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보국정정편〉과 함께 후천개벽 정신을 잇다

도가·불가, 그리고 유교
정산종사는 〈수심정경〉의 저본인 〈영보국정정편〉을 증산의 생가에서 얻었다. 증산은 〈영보국정정편〉으로 도가 수행을 했다. 〈영보국정정편〉 사상과 수행은 수운 신사의 인내천 사상(默朝上帝法:묵묵히 하나님을 만나는 수행법)인 동학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영보정관경〉·〈상청정경〉·〈통고경〉·〈대통경〉은 불교와 도교가 융합되면서 나온 도가 위주의 경으로 도·불 동원성(도교와 불교가 근원이 같음)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고려(중국 송대) 이후 조선 5백 년 동안 불교를 억압하고 유도를 숭상했던 억불숭유 정책은 선불교의 선법보다는 유가 위주의 도가 내단사상과 선불교의 선사상이 융합된 도가 경전을 수용하였으리라 본다.

후천 정신개벽의 맥
소태산대종사는 수운과 증산을 선지자로 보았다. 〈영보국정정편〉을 의역 편수한 소태산대종사는 수운과 증산을 선지자로 보고 원불교가 드러나면 수운·증산도 함께 드러날 것이라 했다(〈대종경〉 변의품 31, 32장). 이를 보면 원불교는 후천 정신개벽의 맥을 함께하고 있다.

김기천이 여쭙기를 "선지자들이 말씀하신 후천개벽(後天開闢)의 순서를 날이 새는 것에 비유한다면 수운 선생의 행적은 세상이 깊이 잠든 가운데 첫 새벽의 소식을 먼저 알리신 것이요, 증산 선생의 행적은 그 다음 소식을 알리신 것이요, 대종사께서는 날이 차차 밝으매 그 일을 시작하신 것이라 하오면 어떠하오리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그럴 듯하니라."

이호춘이 다시 여쭙기를 "그 일을 또한 일년 농사에 비유한다면 수운 선생은 해동이 되니 농사 지을 준비를 하라 하신 것이요, 증산 선생은 농역의 절후를 일러 주신 것이요, 대종사께서는 직접으로 농사법을 지도하신 것이라 하오면 어떠하오리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또한 그럴 듯하니라."

송도성이 다시 여쭙기를, "그 분들은 그만한 신인이온데 그 제자들로 인하와 세인의 논평이 한결같지 않사오니, 그 분들이 뒷 세상에 어떻게 되오리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사람의 일이 인증할 만한 이가 인증하면 그대로 되나니, 우리가 오늘에 이 말을 한 것도 우리 법이 드러나면 그 분들이 드러나는 것이며, 또는 그 분들은 미래 도인들을 많이 도왔으니, 그 뒷 도인들은 먼젓 도인들을 많이 추존하리라" 〈대종경〉 변의품 32장.

정산종사 또한 소태산대종사가 수운·증산의 경륜과 같다고 보았다. "너희가 하나의 진리를 깨치고 보면 차차 수운선생과 대종사가 두 분이 아닌 것을 알게 될 것이요, 증산 선생 일과 대종사의 일이 다른 일이 아님을 알게 되리라." 〈한울안한이치에〉 (제1편 법문과 일화, 6. 돌아오는 세상 29절).

원불교 선법의 근거
〈영보국정정편〉이 후천개벽 정신개벽을 연 최수운의 인내천 사상의 수행과 같고 〈영보국정정편〉으로 공부한 강증산 또한 그렇다. 이는 천도교의 주문인 '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지기금지원위대강 수심정기심화기화(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至氣今至願爲大降 守心正氣心和氣和)'가 그렇고 증산은 이 주문을 그대로 신앙 수행의 주문으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이 주문과 함께 태을주인 '훔치훔치 태을천상원군 훔리치아도래 훔리함리 사바하'의 주문을 외우며 수련하게 했다.

증산은 인내천사상에 근거한 부안사람 이옥포의 〈영보국정정편〉으로 도를 얻었고, 정산종사는 이 〈영보국정정편〉을 기초로 소태산대종사와 원불교 선법을 창출하였다고 본다.

〈영보국정정편〉은 내 몸에 갊아 있는 하나님(상제)을 만나는 법을 밝히고 있다. 〈영보국정정편〉에서는 내 몸 수련을 통해 상제(천주, 하나님)를 만나는 법을 밝히고 있다.

곧 내 몸 조화의 도를 수련하고 마음을 수행하여 내가 하나님이 되고 내가 천주가 되는 것이다.

소태산대종사 또한 내 몸과 마음을 수행하여 부처를 만들어 내가 부처가 되는 길을 밝히고 있다. 이로써 세상을 크게 밝히는 미륵불 용화회상 건설을 하고자 했다.

소태산대종사·정산종사·대산종사 모두 불교·유교·도교·기독교·천주교·한국신종교 어느 종교인을 막론하고 누구나 입문하여 선 수행을 하게하였고, 실제로 원불교 초기에는 각 종교계의 수행인들이 들어와 영보수행인 일원상 수행의 선 공부를 하였음을 볼 수 있다.

교리표어와 〈수심정경〉
〈수심정경〉은 내 마음과 몸을 수행하여 부처되는 공부를 아주 자세히 밝히고 있다. 이는 원불교 교리표어인 무시선 무처선, 처처불상 사사불공,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 영육쌍전 이사병행의 신앙 수행 마음공부 길의 표본이기도 하다.

이 글을 통해서 소태산대종사·정산종사·대산종사의 선 수행의 길을 살펴보는 기회로 삼고, 이를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수운·증산 사상과 수행법을 이어 발전시킨 소태산
어느 종교인을 막론하고 사통오달되게 새로이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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