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 순교자와 같은 헌신 요구

허경진 교도

영화 '명량'의 인기가 대단하다. 진정한 리더십의 부재가 사회적 문제로 드러나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맞물려 성웅 이순신의 가장 치열하고 위대했던 전투인 명량대첩을 극화한 이 한편의 영화가 연일 신기록을 세우며 흥행몰이 중이다.

탄탄한 스토리에 배우들의 열연과 감독의 연출력 등 많은 영화의 주요 성공요소를 차치하고서도 이 영화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이순신이라는 인물과 그가 실제로 했던 언행에 대한 관객들의 환호일 것이다.

필생즉사 필사즉생, 즉, "살고자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등의 어록들은 당연히 그러해야 하지만 그러하지 못한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언행을 보여주는 분이 또 있다. 바로 '프란치스코 신드롬'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만들어 내며 세계인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빈자들의 성자로 불리며 낮은 곳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돌보고 섬긴다.

그러면서 자본이 곧 힘이 되는 세상을 우려하고, 인간이 아닌 물질이 우선시 되는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스스로 행동한다. 작은 숙소를 사용하고, 화려한 의복을 입지 않으며 소형차를 타고 언제든 길거리에 나가 가난하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에게 더없이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온기를 전한다. 그러면서도 자본이 지배하는 부조리한 세상에는 강력한 어조로 충언을 한다.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그때도 그의 언행은 한결 같았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비행기 좌석을 이용하고, 경차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며, 지역 간 이동시에도 기차를 이용하였다.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사람들을 만났으며 세월호 희생자 가족 한명 한명의 손을 잡아주었고, 그 중 한 개인의 부탁도 약속으로 소중히 여겨 지켜주었다. 그 외에도 가족을 잃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 장애로 고통 받는 이들, 위안부피해 할머니 등 낮은 곳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가장 먼저 가까이서 만나고 희망을 전해 주었다.

교황은 사람들을 만남에 있어 적극적이며, 인터넷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로 전 세계인들과 소통한다. 그래서 필자도 교황의 어록을 쉽게 접할 수 있었고, 많은 깨달음과 감동을 얻었다.

정치권에는 "정치는 고귀한 활동이다. 정치는 공동선을 위해 순교자와 같은 헌신을 요구한다. 이와 같은 소명감으로 정치는 실천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경제계에는 "야만적인 자본주의는 이익만을 우선시하면서 인간을 배려하지 않고, 착취하는 사고방식만 가르치고 있다. 베풂과 자선의 가치는 반드시 회복돼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었다.

그 외에도 "가난한 이는 힘든 일을 하며 박해를 받고, 부자는 정의를 실현하지도 않으면서 갈채를 받는다", "어떻게 증시가 2포인트 떨어지면 뉴스가 되고 노숙자가 거리에서 죽어가는 건 뉴스가 되지 않는 것인가"라는 말씀도 하였다.

이러한 말씀을 통해 우리는 그의 가치관과 사상을 충분히 알 수 있고 영향을 받는다. 이순신 장군,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언행이 일치되며 훌륭한 행보를 한 인물들을 사람들은 존경하고 흠모하게 된다. 그러면 본받고 싶어 하게 되고 닮아가려고 조금씩 노력하게 된다.

〈대종경〉 요훈품 14장에 '다른 사람을 바루고자 하거든 먼저 나를 바루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자 하거든 먼저 내가 배우고, 다른 사람의 은혜를 받고자 하거든 먼저 내가 은혜를 베풀라. 그러하면 나의 구하는 바를 다 이루는 동시에 자타가 고루 화함을 얻으리라'는 말씀이 있다.

이 법문 말씀처럼 훌륭한 인물은 그 자체로 나에게 큰 가르침이다.

<강북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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