우리 사회 약자들이 많은 위로를 받는 분위기다. 교황의 행보는 철저히 낮은 곳으로 향했다.

그 중 광화문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는 아픔으로 존재했던 순교의 역사를 성스러운 영광의 역사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다.

16일 광화문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순교자 124위에 대해 복자 반열에 올리는 선포를 하자 광장에 모인 수많은 대중은 환호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제 124위 복자들의 뜨거운 신앙을 본받아 21세기 새로운 복음화에 박차를 가하고 아시아 복음화의 주역으로 우뚝 서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셈이다. 교황 방한의 각종 일정과 대중의 반응을 보며 원불교100주년 기념행사를 고민해 봤다.

먼저 교회 냉담자들이 깨어나 교회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시복미사에 참가하려는 한 청년이 "오랫동안 고해성사를 못했는데 맨 처음 만나는 신부에게 무조건 해 달라고 해야겠다"는 대화를 하는 광경을 보았다.

우리 교단에도 잠자는 교도와 신도들이 많다. 또 원불교를 안다는 일반인과 원광유치원, 원광고, 원광대를 졸업했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교단100년 기념행사는 교도 잔치가 아니라 잠자는 교도, 잠재적 교도들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젊은 교회를 지향한 점이다. 교황은 아시아 청년대회를 통해 미래사회를 리드 해 갈 청년들에게 복음을 전파했다. 미래교회 발전을 위해 기꺼이 먼 길 달려와 청년들에게 '일어나 비추어라'는 실천적 행동을 직접 보인 것이다.

한 젊은 교역자에게 원불교100년 행사에 대해 물었다. 그의 대답은 건조했다. "교단의 어른들이 행사를 기획해서 장을 열면 우리는 운전을 해서 교도들과 열심히 달려가고 있지 않을까요." 교단100년 행사는 어른들의 행사라는 것과 언제까지 교단의 주체가 되지못하고 주변인으로 살아야 하는 현실을 비틀어 하는 말이다. 원기100년 이후 교단을 생각한다면 교단100주년 행사는 젊은 층에 포커스를 맞추고 젊은 원불교인들에게 기획을 맡겨 보자. 분명 새로워 질 것이다.

세 번째는 124위 순교자들을 복자반열에 올려 공도자 숭배의 예를 다한 것이다. 시복식은 순교자 가운데 성인 다음으로 공경 받는 대상인 복자를 선포하는 의식이다. 시복식을 교황이 직접 집전한 것 역시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는 것이다.

교단 초기의 9인 선진을 언제까지 일반적인 선진으로만 모실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순교 이상의 '사무여한' 정신으로 지금의 교단을 있게 한 거룩한 선진들이다. 그 얼을 체 받는 신앙성 회복의 길이 모색되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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