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적 삼학병진 선법은 유가의 정정수행 영향 받아

〈수심정경〉은 순한문으로 편수됐다. 정산종사는 한글로 편수한 〈정정요론〉 상권의 저본인 〈영보국정정편〉을 5장으로 나누어 편수하고, 〈영보정관경〉, 〈상청정경〉, 〈대통경〉, 〈통고경〉을 2장으로 편수했다.
그리고 이 7장의 내용을 강령으로 밝힌 총명강요장을 순 한문으로 정리하여 총 8장으로 편수했다. 경문 내용이 유·불·도 삼가의 수행 용어로 편수되었고, 그 용어의 개념도 정리되지 않아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기가 어려웠으리라 본다.

유가의 정정(定靜) 수행서
정산종사가 강증산 생가에서 입수한 〈영보국정정편〉은 어떤 신인이 강증산 천사에게 은밀히 전해준 신비한 글이 아니다.

이 책은 생몰 연대도 모르는 부안사람 은사 이옥포가 중국 송말 원초 은사 정사초가 편수한 〈태극제련내법의략〉 가운데 영보내련법을 모본하여 유가의 정정수행으로 편수한 수행서이다.
이 책은 여러 필사본이 있었고, 그 중 한 권이 정산종사에게 입수 되었으며, 소태산대종사는 이 책을 정독하여 의역했다.

정산종사는 소태산대종사를 스승으로 모셨다. 소태산대종사는 유·불·도에서 지향하는 도의 세계를 체득하여 회통했다. 〈수심정경〉의 선 훈련법을 편수하면서도 여기에 표준한 것은 당연하다. 그 중에서도 불가 조계 선법과 그 맥을 같이 하여 편수하였다고 본다.

유가 도가 중심의 선법 수용
원불교의 삼학병진 선법은 〈대학〉의 삼학 병진선법과 성리학의 수행의 표본인 태극도설의 정정 수행론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태극도설은 조선조 500년 동안 유가의 선비들이 천인합일(태극도의 일원의 체성에 합일)의 정(靜)에 들어,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정정 수행의 표본이기도 하다.

이 책은 불교의 간화선이나 묵조선 또는 '위빠사나'와는 다른 대승적 삼학병진선인 내정정 외정정의 영보정정 수행서이다.

소태산대종사와 정산종사는 불가의 수많은 경과 선법을 인거하지 않고 유가나 도가에다 불가의 선법을 수용하여 지도를 간명하게 할 수 있게 하고 법을 원융하게 밝힌 〈정정요론〉 상·하권의 저본을 수용하여 모든 수행법을 회통하였다고 본다.

소태산대종사는 원기4년 10월에 정산종사를 부안 변산 월명암에 미리 보내면서 당부하였다. "불경은 볼 것이 없다"고 했다. 이에 정산종사는 월명암 백학명 선사를 시중하면서도 경상도 치워버렸다고 한다.

<수심정경> 수행법 간화선이나 위빠사나와는 달라
<정정요론> 저본 수용해 모든 수행법 회통
유교의 도로 문 열고 불법으로 주인삼는 교법 구상
무시선법은 유·불·선 삼교를 원융한 대법


유교의 도로 교문을 열다
필자는 원불교 선 공부를 하면서 소태산대종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졌다. 소태산대종사는 학문의 수습이 없이 대각을 하여 글을 별로 보지 않았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아마 많은 교무들도 필자와 같은 생각이었으리라 본다.

소태산대종사가 학문의 수습이 없이 스스로 공부를 하였다고 하지만 유·불·도의 경서들을 읽고 분석할 수 있는 한문 실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실지로 부안 변산에 들어가서는 유·불·도와 신종교 그리고 기독교 〈성경〉 까지 많은 경을 섭렵하였다(졸저, 〈수심정경의 서지적 고찰〉).
한학이 깊었던 팔산 김광선이 한문으로 불러내는 〈법의대전〉의 글을 받아 쓸 때 어려운 한자를 친히 알려 주면서 쓰게 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소태산대종사의 초기 가사인 '경축가'에서는 "유교의 도로 문을 열고 불법으로 주인삼아 차차 차차 알아보니 복혜 양족 얻는 법이 이일 위에 또 있을까, 만일 다시 있다거든 재주대로 알아보소 갈길 없다 갈길 없다 이 길 밖에 갈길 없다."(이공전, 〈대종경 선외록〉)라고 하여 유도로 교문을 열고 불법으로 주체하는 교법 구상을 했다.

불법으로 주체 삼다
소태산대종사가 불법으로 주인 삼았다고 하는 것은 유가 성리학자들의 수행의 틀에서 벗어나 수행의 표준과 목표를 불법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나 도가는 생사 인과의 원리를 잘 밝힌 것이 별로 없어 주체를 불법에 두었다고 본다. 

소태산대종사의 영적인 깨달음은 성품·생사·인과·수행의 길을 모두 갖춘 불법에 표준 하였다(〈대종경〉 서품 3장, 불법의 호대성). 여기에 모든 종교의 교화법을 활용하여 불법을 시대화·생활화·대중화하였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유가적으로 수용하여 편수한 〈정정요론〉과 도·불 동원적 성격을 내포한 조선 내단학의 주요 경인 〈영보정관경〉, 〈상청정경〉, 〈대통경〉, 〈통고경〉을 불가의 선법으로 변용하였고, 정산 종사 또한 불법 수행에 표준하여 편수한 것이 〈수심정경〉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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