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경계와 인연들이 다 나를
이 법에 깊이 뿌리내리게 한 크나큰
은혜의 존재임을 알게 됐다"

원기97년 흥해교당에 온지 2년차에 교화단장으로 임명됐다. 단장을 맡고 보니, 내 교화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소태산대종사의 교리에는 반해 있었지만, 이 법으로 자신의 기질변화는 뚜렷하게 이루지 못했다. 만덕산훈련 다녀오면 일시적으로 진급했다가 다시 도로아미타불. 그래서 '함께 공부할 도반이 있어야 해', '교당에서 바로 나를 지도해줄 수 있는 교무가 필요해' 하던 차에 교도와 함께 공부하는 것이 꿈인 허선관 교무를 만났다.

일단 교당내왕시 주의사항 1조를 실천해보자. "교무님, 일요예회와 별도로 교당에 마음공부하러 올께요", 1년 동안 화요일 교당에 와서, 〈정전〉 일원상장을 함께 봉독하며 그때 그때 나의 경계를 놓고 문답감정을 했다. 처음에는 상담하듯 그냥 대화했지만, 단장으로서 단회에서 일기발표를 선도하려니까 직접 일기를 써야 했다. 꾸준히 문답감정을 받다보니, 전에 비해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나는 내가 관대하고 여유 있는 엄마인 줄 알았는데, 허 교무는 내가 아들을 리모콘으로 조정한다고 감정해 깜짝 놀랐다.

원기98년 2월 우리 가족은 엄청난 경계를 맞이했다. 남편이 오랜 주식투자로 감당하기 힘든 대출 빚을 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금욕적으로 절약하던 아버지에 대한 실망과 반감으로 아들과 딸은 아버지와 의사소통을 거부했지만, 남편은 주식을 그만 두지 못했다. 나는 그런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고 혼란스러웠다. 다정하고 책임감 있는 가장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어처구니 없는 주식중독환자였단 말인가!

이런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일요예회 후 교무에게 가정의 모든 상황을 털어놨다. 토요일이면 머리에 불이 붙어 대구동명훈련원으로 향했다. '병든 우리 가정을 바로 세우려면 나부터 이 법을 제대로 깨우쳐서 변해야 한다!'

원기98년 가을, '변하지 않는 남편과 평생 불안해 하면서 살아야하나?'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하다 1월 훈련 다녀와 결정하자고 정전대조 마음공부훈련을 가서 이 문제를 일기발표하니, 일차로 적공이 부족하다는 감정을 받았다. 감정을 받고 보니, 세상에나! 기도도 안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참으로 부끄러웠다. 상시로 돌아와, 교무께 기도문 작성에 대해 배웠다. 우선 가족들에게 그간 도리를 제대로 다 하지 못했음을 참회하고, 현재 남겨진 것에 감사하고, 가족이 함께 공부하는 낙원가정, 그리고 흥해 지역 최고의 진급도량 흥해교당 서원을 세워 기도하고 있다.

교당내왕시 주의사항 1조를 실천하면서 변화된 것은 일요예회를 신주 모시듯 참석하게 된 것이다. 예전 교무가 내 맘에 안 든다고, 교무는 저러면 안되고, 이래야 한다는 나의 분별성과 주착심으로 교당 법회를 1년 가까이 결석한 적이 있었다. 이제는 다른 지역에 가더라도 그곳 교당을 찾아 예회에 참석한다. 다음으로는 일기를 기재하게 됐다. 먼저 가계부 기재를 생활화했으니 전에는 지출을 적어놓기만 했는데, 이제는 매일 수입지출과 항목을 기재하고 매월 예결산을 교무께도 제출한다. 매일의 작업은 농가영농일지에 기재, 교화단 책자에 상시일기를 기재한다. 틈틈이 심신 작용처리건과 감각감상담을 교무께 메일로 보내고, 동명마음공부대학 까페에도 올린다.

바뀐 것 또 한가지는, 전에는 가족을 내 행복을 위한 요소로 여길 정도로 이기적이었다. 이제는 가족의 필요와 내가 할 도리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으니 다이어트를 선언한 아들을 위해 아침저녁으로 녹즙을 정성껏 만들어 주고 있다. 또한 그간 그리도 이해할 수 없던 남편의 언행을 지난 6월말 드디어 이해하게 됐다. 내가 15년 전, 남편을 아주 기분 나쁘게 해놓고 정작 나는 잊고 있었던 일을 찾아내서, 남편에게 그날의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해 오해를 풀게 됐고,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게 한 것에 대해 사죄의 뜻으로 절을 했다. '이해할 수 없었고 원망스러웠던 남편의 언행이 남편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구나, 남편보다 내가 더 문제였구나!' 그간 뭔지 모를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교무와 지낸 일을 일일이 문답하고 보니 아들을 내 뜻대로 조정하려던 저의 주착심을 놓게 되고, 백수였던 아들이 취업해 회사도 잘 다니고, 남편과도 다시 하나로 만나지면서 불안함이 가시고 있다.

인생 최대의 경계를 공부로 맞이해 나가면서, 비로소 이 모든 경계와 인연들이 다, 나를 이 법에 깊이 뿌리내리게 한 크나큰 은혜의 존재임을 알게 됐다. 이 인연들과 경계들, 대조할 이 법이 없었다면 내가 괜찮은 사람인줄 알고 살다 갈 뻔 했다.

마지막으로 법과 관련하여 나에게 꿈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단원 한 사람 한 사람, 그리고 단원 모두가 함께 영육쌍전하여 팔자를 바꾸는 교화단이다. 또 하나는 내가 짜릿하게 변화되는 과정을 기재한 마음공부일기를 책으로 내서 우리 법의 위력을 세상에 알리는 일이다.

<대구경북교구 흥해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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