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돌이켜보면 욕심으로 이루려 했던 것은 모래성처럼 한 순간의 경계로 무너지고, 한 낮의 신기루일 뿐이다.

그러나 공부심으로 일관한 정성과 일념은 한 알 한 알 흩어짐 없이 보석으로 빛을 발한다고 한다.

삼동원 정기훈련은 훈련원의 좋은 기운과 교무의 울림과 별식으로 가득한 강의는 '참으로 행복하구나, 은혜롭구나, 감사하구나'라는 느낌이 충만했다. 함께 할 수 있고, 좋은 인연만나 법연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소망해보았다. 훌륭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삼동원에서 바라보는 일원상은 어느 때 바라보는 일원상보다 느낌이 달랐다.

텅빈 일원상, 찼다면 다 북차고 비었다면 텅 빈 일원상…. 경계 공부라고 하는데, '지금 여기 알아차린, 마음 멈추어 지금 여기 알아차린 나를 잡고 내가 뜻을 세워, 그 뜻을 집중하여 지금 여기 알아차리기를 한다'

사실 나에게 다가온 경계는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던 시간과 나름대로 쌓아왔던 일들을 뒤흔들어버리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교당을 다니면서 적지 않게 마음공부를 했고 나름 성과도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은 나를 근본적인 뿌리부터 뒤흔들어 놓고 시험하는 일이어서 무척 괴로웠다.

'과연 지금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내 자신을 관조해 보는 시간이 됐고 나 자신도 오늘 바라보는 저 일원상처럼 멋지게 살기를 염원해 보는 시간이 됐다고 생각해본다. 나의 존재에 대한 나의 선언과 믿음에서 '나는 내가 선택하고 결정해서 태어났다'는 한줄의 문구는 나를 알아차리게 해주었다.

부부의 만남으로 그동안 가졌던 안 좋은 감정들이 이제 말끔히 정리되어 부부로서 거듭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나와 나의 자녀간의 관계가 훨씬 부드러워졌고 매우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 또한 남편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가 바뀌고 있다.

두렵고 걱정스러워 숨기고, 포장하려는 행동을 멈추고, 솔직하고 담대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여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마음과 행동으로 변화되어지는 나를 본다. 이제는 마음을 들켜도 부끄럽지 않고, 마음을 포장해도 부끄럽지 않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사랑하고 수용하고 인정하면서 점차 진실로 바뀌는 알아차리는 마음을 본다.

너무도 유익하고 행복한 훈련이었다. 마음이 열리고, 눈이 열리고 귀가 열리어옴을 체험했다. 이 체험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와 실행하는 공부인 되기를 다짐한다.

<영광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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