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생태적 선물 맞바꾼 혹독한 대가'

▲ 4대강사업의 사업목표에는 수질향상이 있었다. 오늘의 현실은 단연코 정반대의 상황이 됐다. 4대강사업의 과오를 바로잡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여울성 어류 지역적 멸종
영주댐 건설 중단 촉구

올 여름 4대강 수질조사를 떠난 환경연합 물환경특별위원회 조사단이 확인한 4대강의 현실은 비참했다.

녹조가 번성한 강에서는 썩어가는 물비린내가 진동했고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마다 창궐했다. 흘러야 할 강물은 보에 막혀 유속이 10배나 느려진 탓에 보 부근에서는 반죽한 시멘트처럼 가는 입자의 썩은 진흙들이 깔려 있었다. 이 화학적 수질은 당연히 크게 떨어져 수돗물 원수를 취합하는 취수장에서는 강물을 그대로 모으면 수돗물 수질문제가 생길까 염려해 대형 스크류를 원수 취수구 옆에다 몇 대씩 설치해 돌리면서 오염물질을 기계적으로 분해한 뒤 취수하는 어이없는 일조차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강에서 물고기들이 잘 살 수 없다. 흰수마자, 꾸구리, 돌상어 등 여울성 어류들이 지역적 멸종을 당했거나 멸종을 향해 가고 있다. 반면 정체성 수계에서 사는 물고기들은 늘어나고 있다. 수질이 저하된 강에 녹조 창궐로 수중 산소가 줄자 물고기 떼죽음 사건이 사업 종료 후 매년 되풀이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 예상 요구서에서 산하 수자원공사 부채 원금 상환을 위해 800억 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수공의 4대강사업 부채 8조원의 1%를 상환해 달라는 것이다. 애초 수공은 공익개발사업이므로 공기업이 참여하는 것이며 사업이 끝날 때까지만 이자를 지원해 주면 강변개발사업을 통해 원금과 이자를 갚겠다고 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이미 1조2000억여 원에 달하는 이자 지원금이 나갔고 이제는 원금까지 갚아달라는 것이다. 빚 8조 원의 이자 3200억원과 시설물 유지관리비 1300억원 등 매년 드는 4대강사업 후속비용 4500억원 이외에 수공 빚의 원금도 시민 혈세로 낼 상황이다.

한편 낙동강의 4개 보 주변 농지가 공사로 인해 침수되자 이들 농지의 물을 빼는 데만 264억원이 투입되고 있다. 가히 밑 빠진 독이 아닐 수 없다.

애초 4대강사업을 추진한 전 정권의 사업목표에 수질향상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오늘의 현실은 단연코 정반대의 상황이다. 사업 전과 진행중에 '고인 물은 썩는다'고 시민환경단체들과 양심적인 수질, 수생태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경고했다. 경고가 사실로 드러난 지금, 사고를 유발한 이들의 행위가 '실수'였는지 알고도 행한 '의도된 악'이었는지를 구별해 치죄해야 한다.

그러나 4대강사업을 통해 훈장을 받은 이들과, 공사 관련 뇌물을 수수하여 처벌을 받은 이는 있어도, 이 자연파괴적이고 혈세낭비사업 추진의 책임을 지게 된 이들은 하나도 없다. 이것은 비정상적인 일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비정상을 '살아있는 권력을 창출한 이들도 산 권력'이라는 암묵의 동의 아래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생각도 못하고 있다. 비정상이 정상이 된 일이다.

수질이나 홍수, 가뭄 등 물과 관련된 4대강사업의 목표들을 그대로 믿었던 국민들은 적다. 거의 70%에 달하는 국민들이 이 사업을 반대하거나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에서도 4대강사업이 경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거나 최소한 단기적인 경기 진작에는 도움이 되리라 예상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결코 이 사업은 안 된다!'는 이들이 '적당히 하라!'와 '전면적으로 개발하자!'는 이들의 이익동맹자들에 비해 적어진 순간, 강이 파헤쳐지기 시작했고 그 후과를 오늘 우리 모두가 받고 있다.

'사업을 잘못한 이들이 문제이지 경제를 걱정해 강 생태계를 지키면서 4대강사업을 제한적으로 하라고 했던 우리가 문제냐?' 이런 변명은 추한 책임 회피일 뿐이다. 그런 태도는 암묵의 동조와 그 책임을 부인하는 논리일 뿐이다. 강을 파헤치는 데 무슨 생태를 지켜낼 수 있겠는가. 다 사업이 가져올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면서도 강이 망가지는 걸 알고 있으니 그 둘을 적당히 섞어 말한 것뿐이다. 설령 강이 죽어도 내가 법적 책임을 질 일 아니고 강변 개발로 땅값이 오르거나 지역경기가 진작돼 돈이 돌면 좋을 거란 기대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환상과 무책임이 부른 것이 오늘날 우리 강들의 참화다.

나는 4대강사업 추진 세력의 행위에 대해 책임질 만한 그 어떤 말과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자신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4대강사업은 그것을 추진한 이들이 자신들을 정치적으로 지지한 이들과 경제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의 힘을 믿고 행한 일이다.

나는 정치경제적으로 그들의 동조자가 아니었던가 반성적으로 돌아볼 때 '나는 완전히 무관하다!' 자신할 사람 과연 몇인가? 경제적 이익과 자연이 값 없이 베풀어온 생태적 선물들을 맞바꾼 대가는 혹독하다. 우리는 앞으로도 매년 몇 천억원씩 혈세를 내야만 하고 녹조와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는 강에서 먹을 물을 구해야 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욕망을 좇아 행동했을 경우 우선은 달콤한 이익을 얻을지 몰라도 끝내 그 결과가 자신을 해치고 내 주변을 해치는 파괴적인 것으로 드러나게 된다.

인과의 율은 엄정해서 모든 행위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종교적 가르침은 특별히 4대강사업과 관련해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학의 원칙을 떠올리게 한다.

4대강을, 물을 생명이 아니라 이윤 창출의 도구로 본 그때로부터 우리는 '공짜 점심'의 단꿈을 꾸었고, 그 결과 우리는 매년 엄청난 혈세와 더럽혀지고 생명이 죽어가는 강이라는 끔찍한 악몽을 현실로써 경험하게 됐다. 우리가 행한 일이고 우리가 받을 일이다. 과오가 과오를 부르고 악의가 더한 악의를 부르는 연쇄를 끊어내려면 반성하고 바른 데로 돌아가야 한다.

▲ 녹조가 번성한 4대강에는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고 있다.

녹조와 큰빗이끼벌레들도 생명이다. 그들이 사람의 과오 때문에 오명을 뒤집어 쓰고 4대강 수질 저하의 주범으로 낙인을 찍는 일은 부당하다. 그들을 불러온 것은 우리다. 그들을 미워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아직도 '내 탓'임을 인정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다.

4대강에서 우리는 어떻게 바른 데로 돌아가야 하는가. 보를 트고 상류의 모래강들에 세워지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4대강사업인 영주댐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 강물을 흐르게 하고 모래 여울과 강들이 햇빛에 반짝이고 물결에 흐르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설령 국비 22조원, 수공 투자비 8조원, 후속비용 몇 조원을 모두 매몰시키더라도 경제적으로 '공짜인줄 알았던 밥값'을 내는 일이고, 우리가 강의 생명계에 저지른 만행을 돌이켜 '바로잡는 일'이다. 4대강사업의 과오를 바로잡는 일로부터 시작해 탐욕으로부터 대선회하는 실천적 반성을 통해야만 우리는 자연과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 에너지 시민연대 사무총장 홍혜란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