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립천 전 인민대학교 교수
사은사상, 인류 생존 위해 건전한 심리적 기초 제공

한 중국학자로부터 원불교의 사은사상이 조명받아 관심을 끌었다. 7일 향년 82세로 별세한 방립천(方立天) 교수는 전 인민대학 불교와 종교학이론연구소장으로 2005년 7월 중국 국무원 종교문화출판사에서 출판된 〈중문 원불교 교전〉을 보고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를 추모하기 위해 2006년 출판기념학술토론회에서 발표한 '사은사상과 세계의 조화' 논문을 싣는다.

그의 논문은 원불교 사상이 중국사회 발전에 절실히 요청된다는 점을 강조해 사상적 교류의 가능성을 높였다. 사은사상의 기본 함의, 주요 특징, 현대적 가치를 다룬 그의 논문은 인류의 조화로운 공존과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사은'을 적극적인 사회적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사은의 현대적 가치에 대해 그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 건전한 심리적 기초를 제공한다"며 "인류는 천지, 부모, 동포, 법률 네 가지 요소를 필요로 한다. 어디에 의지하는 바 없이 살아갈 수 없고, 고립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은혜에 보답하는 사상의 제창은 개인주의, 인간중심주의를 타파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온전한 인생관, 세계관을 확립하는 데에도 유익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타인과 만물을 대하는 데 있어 고상한 정서를 기르는 데에도 도움된다고 덧붙였다.

생태환경 건설에 중요한 참고가 된다고 말한 그는 "환경보호와 생태환경의 건설을 중시하고 있는 지금, 중국정부도 '환경 친화적 사회를 앞당겨 건설하자'는 표어를 내걸고 있다"며 "천지보은의 사상은 공기, 토지, 햇빛, 강수에 감사하고, 내면의 정신과 정감의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자기를 존중, 자연사랑,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생각을 바꾸게 했다"고 말했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닌 근본에서부터 자각적으로 생태환경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적인 세계, 즉 조화로운 세계를 형성하는데 있어 사상적 동력을 제공한다고 강조한 그는 "〈정전〉 동포은을 보면 '자리이타에서 감화를 받은 모든 동포가 서로 사랑하고 즐거워하여 나 자신도 옹호와 우대를 받을 것이요-중략- 결국 상상하지 못할 이상의 세계가 될 것이니라'라고 기술돼 조화로운 이상세계를 희망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평화와 공동 번영의 조화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것은 인간사회가 발전하는 데 있어 필연적인 요구이자 기본적인 경향이다"고 밝혔다. 그는 "각국 국민들이 다 함께 각국의 평화공존을 실현하고 세계 경제의 협력 발전을 실현하며 서로 다른 문명의 공동 진보를 실현하는 데 힘쓴다면 조화로운 세계는 언젠가 반드시 건설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원불교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며, 사은사상이 지닌 현대적 가치 또한 바로 여기에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원불교는 지난 세기 초 한국에서 흥기한 중요한 혁신불교로 원(○)을 상징으로 삼아 불교의 자성이 본래 만덕을 갖추고 있음을 나타냈다"며 "아울러 이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 불교 사원의 불상을 대체했고, 수행문(진공묘유)과 신앙문(인과보응)을 기본 교의로 삼아 세간과 출세간이라는 삶 사이의 대립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간에서 불법의 생활화를 추구하는 적극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고 "사은과 삼학을 신앙과 수행의 강령으로 삼고 있으며 특히 사은은 은혜사상의 함의, 특색, 가치를 가지고 있어 조화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데 적극적인 의의를 지녔다"고 강조했다.

천지은에 대해 그는 "〈정전〉에 천지가 없으면 생령(生靈)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천지의 도에 의거해 모든 일과 이치를 연구하여 막힘없이 원융하게 통하고, 자신의 사상과 행위를 모두 천지의 도에 부합되게 하는 천지가 곧 나인 천인상즉(天人相卽)의 숭고한 경지에 이르러야 함을 뜻한다"고 말했다.

부모은에서는 "'무자력할 때에 피은된 도를 보아서 힘 미치는 대로 무자력한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는 뜻은 행위의 측면에서 자신의 친부모를 봉양하는 한편 무자력한 타인의 부모라도 내 부모와 같이 보호해야 한다는 숭고한 인도적 정감을 드러냈다"고 표현했다.

동포은에 대해 그는 "여기 동포란 단지 한 나라와 민족에 속한 사람들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며 "동포보은이란 본업에 종사할 때 공정하고 공평하며 합리적이어야 하고, 자타 모두가 승해야 한다는 뜻이며, 아울러 금수 초목까지 이유없이 죽여서는 안된다"고 부연했다.

법률은 역시 "대범 인도 정의의 공정한 법칙을 일러 법률이라 한다"며 "법률 보은이란 법률이 금하는 일에 대해서는 절대로 행하지 않고 권하는 일에 대해 힘써 행하는 것을 뜻하며 이를 통해 개인의 인격이 향상될 것이고, 사회 질서는 정연하여 세계가 안정을 얻고 유쾌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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